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우고 싶을 땐 딱 2분만 다른 생각 해보세요”
김윤종 기자
입력 2018-10-04 03:00 수정 2018-10-04 03:00
[담배 이제는 OUT!]<6>금연 실패하는 심리적 이유 분석
영업직 회사원 박모 씨(45)는 1995년 대학 재학 당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처음으로 담배를 접했다. 몸이 노곤할 때 흡연을 하면 피곤과 스트레스가 풀렸다. 이후 하루에 1갑씩 20년 넘게 담배를 피웠다. 그가 금연을 시도하지 않은 건 아니다. 30대 초반에 자녀가 생기면서 담배를 끊었다. 당시 약물치료까지 받으며 독하게 흡연 욕구를 참아냈다. 하지만 실적압박으로 스트레스가 커지면서 금연 3년 만에 다시 담배를 물었다. 이후 금연→흡연→금연→흡연을 반복하고 있다.
박 씨처럼 오랜 기간 금연을 하고도 다시 흡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13년간 금연상담을 해온 윤주분 국가금연지원센터 상담사, 중독정신의학을 연구해온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금연캠프 모형을 개발한 임상심리전문가 유은승 국립암센터 정신건강클리닉 박사와 함께 박 씨의 흡연 ‘심리부검’을 통해 재흡연의 원인을 살펴봤다.
○ 니코틴 중독보다 무서운 ‘상황 갈망’
전문가들은 니코틴 중독을 넘어 여러 심리기제가 작용하면서 금연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한다. 우선 뇌과학 차원에서 분석해 보면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은 뇌 전두엽을 자극해 쾌락을 주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이 나오도록 한다. ‘생물학적 중독’이 일어나는 이유다.
문제는 ‘짝을 이룬다’는 의미의 ‘페어링(pairing)’ 학습효과로 인한 ‘상황(에피소드) 갈망’이 생물학적 중독 못지않게 흡연 욕구를 자극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흡연자마다 속칭 담배가 ‘당기는’ 상황이 있다. 누군가는 화장실에 갔을 때, 누군가는 식사 직후, 누군가는 주요 업무를 시작하거나 마쳤을 때 담배 한 개비의 욕구가 강렬해진다.
박 씨는 유독 실적보고 회의 직전 담배를 피웠다. 실적이 좋을 때도 ‘곧 회의를 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테니 담배를 피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은승 박사는 “단순 니코틴 중독은 약물을 통한 생물학적 치료가 가능하지만 박 씨처럼 담배를 피워야 하는 상황이 습관처럼 굳어지면 ‘상황 갈망’으로 인해 금연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금연클리닉에서는 흡연자의 ‘상황 갈망’을 심리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4D법’을 교육한다. 흡연 욕구가 생기면 △숨을 크게 들이쉬고(Deep Breath) △물을 마시고(Drink water) △맛있는 음식 등을 떠올리며 주의를 분산시키고(Attention Distraction) △흡연을 대처할 습관을 찾는(Do anything else) 훈련이다. 노성원 교수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흡연에 대한 갈망을 2, 3분 정도 잘 버티면 금연 성공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 담배는 결코 ‘친구’일 수 없다!
박 씨는 ‘담배는 내 친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많은 흡연자가 담배를 자신과 교감을 나누는 매개체로 생각한다. 윤주분 상담사는 “박 씨는 담배 한 개비를 피울 때 약 3분, 매일 한 갑(20개비)을 피우면서 하루 1시간을 담배와 함께 살아왔다”며 “이 과정에서 담배는 아내보다 오래전 만난 친구로, 담배에 대한 애정과 친밀감이 내면 깊숙이 자리 잡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중년이 되면 가정 내 고민이나 직장생활의 고충 등을 나눌 친구나 지인이 줄어든다.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싶은 욕구가 커지면 친구나 연인을 찾듯 다시 담배를 찾게 된다. 30대에 담배를 끊었다가 40대에 다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가 많은 이유다.
유 박사는 “담배 한 모금으로 주위가 분산돼 일시적으로 고민이 줄어든다고 느낄 뿐 실제로 흡연이 심리적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담배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가족이나 친구와 보내는 시간을 늘리거나 취미 활동을 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 장기 흡연자가 국가금연지원센터에서 마련한 4박 5일 금연캠프에 참석해 일대일 상담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니코틴 중독뿐 아니라 담배를 끊지 못하는 다양한 심리작용을 정확히 파악해야 금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국가금연지원센터 제공
“몇 번이나 헤어지려 했지만 잘 안돼 ‘참 원수 같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원수가 아니라 오래된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거 같아요.”영업직 회사원 박모 씨(45)는 1995년 대학 재학 당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처음으로 담배를 접했다. 몸이 노곤할 때 흡연을 하면 피곤과 스트레스가 풀렸다. 이후 하루에 1갑씩 20년 넘게 담배를 피웠다. 그가 금연을 시도하지 않은 건 아니다. 30대 초반에 자녀가 생기면서 담배를 끊었다. 당시 약물치료까지 받으며 독하게 흡연 욕구를 참아냈다. 하지만 실적압박으로 스트레스가 커지면서 금연 3년 만에 다시 담배를 물었다. 이후 금연→흡연→금연→흡연을 반복하고 있다.
박 씨처럼 오랜 기간 금연을 하고도 다시 흡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13년간 금연상담을 해온 윤주분 국가금연지원센터 상담사, 중독정신의학을 연구해온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금연캠프 모형을 개발한 임상심리전문가 유은승 국립암센터 정신건강클리닉 박사와 함께 박 씨의 흡연 ‘심리부검’을 통해 재흡연의 원인을 살펴봤다.
○ 니코틴 중독보다 무서운 ‘상황 갈망’
전문가들은 니코틴 중독을 넘어 여러 심리기제가 작용하면서 금연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한다. 우선 뇌과학 차원에서 분석해 보면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은 뇌 전두엽을 자극해 쾌락을 주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이 나오도록 한다. ‘생물학적 중독’이 일어나는 이유다.
문제는 ‘짝을 이룬다’는 의미의 ‘페어링(pairing)’ 학습효과로 인한 ‘상황(에피소드) 갈망’이 생물학적 중독 못지않게 흡연 욕구를 자극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흡연자마다 속칭 담배가 ‘당기는’ 상황이 있다. 누군가는 화장실에 갔을 때, 누군가는 식사 직후, 누군가는 주요 업무를 시작하거나 마쳤을 때 담배 한 개비의 욕구가 강렬해진다.
박 씨는 유독 실적보고 회의 직전 담배를 피웠다. 실적이 좋을 때도 ‘곧 회의를 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테니 담배를 피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은승 박사는 “단순 니코틴 중독은 약물을 통한 생물학적 치료가 가능하지만 박 씨처럼 담배를 피워야 하는 상황이 습관처럼 굳어지면 ‘상황 갈망’으로 인해 금연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금연클리닉에서는 흡연자의 ‘상황 갈망’을 심리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4D법’을 교육한다. 흡연 욕구가 생기면 △숨을 크게 들이쉬고(Deep Breath) △물을 마시고(Drink water) △맛있는 음식 등을 떠올리며 주의를 분산시키고(Attention Distraction) △흡연을 대처할 습관을 찾는(Do anything else) 훈련이다. 노성원 교수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흡연에 대한 갈망을 2, 3분 정도 잘 버티면 금연 성공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 담배는 결코 ‘친구’일 수 없다!
박 씨는 ‘담배는 내 친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많은 흡연자가 담배를 자신과 교감을 나누는 매개체로 생각한다. 윤주분 상담사는 “박 씨는 담배 한 개비를 피울 때 약 3분, 매일 한 갑(20개비)을 피우면서 하루 1시간을 담배와 함께 살아왔다”며 “이 과정에서 담배는 아내보다 오래전 만난 친구로, 담배에 대한 애정과 친밀감이 내면 깊숙이 자리 잡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중년이 되면 가정 내 고민이나 직장생활의 고충 등을 나눌 친구나 지인이 줄어든다.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싶은 욕구가 커지면 친구나 연인을 찾듯 다시 담배를 찾게 된다. 30대에 담배를 끊었다가 40대에 다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가 많은 이유다.
유 박사는 “담배 한 모금으로 주위가 분산돼 일시적으로 고민이 줄어든다고 느낄 뿐 실제로 흡연이 심리적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담배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가족이나 친구와 보내는 시간을 늘리거나 취미 활동을 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박 씨는 담배를 끊었다가 다시 피우는 일을 반복하면서 금연 자체를 포기했다. 이는 많은 흡연자가 공유하는 경험이다. 인간의 뇌는 한 번 자극에 노출되면 평생 이전 단계로 돌아갈 수 없다. 이른바 ‘기억의 저주’다. 이 때문에 금연에 성공해도 흡연에 대한 갈망은 평생 지속된다. 노 교수는 “담배를 끊은 지 5년 후에도 꿈에서 담배를 피울 정도”라며 “금연 실패를 자책하지 말아야 다시 금연에 도전하려는 의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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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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