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반만에 美 연준 금리 확 낮췄다는데…그래서 내 대출금리는?
뉴스1
입력 2024-09-20 07:01 수정 2024-09-20 07:02
시장금리에 선반영에도 은행들 가산금리 올려 체감금리 높아져
금리 내려도 가계대출 늘면 대출문 더 좁아질 듯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4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기축통화국의 통화 정책 변화로 국내 기준금리 인하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은 ‘내 대출금리가 낮아질지’에 쏠리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시장금리 반영된 상황이라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한국의 경우, 가계대출 증가세로 고강도 대출규제에 나선 상황이라 국내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예측도 어렵다. 미국이 2020년 전대미문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펼친 ‘제로금리’ 정책에 이어 2022년 5%대까지 올린 ‘고금리’에 종지부를 찍고 드디어 금리인하 사이클에 접어들었지만 국내는 개인 금융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금리부담 완화는 여전히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strong>◇이미 시장금리에 선반영…은행들 자체 금리 올려 효과 상쇄
</strong>
미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연방기금금리를 5.25~5.5%에서 4.75~5.0%로 0.5%포인트(p) 낮췄다. FOMC는 연내에 0.5%p 추가로 금리 인하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미국이 통화정책을 선회함에 따라 자연스레 국내 통화당국의 기조도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고금리에 시달려온 국내 차주들의 바람도 컸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시장금리에 반영돼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와 금융채 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돼 하락세를 보여왔다. 우선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8월 신규취급 기준 코픽스는 3.36%p로 지난 연말 3.84% 대비 0.48%p 줄었다.
고정형 주담대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도 이달 13일 평균 3.145%로 집계돼 지난해 연말 3.705%에서 0.65%포인트 떨어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인하가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어서 시장금리가 FOMC 결정 때문에 크게 변화하지는 않을 것 같다”라며 “당장의 영향이 있기보다는 시간을 길게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의 경우, 가산금리 인상을 통해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고 있어 체감금리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를 줄이기 위한 금리 인상 릴레이가 벌어졌다. 실제 올해 하반기 들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에서만 가산금리 조정 등의 방법으로 20여차례 대출 금리를 인상했다.
19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6개월 변동형(신규 코픽스)은 이날 기준 4.56~6.67%, 주담대 5년 고정형(혼합·주기형)은 이날 3.61~6.01%로 나타났다. 연초 변동형은 4.51~6.23%, 고정형은 3.30~5.33% 수준이었는데 오히려 금리가 올라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미 연준에 뒤따라 곧바로 10월 기준금리를 인하라더라도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가계대출 옥죄기 기조를 고수하는 한 은행들이 가산금리 조정 등을 통해 현장 창구 금리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당국에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을 관리하는 것에 대해 ‘부적절하다’며 브레이크를 건 만큼 관련 조치가 대대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는 않은 상황이다.
<strong>◇가계부채 증가세에 기준금리 인하 여전히 ‘신중론’</strong>
국내 통화당국이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을 곧바로 따라갈 수 있을지도 아직 미지수다. 국내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대출의 가파른 증가세가 통화정책 피벗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리 동결을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가 너무 늦어지면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성장 모멘텀 약화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현 상황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할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인하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당장 금리를 내리기에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가 부담이 된다는 말이다. 국내 금융권 가계대출액은 지난 4월부터 매달 4조 원 이상 증가하다 지난 8월 9조 8000억 원가량 늘며 큰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정부는 ‘엄격한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유지하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대출 억제책을 내놓았다. 올해 금통위 10월과 11월 두차례 남아 있는데 정부의 가계대출 정책의 효과가 드러난 이후에야 기준금리 방향성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대출 금리가 낮아지겠지만 대출문이 넓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준금리 인하가 확정되면 가계대출 증가에 선제 대응하는 차원에서 은행들이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 실제 국내 은행들은 최근 2주택 이상 구입 목적의 대출을 제한하는 등 연이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비가격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정부도 금리 인하기 돌입에 앞서 가계부채가 증가할 경우를 대비해 추가적인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전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는 8.8 부동산 공급 대책 추진을 가속화하면서, 주택시장이 과열되거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추가적 관리 수단을 적기에 과감하게 시행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금리 내려도 가계대출 늘면 대출문 더 좁아질 듯
서울 용산구의 시중은행 ATM 기기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2024.9.11/뉴스1 ⓒ News1 유수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4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기축통화국의 통화 정책 변화로 국내 기준금리 인하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은 ‘내 대출금리가 낮아질지’에 쏠리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시장금리 반영된 상황이라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한국의 경우, 가계대출 증가세로 고강도 대출규제에 나선 상황이라 국내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예측도 어렵다. 미국이 2020년 전대미문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펼친 ‘제로금리’ 정책에 이어 2022년 5%대까지 올린 ‘고금리’에 종지부를 찍고 드디어 금리인하 사이클에 접어들었지만 국내는 개인 금융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금리부담 완화는 여전히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strong>◇이미 시장금리에 선반영…은행들 자체 금리 올려 효과 상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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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연방기금금리를 5.25~5.5%에서 4.75~5.0%로 0.5%포인트(p) 낮췄다. FOMC는 연내에 0.5%p 추가로 금리 인하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미국이 통화정책을 선회함에 따라 자연스레 국내 통화당국의 기조도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고금리에 시달려온 국내 차주들의 바람도 컸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시장금리에 반영돼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와 금융채 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돼 하락세를 보여왔다. 우선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8월 신규취급 기준 코픽스는 3.36%p로 지난 연말 3.84% 대비 0.48%p 줄었다.
고정형 주담대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도 이달 13일 평균 3.145%로 집계돼 지난해 연말 3.705%에서 0.65%포인트 떨어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인하가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어서 시장금리가 FOMC 결정 때문에 크게 변화하지는 않을 것 같다”라며 “당장의 영향이 있기보다는 시간을 길게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의 경우, 가산금리 인상을 통해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고 있어 체감금리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를 줄이기 위한 금리 인상 릴레이가 벌어졌다. 실제 올해 하반기 들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에서만 가산금리 조정 등의 방법으로 20여차례 대출 금리를 인상했다.
19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6개월 변동형(신규 코픽스)은 이날 기준 4.56~6.67%, 주담대 5년 고정형(혼합·주기형)은 이날 3.61~6.01%로 나타났다. 연초 변동형은 4.51~6.23%, 고정형은 3.30~5.33% 수준이었는데 오히려 금리가 올라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미 연준에 뒤따라 곧바로 10월 기준금리를 인하라더라도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가계대출 옥죄기 기조를 고수하는 한 은행들이 가산금리 조정 등을 통해 현장 창구 금리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당국에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을 관리하는 것에 대해 ‘부적절하다’며 브레이크를 건 만큼 관련 조치가 대대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는 않은 상황이다.
<strong>◇가계부채 증가세에 기준금리 인하 여전히 ‘신중론’</strong>
국내 통화당국이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을 곧바로 따라갈 수 있을지도 아직 미지수다. 국내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대출의 가파른 증가세가 통화정책 피벗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리 동결을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가 너무 늦어지면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성장 모멘텀 약화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현 상황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할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인하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당장 금리를 내리기에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가 부담이 된다는 말이다. 국내 금융권 가계대출액은 지난 4월부터 매달 4조 원 이상 증가하다 지난 8월 9조 8000억 원가량 늘며 큰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정부는 ‘엄격한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유지하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대출 억제책을 내놓았다. 올해 금통위 10월과 11월 두차례 남아 있는데 정부의 가계대출 정책의 효과가 드러난 이후에야 기준금리 방향성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대출 금리가 낮아지겠지만 대출문이 넓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준금리 인하가 확정되면 가계대출 증가에 선제 대응하는 차원에서 은행들이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 실제 국내 은행들은 최근 2주택 이상 구입 목적의 대출을 제한하는 등 연이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비가격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정부도 금리 인하기 돌입에 앞서 가계부채가 증가할 경우를 대비해 추가적인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전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는 8.8 부동산 공급 대책 추진을 가속화하면서, 주택시장이 과열되거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추가적 관리 수단을 적기에 과감하게 시행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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