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유럽 주방을 점령하다”… 삼성-LG 독주에 하이얼 도전장

밀라노=곽도영 기자

입력 2024-04-18 03:00 수정 2024-04-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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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디자인 위크] 주방가전 전시장 ‘유로쿠치나’ 가보니
삼성 AI냉장고, 재료 맞춰 요리 추천… 음성지시로 작동하는 세탁건조기도
LG, ‘AI 끓음알림’ 기능 인덕션 공개… 레시피 130여개 내장 오븐도 선보여
하이얼, 빌트인 커피머신 틈새 공략


16일(현지 시간) 개막한 ‘밀라노 디자인 위크(MDW) 2024’ 현장에서 인공지능(AI) 주방 가전 대전이 펼쳐졌다. 삼성전자(위쪽 사진)는 ‘비스포크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LG전자(가운데 사진)는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오븐’을 각각 선보였다. 하이얼도 AI 기능이 탑재된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을 대거 공개했다. 각 사 제공·밀라노=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말 알아듣는 세탁기, 양파 알아보는 냉장고, 수프 안 넘치게 스스로 조절하는 인덕션….’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16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막을 올린 세계 최대 디자인·가구 전시회 ‘밀라노 디자인 위크(MDW) 2024’의 주방 가전 부문 전시장 ‘유로쿠치나’ 개막 현장을 관통한 건 단연 인공지능(AI)이었다. 주방 가전에서 AI는 이미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 AI가 점령한 부엌… 7월 빅스비에 생성형 AI 적용

이날 삼성전자 부스에서는 현지 미슐랭 셰프 안드레아 베르톤의 쿠킹쇼가 펼쳐졌다. 셰프가 ‘비스포크 AI 패밀리 허브’ 냉장고에 레몬과 감자를 넣자 냉장고 전면 디스플레이에 ‘레몬소스 대구와 감자 요리’ 레시피가 추천 메뉴로 떠올랐다. 이 레시피는 테이블 위의 인덕션으로 자동 전송됐고, 셰프는 인덕션 위 화면을 보며 재료를 썰어 냄비에 넣었다. 베르톤 셰프는 “이미 삼성의 빌트인 가전들을 레스토랑에서 쓰고 있다”며 “누구나 정확하고 쉽게 요리할 수 있는 시대”라고 말했다.

현장에 전시된 일체형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는 안내 직원의 음성 지시에 따라 작동됐다. “하이 빅스비, 오픈 더 도어(문 열어줘)”라고 말하자 문이 스르르 열렸고, “AI 맞춤코스 시작해”라고 시키니 바로 빨래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AI도 7월부터 빅스비에 도입할 예정이다. 단순한 지시 수준을 넘어 가전과 자연스러운 일상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 되는 것이다. AI가 기존에 학습된 말이 아니어도 이를 알아듣고, 이전의 대화도 기억해 반영한다.

모든 영역에 시트 코일을 깔아 화구 경계를 없앤 ‘애니플레이스 인덕션’도 주목받았다. 냄비를 아무 데나 올려놓자 상판 디스플레이에 냄비의 정확한 위치와 크기가 떠올랐고, 냄비를 움직이자 디스플레이에 있는 표상도 따라 움직였다.

LG전자도 화구 경계를 없앤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프리존 인덕션’ 제품을 이날 최초로 공개했다. AI가 음식의 점도 등을 감지해 끓는 정도를 파악하고 물이나 수프, 소스 등이 넘치는 것을 막아 주는 ‘AI 끓음 알림’ 기능이 탑재됐다. 오븐 내부의 AI 카메라가 재료를 식별해 130개 이상의 레시피를 추천하는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오븐’ 신제품도 유럽 시장에 처음 선보였다.

아마존 알렉사를 통해 음성으로 코스를 선택하는 보슈의 신제품 오븐과, 손잡이를 없애 센서로 문을 열게 한 밀레의 빌트인 가전 등 현지 강자들의 AI 기술들도 눈길을 끌었다. 미국 월풀은 온도 변화를 감지해 화력을 조절해 주는 ‘히트 컨트롤 인덕션’을 선보였다.


● “1번 경쟁자는 中, 그중에서도 하이얼”

이날 삼성전자, LG전자의 부스와 나란히 어깨를 맞댄 중국 가전기업 하이얼의 부스에도 현지 관람객이 꽉 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과거 가격 경쟁력을 앞세웠던 중국 업체들은 이제 기술력과 디자인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날 하이얼은 인오븐(in-oven) 카메라 ‘바이오닉 비전’ 기술과 냉장고 속 재고를 파악하고 인덕션을 켜고 끄는 등 연결성을 높인 ‘hOn’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였다. 디자인 면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 ‘아이디’의 빌트인 냉장고와 식기세척기에 어두운 컬러의 글래스 소재를 택해 통일성과 고급스러움을 추구했다. 삼성과 LG 부스엔 없던 빌트인 커피 머신 시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이얼은 인수합병(M&A)을 통해 해외 시장에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하이얼은 최근 수년간 일본 산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 부문, 뉴질랜드 피셔&파이클 등 현지 가전기업들을 사들였다. 이날 전시장에서도 2019년 인수한 이탈리아 현지 기업 캔디의 부스를 바로 옆에 차려놨다. 알레산드로 안티코 캔디 매니저는 “하이얼은 캔디의 디자인 정체성과 현지 유통망을, 캔디는 하이얼의 앞선 기술을 가져올 수 있었다. 서로 윈윈”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우리가 가장 신경 써야 할 1번 경쟁자는 중국 업체, 그중에서도 하이얼”이라며 “과거 우리가 했던 성공 방정식을 상당히 많이 구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은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이 있고, 후발 업체인 만큼 일단 시장에 기술을 선보인 뒤 문제를 고쳐 나가는 식으로 공격적으로 영업한다”고 평가했다.



밀라노=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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