‘저출생’ 탈출의 시작, ‘고위험 임신’ 예방·치료법[건강 기상청 : 증상으로 본 질병]
최영철 기자
입력 2024-06-25 03:00 수정 2024-06-25 03:00
[인터뷰] 오민정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
“고위험 임신 다빈도 입원 질환 11년 만에 약 4배 증가”
“과다출혈이 가장 위험… 모성사망 원인 1위”
구로병원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의 이유 있는 성공
“분만 인프라 살리려면 의료 소송 부담 줄여야”
저출생 문제로 국가의 존립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202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출생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더욱 심각한 점은 하향하는 출산율과는 반대로 임산부와 태아에게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고위험 임신’의 빈도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2009년 국내 고위험 임산부 중 8대 다빈도 입원 질환(조기 진통, 조기 양막 파열, 자궁경관무력증, 분만 후 출혈, 전치태반, 임신 중 당뇨병, 임신중독증, 양수 과소증 및 과다증)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전체 분만의 6.3%(2만7223명)를 차지했지만 2020년에는 24.1%(6만5974명)로 11년 만에 4배 가까이 증가했다.
과연 고위험 임신은 무엇이며 어떻게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위험 임신 치료 분야의 명의이자 현재 서울 서남권역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오민정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만났다. 대한모체태아의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오 교수는 고위험 임신 증가 상황에 대해 “국내의 경우 저출산에 따른 산모의 노령화, 임신 합병증 증가, 난임 증가, 늘어나는 인공임신술로 인한 다태아 증가, 조산 등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고위험 임신’이란?
“임산부와 태아에 나쁜 임신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정상 임신에 비해 높은 임신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임신 전 당뇨병, 중증 고혈압, 심장병, 신장병, 자가면역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상태에서의 임신이나 35세 이상의 고령 임신, 체질량 지수 30 이상의 고도비만 임산부, 임신 기간 중 임산부 및 태아에게 영향을 끼치는 질환이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임신성당뇨, 임신중독증(임신성고혈압), 조기 진통, 자궁경관무력증, 전치태반 등이 그것이다. 이전 임신에서 기형이나 유전적 이상이 동반된 아기를 출산한 적이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산모의 대처법은?
“당뇨병, 중증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는 임산부들은 우선 임신 계획 단계부터 본인의 상태가 현재 임신 가능한 상황인지 담당 의사와 상담하고, 현재 복용 중인 약물을 임신 중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변경해 전반적으로 몸의 상태를 좋게 만든 후 임신을 시도할 것을 권한다. 만약 임신이 됐다면 즉시 본인의 기저질환과 관련해 임신 중 발생 가능한 위험을 확인하고 대처하기 위해 산부인과와 기저질환 진료과의 협진이 가능한 3차 병원 진료를 계획할 필요가 있다.”
고도비만 임산부의 경우는?
“임신 전 최대한 체중 감량을 시도하는 게 좋다. 임신 중에도 저체중이나 정상 체중인 여성보다 체중이 적게 늘도록 하는 것이 합병증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심한 자궁선근증이나 자궁근종이 있다면?
“자궁내막 조직이 정상 위치를 벗어나 비정상적으로 자궁 근육층을 침범해 자궁의 크기가 커지는 자궁선근증이나 자궁에 생기는 양성종양인 자궁근종이 있는 임산부는 유산이나 조기 진통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고, 출산 시에도 산후출혈의 위험이 있어 임신 기간 중 경과를 잘 지켜보아야 한다. 자궁근종의 경우 임신 기간 중 2차 변성으로 통증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심한 경우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전치태반은 무엇인가?
“태반은 보통 자궁경부 쪽이 아닌 자궁 기저부에 착상하게 되는데, 자궁경부의 바로 위쪽 즉 자궁경부의 입구를 태반이 막고 있는 상태가 전치태반이다. 이런 경우 약한 진통이 있다든지 여러 이유로 변화가 생기면 태반이 떨어지면서 엄청나게 많은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전치태반 임산부는 만일을 대비해 수혈과 혈관 색전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는 게 좋다.”
그 외 고위험 임신의 예방법은?
“이전 임신에서 유전자 이상 신생아를 출산했거나 기형아 출산 경험이 있는 경우 첫째 아기의 유전적 이상에 대한 상담과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만약 재발의 위험이 있다면 빠른 시기에 유전자 검사와 정밀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한다. 또 이전 임신에서 임신중독증, 임신성당뇨 병력이 있는 경우 혈압, 단백뇨의 발생 여부에 대한 확인과 예방적 아스피린 사용, 임신이 확인된 이후 이른 시기에 임신성당뇨 검사를 해야 한다.”
고위험 임신 중 가장 위험한 경우는?
“산모에게는 산후출혈인데, 선진국에서도 모성사망의 가장 큰 원인이다. 그 외에 혈전으로 인한 색전증이나 양수색전증은 전혀 발생을 예측할 수 없으며 갑작스러운 환자 사망으로 진행될 수 있어 위험하다. 태아는 임신 중 태반이 자궁에서 미리 분리되는 태반조기박리나 탯줄이 자궁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탯줄탈출이 발생할 경우 태아에게 가는 산소 전달이 차단돼 사망할 수도 있다.”
임산부 과다출혈의 원인은?
“산후출혈이 심할 때는 불과 1시간 안에 저혈압성 쇼크에 빠질 만큼 많은 피가 나온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과다출혈의 가능성이 있다면 분만 전에 충분한 대비가 중요하다. 과다출혈의 가장 흔한 원인은 자궁수축부전으로, 태반이 분리돼 자궁 밖으로 나온 후 자궁 근육의 수축이 잘되지 않아 생긴다. 주로 쌍태아나 양수과다증, 거대아 등으로 자궁이 많이 늘어나 있는 경우 발생한다. 태반이 자궁경부를 막고 있는 전치태반이나 자궁근종, 자궁선근증이 심해서 자궁수축에 지장을 주는 경우도 있다. 특히 최근 제왕절개수술이 늘면서 크게 증가한 유착태반도 과다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심할 경우 자궁절제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고위험산모의 상급종합병원 내원 시기는?
“임신 전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신장병, 자가면역질환 등 산모에게 중증의 내과적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임신 기간 다른 과와 협진이 필수적이므로 가급적 초기부터 상급종합병원에 가는 게 좋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의 경우 임신 중반 이후 태아 성장의 이상이나 임신중독증과 같이 산모 상태에 변화가 있으면 진료 중인 산부인과 의사의 의견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으로 옮기면 된다. 전치태반처럼 수술이 필요하거나 분만에 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임신 34주 정도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의료진이 응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산 가능성이 있어 병원을 급히 옮길 경우에는 신생아중환자실에 인공호흡기, 인큐베이터 등 여러 장비를 미리 준비해야 하므로 병원 간 연락을 통해 앞서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고위험신생아란?
“조산아(37주 미만), 저체중 출생아(2.5kg 이하), 출생 과정이나 자궁 외 생활 적응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질병에 걸릴 위험과 사망 위험이 높은 신생아, 다양한 신경학적 및 심혈관 위험 요인이 있는 신생아를 가리킨다. 조산아의 경우 최근 발표된 ‘신생아중환자실 적정성평가’ 결과에 따르면 그 비율이 2020년 8.5%에서 2022년 9.7%로 증가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1500만 명의 아기가 이른둥이로 태어나며, 숫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고위험신생아가 증가하는 원인은?
“국내의 경우 저출산에 따른 산모의 노령화 및 임신 합병증 증가, 난임 증가와 이에 따른 인공임신술에 의한 다태아 증가, 조산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고위험신생아의 치료는?
“고위험신생아 대부분은 조산아인데, 출생 당시 체중과 조산 시기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특히 분만 시기가 이를수록, 출생 당시 체중이 작을수록 체온 조절이 어려워 저체온증이나 고체온증이 쉽게 발생할 수 있어 인큐베이터 관리가 필요하다. 조산아는 폐 발달이 미숙하고 자발적 호흡이 충분하지 않아 출생 직후부터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할 수 있고, 퇴원 후에도 산소 치료를 계속해야 할 수 있다. 34주 미만의 조산아라면 경구 수유가 어려워 위장관 튜브를 통해 영양분을 공급하고, 출생 직후에는 경정맥 영양수액으로 영양분을 공급한다. 1.5kg 미만의 미숙아라면 평균 60∼80일가량 입원 치료를 하게 된다.”
고위험신생아 치료 시설은 충분한가?
“최근 발표된 ‘2022년 신생아중환자실 적정성평가’ 결과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진료 중인 신생아중환자실은 86곳이다.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한 아이는 신생아 전문의 1명이 결코 살려낼 수 없다. 위험도가 높은 신생아일수록 타과와의 협진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협진의 접근성, 신속성, 정밀성이 얼마나 우수하냐에 따라 아이의 치료 경과가 달라진다.
하지만 가장 필수적인 협진과라고 할 수 있는 소아외과와 소아심장과 둘 다 갖추어진 곳은 30%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중증도가 높은 고위험신생아들은 모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설로 전원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런 시설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선진국에 비해 신생아 전원과 안전하고 신속한 이송 체계 또한 잘 갖추어졌다고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앞으로 소아 관련 전공의, 전문의가 줄면 이런 고위험신생아를 돌보기 위한 협력체계가 잘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서울 서남권역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은 2019년 2월 서울 서남권역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로 지정돼 권역 내 고위험 임산부의 임신부터 출산 이후까지 산모 및 태아, 신생아를 집중 치료하고 있다. 서울 서남권역 내 거점병원으로, 전체 분만 중에서 고위험 분만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으로 매우 높다. 신생아중환자실은 현재 신생아 세부 전문의 2명을 포함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중심으로 하루 24시간, 365일 운영하고 있으며 초극소·저체중 미숙아부터 만삭아까지 다양한 신생아 환자군을 진료 중이다.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 후 아기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소아청소년과 각 분과 및 소아외과, 안과, 이비인후과 등 타과와의 유기적인 협진으로 최상의 신생아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신생아중환자실 적정성평가’에서도 1등급을 받아 3회 연속 1등급을 획득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통합치료센터만의 장점은?
“고위험산모를 담당하는 산과와 신생아중환자실을 책임지는 신생아분과 및 소아청소년과 내 여러 분과, 소아외과 의료진, 응급 상황에서 마취과와 수술실, 색전술을 담당하는 영상의학과 인터벤션팀 등의 팀워크이다. 특히 신생아분과 의료진과 매주 주산기 미팅을 통해 정기적으로 입원 산모와 신생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또 응급환자가 오면 수시로 연락하면서 환자에게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드리고자 최선을 다한다. 개인적으로는 중환이 있을 때 모두가 한꺼번에 달려드는 우리 산과 선생님들과 언제라도 연락하면 바로 뛰어와 위험한 아기를 봐주는 신생아분과 선생님들에게 정말 고마움을 느낀다.”
병원 측의 적극적인 지원도 있었다던데.
“2023년 대대적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신생아중환자실이 크게 확장돼 감염 관리 기능이 강화됐다. 고위험산모 집중치료실 공간도 재배치, 확장돼 산모와 태아의 집중치료뿐 아니라 장기 입원 산모들에게 좀 더 편안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센터 내 분만 전용 수술실과 인터벤션실도 추가로 증설돼 응급 상황에 보다 신속한 대처가 가능해졌다.”
고위험 임신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고위험산모는 하루가 다르게 느는데 분만 인프라는 빠르게 붕괴되는 현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 실제 분만을 담당하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분만과 관련해 무분별한 의료 소송이 증가하고 있는 데 대한 부담감이다. 설문조사에서 4년 차 전공의 및 전임의의 약 50%가 ‘수련 이후 분만을 담당하지 않겠다’고 답한 이유도 여기 있다. 분만 과정에 의사들도 예측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의사 과실이 없을 경우 분만을 담당한 의료인에게 면책권을 주고 사고를 당한 산모와 가족에게는 국가가 적정한 수준의 보상을 책임지는 제도가 정말 시급하다. 지금 당장 정부가 해결하지 않으면 분만취약지가 늘어 결국 모성 사망률의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고위험 임신 다빈도 입원 질환 11년 만에 약 4배 증가”
“과다출혈이 가장 위험… 모성사망 원인 1위”
구로병원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의 이유 있는 성공
“분만 인프라 살리려면 의료 소송 부담 줄여야”
저출생 문제로 국가의 존립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202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출생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더욱 심각한 점은 하향하는 출산율과는 반대로 임산부와 태아에게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고위험 임신’의 빈도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2009년 국내 고위험 임산부 중 8대 다빈도 입원 질환(조기 진통, 조기 양막 파열, 자궁경관무력증, 분만 후 출혈, 전치태반, 임신 중 당뇨병, 임신중독증, 양수 과소증 및 과다증)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전체 분만의 6.3%(2만7223명)를 차지했지만 2020년에는 24.1%(6만5974명)로 11년 만에 4배 가까이 증가했다.
과연 고위험 임신은 무엇이며 어떻게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위험 임신 치료 분야의 명의이자 현재 서울 서남권역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오민정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만났다. 대한모체태아의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오 교수는 고위험 임신 증가 상황에 대해 “국내의 경우 저출산에 따른 산모의 노령화, 임신 합병증 증가, 난임 증가, 늘어나는 인공임신술로 인한 다태아 증가, 조산 등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과다출혈 예방·대처법
‘고위험 임신’이란?
“임산부와 태아에 나쁜 임신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정상 임신에 비해 높은 임신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임신 전 당뇨병, 중증 고혈압, 심장병, 신장병, 자가면역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상태에서의 임신이나 35세 이상의 고령 임신, 체질량 지수 30 이상의 고도비만 임산부, 임신 기간 중 임산부 및 태아에게 영향을 끼치는 질환이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임신성당뇨, 임신중독증(임신성고혈압), 조기 진통, 자궁경관무력증, 전치태반 등이 그것이다. 이전 임신에서 기형이나 유전적 이상이 동반된 아기를 출산한 적이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산모의 대처법은?
“당뇨병, 중증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는 임산부들은 우선 임신 계획 단계부터 본인의 상태가 현재 임신 가능한 상황인지 담당 의사와 상담하고, 현재 복용 중인 약물을 임신 중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변경해 전반적으로 몸의 상태를 좋게 만든 후 임신을 시도할 것을 권한다. 만약 임신이 됐다면 즉시 본인의 기저질환과 관련해 임신 중 발생 가능한 위험을 확인하고 대처하기 위해 산부인과와 기저질환 진료과의 협진이 가능한 3차 병원 진료를 계획할 필요가 있다.”
고도비만 임산부의 경우는?
“임신 전 최대한 체중 감량을 시도하는 게 좋다. 임신 중에도 저체중이나 정상 체중인 여성보다 체중이 적게 늘도록 하는 것이 합병증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심한 자궁선근증이나 자궁근종이 있다면?
“자궁내막 조직이 정상 위치를 벗어나 비정상적으로 자궁 근육층을 침범해 자궁의 크기가 커지는 자궁선근증이나 자궁에 생기는 양성종양인 자궁근종이 있는 임산부는 유산이나 조기 진통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고, 출산 시에도 산후출혈의 위험이 있어 임신 기간 중 경과를 잘 지켜보아야 한다. 자궁근종의 경우 임신 기간 중 2차 변성으로 통증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심한 경우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전치태반은 무엇인가?
“태반은 보통 자궁경부 쪽이 아닌 자궁 기저부에 착상하게 되는데, 자궁경부의 바로 위쪽 즉 자궁경부의 입구를 태반이 막고 있는 상태가 전치태반이다. 이런 경우 약한 진통이 있다든지 여러 이유로 변화가 생기면 태반이 떨어지면서 엄청나게 많은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전치태반 임산부는 만일을 대비해 수혈과 혈관 색전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는 게 좋다.”
그 외 고위험 임신의 예방법은?
“이전 임신에서 유전자 이상 신생아를 출산했거나 기형아 출산 경험이 있는 경우 첫째 아기의 유전적 이상에 대한 상담과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만약 재발의 위험이 있다면 빠른 시기에 유전자 검사와 정밀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한다. 또 이전 임신에서 임신중독증, 임신성당뇨 병력이 있는 경우 혈압, 단백뇨의 발생 여부에 대한 확인과 예방적 아스피린 사용, 임신이 확인된 이후 이른 시기에 임신성당뇨 검사를 해야 한다.”
고위험 임신 중 가장 위험한 경우는?
“산모에게는 산후출혈인데, 선진국에서도 모성사망의 가장 큰 원인이다. 그 외에 혈전으로 인한 색전증이나 양수색전증은 전혀 발생을 예측할 수 없으며 갑작스러운 환자 사망으로 진행될 수 있어 위험하다. 태아는 임신 중 태반이 자궁에서 미리 분리되는 태반조기박리나 탯줄이 자궁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탯줄탈출이 발생할 경우 태아에게 가는 산소 전달이 차단돼 사망할 수도 있다.”
임산부 과다출혈의 원인은?
“산후출혈이 심할 때는 불과 1시간 안에 저혈압성 쇼크에 빠질 만큼 많은 피가 나온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과다출혈의 가능성이 있다면 분만 전에 충분한 대비가 중요하다. 과다출혈의 가장 흔한 원인은 자궁수축부전으로, 태반이 분리돼 자궁 밖으로 나온 후 자궁 근육의 수축이 잘되지 않아 생긴다. 주로 쌍태아나 양수과다증, 거대아 등으로 자궁이 많이 늘어나 있는 경우 발생한다. 태반이 자궁경부를 막고 있는 전치태반이나 자궁근종, 자궁선근증이 심해서 자궁수축에 지장을 주는 경우도 있다. 특히 최근 제왕절개수술이 늘면서 크게 증가한 유착태반도 과다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심할 경우 자궁절제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고위험 임신 치료의 핵 ‘협진’
고위험산모의 상급종합병원 내원 시기는?
“임신 전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신장병, 자가면역질환 등 산모에게 중증의 내과적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임신 기간 다른 과와 협진이 필수적이므로 가급적 초기부터 상급종합병원에 가는 게 좋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의 경우 임신 중반 이후 태아 성장의 이상이나 임신중독증과 같이 산모 상태에 변화가 있으면 진료 중인 산부인과 의사의 의견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으로 옮기면 된다. 전치태반처럼 수술이 필요하거나 분만에 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임신 34주 정도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의료진이 응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산 가능성이 있어 병원을 급히 옮길 경우에는 신생아중환자실에 인공호흡기, 인큐베이터 등 여러 장비를 미리 준비해야 하므로 병원 간 연락을 통해 앞서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고위험신생아란?
“조산아(37주 미만), 저체중 출생아(2.5kg 이하), 출생 과정이나 자궁 외 생활 적응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질병에 걸릴 위험과 사망 위험이 높은 신생아, 다양한 신경학적 및 심혈관 위험 요인이 있는 신생아를 가리킨다. 조산아의 경우 최근 발표된 ‘신생아중환자실 적정성평가’ 결과에 따르면 그 비율이 2020년 8.5%에서 2022년 9.7%로 증가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1500만 명의 아기가 이른둥이로 태어나며, 숫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고위험신생아가 증가하는 원인은?
“국내의 경우 저출산에 따른 산모의 노령화 및 임신 합병증 증가, 난임 증가와 이에 따른 인공임신술에 의한 다태아 증가, 조산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고위험신생아의 치료는?
“고위험신생아 대부분은 조산아인데, 출생 당시 체중과 조산 시기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특히 분만 시기가 이를수록, 출생 당시 체중이 작을수록 체온 조절이 어려워 저체온증이나 고체온증이 쉽게 발생할 수 있어 인큐베이터 관리가 필요하다. 조산아는 폐 발달이 미숙하고 자발적 호흡이 충분하지 않아 출생 직후부터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할 수 있고, 퇴원 후에도 산소 치료를 계속해야 할 수 있다. 34주 미만의 조산아라면 경구 수유가 어려워 위장관 튜브를 통해 영양분을 공급하고, 출생 직후에는 경정맥 영양수액으로 영양분을 공급한다. 1.5kg 미만의 미숙아라면 평균 60∼80일가량 입원 치료를 하게 된다.”
고위험신생아 치료 시설은 충분한가?
“최근 발표된 ‘2022년 신생아중환자실 적정성평가’ 결과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진료 중인 신생아중환자실은 86곳이다.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한 아이는 신생아 전문의 1명이 결코 살려낼 수 없다. 위험도가 높은 신생아일수록 타과와의 협진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협진의 접근성, 신속성, 정밀성이 얼마나 우수하냐에 따라 아이의 치료 경과가 달라진다.
하지만 가장 필수적인 협진과라고 할 수 있는 소아외과와 소아심장과 둘 다 갖추어진 곳은 30%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중증도가 높은 고위험신생아들은 모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설로 전원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런 시설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선진국에 비해 신생아 전원과 안전하고 신속한 이송 체계 또한 잘 갖추어졌다고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앞으로 소아 관련 전공의, 전문의가 줄면 이런 고위험신생아를 돌보기 위한 협력체계가 잘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신생아중환자실 평가 3회 연속 1등급
서울 서남권역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은 2019년 2월 서울 서남권역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로 지정돼 권역 내 고위험 임산부의 임신부터 출산 이후까지 산모 및 태아, 신생아를 집중 치료하고 있다. 서울 서남권역 내 거점병원으로, 전체 분만 중에서 고위험 분만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으로 매우 높다. 신생아중환자실은 현재 신생아 세부 전문의 2명을 포함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중심으로 하루 24시간, 365일 운영하고 있으며 초극소·저체중 미숙아부터 만삭아까지 다양한 신생아 환자군을 진료 중이다.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 후 아기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소아청소년과 각 분과 및 소아외과, 안과, 이비인후과 등 타과와의 유기적인 협진으로 최상의 신생아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신생아중환자실 적정성평가’에서도 1등급을 받아 3회 연속 1등급을 획득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통합치료센터만의 장점은?
“고위험산모를 담당하는 산과와 신생아중환자실을 책임지는 신생아분과 및 소아청소년과 내 여러 분과, 소아외과 의료진, 응급 상황에서 마취과와 수술실, 색전술을 담당하는 영상의학과 인터벤션팀 등의 팀워크이다. 특히 신생아분과 의료진과 매주 주산기 미팅을 통해 정기적으로 입원 산모와 신생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또 응급환자가 오면 수시로 연락하면서 환자에게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드리고자 최선을 다한다. 개인적으로는 중환이 있을 때 모두가 한꺼번에 달려드는 우리 산과 선생님들과 언제라도 연락하면 바로 뛰어와 위험한 아기를 봐주는 신생아분과 선생님들에게 정말 고마움을 느낀다.”
병원 측의 적극적인 지원도 있었다던데.
“2023년 대대적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신생아중환자실이 크게 확장돼 감염 관리 기능이 강화됐다. 고위험산모 집중치료실 공간도 재배치, 확장돼 산모와 태아의 집중치료뿐 아니라 장기 입원 산모들에게 좀 더 편안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센터 내 분만 전용 수술실과 인터벤션실도 추가로 증설돼 응급 상황에 보다 신속한 대처가 가능해졌다.”
고위험 임신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고위험산모는 하루가 다르게 느는데 분만 인프라는 빠르게 붕괴되는 현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 실제 분만을 담당하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분만과 관련해 무분별한 의료 소송이 증가하고 있는 데 대한 부담감이다. 설문조사에서 4년 차 전공의 및 전임의의 약 50%가 ‘수련 이후 분만을 담당하지 않겠다’고 답한 이유도 여기 있다. 분만 과정에 의사들도 예측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의사 과실이 없을 경우 분만을 담당한 의료인에게 면책권을 주고 사고를 당한 산모와 가족에게는 국가가 적정한 수준의 보상을 책임지는 제도가 정말 시급하다. 지금 당장 정부가 해결하지 않으면 분만취약지가 늘어 결국 모성 사망률의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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