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포수 옆에서 경기 보는 느낌… 1대 468만원 비싼 가격 단점
뉴욕=김현수 특파원
입력 2024-02-05 03:00 수정 2024-02-05 03:03
애플 MR헤드셋 ‘비전프로’ 써보니
뉴욕 맨해튼 체험장 고객들 긴 줄
팀 쿡 “내일의 기술을 오늘 체험”
아이맥스 영화보다 생생한 영상… 600g 무게에 눌려 머리 어질할 정도
“이 정도일 줄 몰랐어요. 생일파티 영상을 보며 추억 속으로 되돌아간 기분이었어요. 이걸로 업무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있는 애플스토어. 매장 직원이 15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인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Vision Pro)’를 눈을 반짝이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스키 고글처럼 생긴 비전프로는 여러 대가 진열돼 있었지만, 실제 체험은 직원과 일대일로만 가능해 고객들의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30분당 약 30명씩 체험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날 아침 일찍 와 체험(데모)에 성공했다는 제프리 씨는 “내 눈이 움직이는 대로 앱이나 사진이 선택되는 게 너무 신기했다”면서 “뭣보다 영상이 너무 현실적이라 놀랐다. 가격만 싸면 바로 샀을 것”이라며 흥분했다. 비전프로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는 가격은 미국 기준 3499달러(약 468만 원)부터 시작된다.
2일 기다리다가 체험에 실패한 뒤 3일 오전 예약 시간에 맞춰 다시 매장을 찾았다. 주말이었지만 전날에 비해 비교적 한산했다. 일단 비전프로를 써보니 눈앞에 있던 애플 매장에 안녕(Hello)이란 하얀 글씨가 떴다. 아이폰 화면처럼 앱이 둥둥 떠 있는 느낌이었다. “사진 앱을 쳐다보라”는 직원 말대로 눈길을 주니, 마우스 커서를 갖다 댄 듯 앱이 선택됐다.
일반 사진은 그냥 큰 프로젝션 화면을 틀어놓은 느낌이라 감흥이 크진 않았다. 하지만 아이폰15 프로부터 찍을 수 있는 3차원(3D) 같은 ‘공간 영상’을 선택하자 절로 탄성이 나왔다. 생일 파티 영상이었는데, 마치 당일 식탁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또 바닷가 같은 자연풍광 사진을 ‘이머시브(체험적인)’ 모드로 전환하고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하니, 사진 속 현장으로 순간 이동해 들어가는 기분을 선사했다.
맞춤 제작된 이머시브 영상은 비전프로의 ‘게임 체인저’라 부를 수 있다. 웬만한 아이맥스 영화가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위아래 옆 어디를 봐도 분명 영상 속에 직접 있는 것 같았다. 축구 경기에서 선수들을 따라 뛰며 보고, 야구장에선 포수 옆에서 생생하게 경기를 즐겼다. 코뿔소가 돌진해 다가오는 영상에선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젓기도 했다.
최근 아이폰의 중국 판매 부진과 인공지능(AI) 열세로 경고등이 켜진 애플은 비전프로로 ‘혁신’의 아이콘 지위를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왔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뉴욕 5번가 매장을 직접 찾아와 아침부터 줄을 선 고객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어주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는 비전프로를 두고 “내일의 기술을 오늘 체험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전프로가 무거운 무게와 비싼 가격을 넘어서 새로운 ‘아이폰 모멘트’가 될지는 아직 단언하기 힘들다. 30분 체험인데도 600g이란 무게에 눌려 머리가 어질할 정도였다. “무거워서 오래 쓰기 힘들다”고 토로하자 한 직원 역시 “개인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불평하는 이들이 여럿 있었다”고 답했다.
가격은 두고두고 구매가 망설여지는 걸림돌이다. 최소가는 468만 원이나 옵션을 추가하면 500만 원도 훌쩍 넘을 것으로 알려졌다. 컴퓨터가 통째로 들어간 헤드셋이라지만, 혼합현실 키보드로 글씨를 쓰기엔 오타가 많은 점도 개선할 대목이다. 아직은 아이폰15 프로 사용자가 만드는 영상이나 전용 앱 영상 외에 어떤 활용도가 있는지도 의문이 들었다.
애플은 향후 미국프로농구(NBA)와 협력해 비전프로용 농구 앱을 만드는 등 전용 앱 생태계 확보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생생한 영상 속에서 홀로 농구를 보는 것이 좋을지, 평범한 TV 화면이라도 친구, 가족과 함께하는 게 여전히 힘을 가질지 미래가 궁금해졌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뉴욕 맨해튼 체험장 고객들 긴 줄
팀 쿡 “내일의 기술을 오늘 체험”
아이맥스 영화보다 생생한 영상… 600g 무게에 눌려 머리 어질할 정도
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애플스토어를 찾은 고객들이 스키 고글처럼 생긴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를 체험해 보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최초의 공간 컴퓨터”라 부른 비전프로는 착용자가 영상 혹은
사진 속에 실제로 들어간 듯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이 정도일 줄 몰랐어요. 생일파티 영상을 보며 추억 속으로 되돌아간 기분이었어요. 이걸로 업무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있는 애플스토어. 매장 직원이 15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인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Vision Pro)’를 눈을 반짝이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스키 고글처럼 생긴 비전프로는 여러 대가 진열돼 있었지만, 실제 체험은 직원과 일대일로만 가능해 고객들의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30분당 약 30명씩 체험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날 아침 일찍 와 체험(데모)에 성공했다는 제프리 씨는 “내 눈이 움직이는 대로 앱이나 사진이 선택되는 게 너무 신기했다”면서 “뭣보다 영상이 너무 현실적이라 놀랐다. 가격만 싸면 바로 샀을 것”이라며 흥분했다. 비전프로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는 가격은 미국 기준 3499달러(약 468만 원)부터 시작된다.
● 쓰는 순간, 축구장에서 바닷가로 ‘순간이동’
2일 기다리다가 체험에 실패한 뒤 3일 오전 예약 시간에 맞춰 다시 매장을 찾았다. 주말이었지만 전날에 비해 비교적 한산했다. 일단 비전프로를 써보니 눈앞에 있던 애플 매장에 안녕(Hello)이란 하얀 글씨가 떴다. 아이폰 화면처럼 앱이 둥둥 떠 있는 느낌이었다. “사진 앱을 쳐다보라”는 직원 말대로 눈길을 주니, 마우스 커서를 갖다 댄 듯 앱이 선택됐다.
일반 사진은 그냥 큰 프로젝션 화면을 틀어놓은 느낌이라 감흥이 크진 않았다. 하지만 아이폰15 프로부터 찍을 수 있는 3차원(3D) 같은 ‘공간 영상’을 선택하자 절로 탄성이 나왔다. 생일 파티 영상이었는데, 마치 당일 식탁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또 바닷가 같은 자연풍광 사진을 ‘이머시브(체험적인)’ 모드로 전환하고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하니, 사진 속 현장으로 순간 이동해 들어가는 기분을 선사했다.
맞춤 제작된 이머시브 영상은 비전프로의 ‘게임 체인저’라 부를 수 있다. 웬만한 아이맥스 영화가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위아래 옆 어디를 봐도 분명 영상 속에 직접 있는 것 같았다. 축구 경기에서 선수들을 따라 뛰며 보고, 야구장에선 포수 옆에서 생생하게 경기를 즐겼다. 코뿔소가 돌진해 다가오는 영상에선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젓기도 했다.
● 너무 무거워서 어질… 가격도 비싸
최근 아이폰의 중국 판매 부진과 인공지능(AI) 열세로 경고등이 켜진 애플은 비전프로로 ‘혁신’의 아이콘 지위를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왔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뉴욕 5번가 매장을 직접 찾아와 아침부터 줄을 선 고객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어주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는 비전프로를 두고 “내일의 기술을 오늘 체험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전프로가 무거운 무게와 비싼 가격을 넘어서 새로운 ‘아이폰 모멘트’가 될지는 아직 단언하기 힘들다. 30분 체험인데도 600g이란 무게에 눌려 머리가 어질할 정도였다. “무거워서 오래 쓰기 힘들다”고 토로하자 한 직원 역시 “개인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불평하는 이들이 여럿 있었다”고 답했다.
가격은 두고두고 구매가 망설여지는 걸림돌이다. 최소가는 468만 원이나 옵션을 추가하면 500만 원도 훌쩍 넘을 것으로 알려졌다. 컴퓨터가 통째로 들어간 헤드셋이라지만, 혼합현실 키보드로 글씨를 쓰기엔 오타가 많은 점도 개선할 대목이다. 아직은 아이폰15 프로 사용자가 만드는 영상이나 전용 앱 영상 외에 어떤 활용도가 있는지도 의문이 들었다.
애플은 향후 미국프로농구(NBA)와 협력해 비전프로용 농구 앱을 만드는 등 전용 앱 생태계 확보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생생한 영상 속에서 홀로 농구를 보는 것이 좋을지, 평범한 TV 화면이라도 친구, 가족과 함께하는 게 여전히 힘을 가질지 미래가 궁금해졌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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