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AI, 인간의 노화 멈추는 법도 알려줄 것”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4-04-22 03:00 수정 2024-04-2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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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첫 호암공학상 이수인 교수
“수학 좋아해 머신러닝에 푹 빠져
XAI, 예측 결과의 원인까지 설명
임상-바이오 접목해 치료-예방 도전”


‘2024 삼성호암상’ 공학상을 받은 이수인 워싱턴대 교수. 여성이 공학상을 수상한 것은 이 교수가 처음이다. 워싱턴대 제공

“학창 시절 수학에 미쳐 있었어요. 생물이나 화학은 외워야 하는 게 많아서 저에게는 맞지 않았습니다. 저는 법칙에 기초한 것을 좋아했어요. 그렇기에 머신러닝을 좋아하는 걸지도 몰라요.”

호암재단이 주는 ‘2024 삼성호암상’ 공학상을 여성 최초로 수상한 이수인 워싱턴대 컴퓨터과학·공학과 교수(44)는 15일 줌으로 한 인터뷰에서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머신러닝은 인공지능(AI)의 한 분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을 하고 예측을 수행하는 기술을 뜻한다. AI가 잘못된 데이터로 학습하다 보면 예측이 잘못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AI가 왜 그런 예측을 했는지 풀어내는 ‘설명 가능한 AI(XAI)’ 연구를 통해 AI의 신뢰성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았다.

XAI를 설명해 달라고 하자 이 교수는 은행 대출을 예로 들었다. “은행이 특정인에게 대출을 해줄지 말지 AI에 물으면 전통적인 AI에서는 ‘못 갚을 확률 80%’처럼 결과값만 나온다. 하지만 XAI는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설명해 준다. 수입 부족, 낮은 신용등급, 어린 나이 등 이유를 정확히 수치화해 제시한다.”

이 교수는 자신을 ‘국가적인 과학 집중 교육의 수혜자’라고 표현했다. 서울과학고를 2년 만에 수료하고 KAIST에 입학해 3학년 때부터 논문을 내는 등 한국적 교육이 자신에게 큰 기회를 줬다고 했다. 박사 학위를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받은 그는 “미국 교육은 토론 중심이었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그 근거를 대는 게 몸에 배어 있었다. 한국 학생들은 수학에 강했지만 토론에선 조금 밀렸다”고 회고했다. 한미 교육 방식 중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편견’과도 싸워야 했다. 그는 “미국에서 교수가 된 이후 여자이면서 동양인이라는 점에서 학생들이 저를 다르게 봤다”며 “연구 발표를 하려고 사람들 앞에 섰을 땐 처음부터 무시를 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공학 분야에 바이오, 의학을 접목한 연구를 하고 있다. 학부 시절까지만 해도 생물학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스탠퍼드대 유학 당시 ‘유전자 발현 데이터’ 같은 생물학적 빅데이터를 접하면서 생물학에 매력을 느꼈다. 교수가 된 이후에는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이 이 교수의 연구실에 들어오면서 임상의학까지 관심 범위를 넓혔다.

지금은 AI와 생물학적 빅데이터를 접목해 생명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임상의학에 XAI를 적용한다면 의료진에게 대처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수술 환자가 5분 후 저산소증에 이를 것이라고 AI가 예측했다면, XAI는 의료진에게 원인은 혈압 수치 때문이라고 설명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계획을 묻자 노화와 알츠하이머 문제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그는 “AI로 임상 정보를 분석하면 어떤 요소가 병에 기여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럼 반대로 어떤 요소가 병을 멈추게 하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XAI 기술을 적용해 생물학적인 나이를 예측하고 나이에 영향을 미친 요소들을 밝혀 궁극적으로 노화 억제를 위한 발견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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