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현대차 아이오닉 HEV ‘19.4대29.4, 평균연비 10km/ℓ의 격차’
동아경제
입력 2016-01-21 08:03 수정 2016-01-25 09:02
같은 차량을 동일한 조건에서 2명의 운전자가 번갈아 주행한 결과 A는 19.4km/ℓ를 B는 29.4km/ℓ의 평균연비를 기록했다. 둘의 차이는 서로 다른 운전법 때문으로 A는 역동적인 주행에 초점을 맞췄고, B는 철저한 연비운전에 도전했다. 뛰어난 주행성능과 최고의 연비는 쉽게 공존할 수 없음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IONIQ hybrid)’는 이런 양립할 수 없는 조건들을 만족시키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렉서스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일부 고급차 브랜드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고성능 하이브리드 개발의 콘셉트를 보급형 모델로써 과감하게 도전하고 있다.
지난 20일 현대차 최초의 친환경 전용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타고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을 출발해 경기도 파주 헤이리 마을까지 약 50.16km의 구간을 달렸다. 시승차량은 I, I+, N, N+ Q 등 5가지 트림 중 최고사양인 2755만 원짜리(세제혜택 후 기준) Q트림이다.
하위 트림들과 비교해 225/45R17 미쉐린 타이어를 장착했고, 공인연비는 복합연비 기준 20.2km/ℓ이다. 또한 7인치 대형 컬러 LCD와 운전석 10웨이 파워시트, 7인치 스마트 내비게이션이 추가됐다.현대차는 지난 14일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며 동급 세계 최고 수준의 연비, 신 하이브리드 시스템, 신형 모터 장착 및 낮은 무게중심 등으로 인한 뛰어난 주행성능, 공기의 흐름을 형상화한 외관 및 최첨단 실내 디자인, 차급을 뛰어넘는 안전 및 편의사양 적용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현대차가 강조한 부분을 중심으로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상품성을 평가해 봤다.먼저 외관은 하이브리드 특유의 미래지향적인 콘셉트를 유지했다. 전면은 현대차 고유의 헥사고날 그릴을 검정색 소재로 감싸 독창적 이미지를 구현하고 전조등은 그릴과 연결해 HID 바이펑션으로 꾸몄다. 그 아래는 면발광 형태의 주간주행등을 넣어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켰다. 또한 하단 안개등 역시 세로 모양의 LED 주간주행등을 넣었다.
후면은 해치백 형태의 트렁크와 C자형 후미등을 넣고 두툼한 하단 범퍼로 역동성을 강조하는 한편 토요타 프리우스를 연상시키는 둘로 쪼개진 유리창도 찾아 볼 수 있다. 또한 후방 공기 유동저항을 최소화한 리어스포일러 등 공력성능을 향상시키는 디자인이 적용됐다.전체적으로 그동안 봐왔던 하이브리드 차들과 유사한 모습으로 연비 개선 효과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이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공기저항계수는 오는 3월 국내 출시를 앞둔 4세대 프리우스와 동일한 0.24Cd 수준을 이뤄냈다.
차체는 전장 4470mm, 전폭 1820mm, 전고 1450mm에 휠베이스 2700mm로 아반떼에 비해 전폭과 전고가 조금 더 큰 준중형 사이즈다. 해치백 구조의 특성상 실내와 트렁크 공간 등은 세단형 보다 여유로워 실제로 작다는 느낌은 덜하다.
실내는 길고 얇은 대시보드를 적용해 넓은 느낌의 공간감을 구현하고 주요 부분에 블루 포인트 색상을 넣은 내장재를 사용해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했다. 반면 D컷 스타일의 운전대와 조작감이 우수한 변속기 레버로 역동성 역시 공존한다.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파워트레인은 하이브리드 차량 전용으로 개발한 최고출력 105마력, 최대토크 15.0kg·m의 신형 카파 1.6 GDi 엔진과 최고출력 43.5마력 최대토크 17.3kg·m의 고효율 영구자석형 모터 시스템을 탑재해 시스템 최고출력 141마력, 최대토크 27kg·m의 힘을 발휘한다. 여기에 새로운 엔진과 전기모터의 특성에 맞춰 개발된 하이브리드 전용 6단 DCT를 맞물렸다.
실제주행에서 초반 도심구간은 전기모터의 힘만으로 전기차와 같은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했다. 가속페달의 반응에 따라 적절한 순간에 개입하는 가솔린 엔진의 이질감도 이전 하이브리드 모델들 보다 한결 덜하다.중고속 영역에 이르러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다보면 조금 더디게 오르는 속도계 바늘과 엔진의 반응이 야속하다. 하지만 변속기 레버를 왼쪽으로 당겨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하면 붉게 변하는 계기판과 함께 동일한 페달량에도 조금 더 가볍게 고속주행이 가능하다.
저속과 고속에 이르기까지 변속기 반응은 일관되게 부드럽다. 듀얼클러치 특유의 울컥거림은 덜하고 우수한 직결감과 빠른 변속이 특징이다. 촘촘하게 세팅된 기어비는 80~90km/h 사이에서 이미 5단 기어와 맞물린다. 이후 줄곧 속도계 바늘이 2/3 지점을 넘기까지 동일한 단수가 유지된다. 왠만해선 6단 기어를 맛 볼 수 없었다.
주행모드는 일반 하이브리드와 변속기 레버로 선택하는 스포츠 등 2가지로 제한됐다. 일관되게 가볍운 운전대 조향감도 조절은 불가능 하다. 1410kg의 공차중량은 언덕길에선 더 없이 무겁고 고속에선 조금 아쉽게 가볍다.
커브 길에서 스포츠 모드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가장 큰 장점이다. 2열 좌석 아래에 자리한 배터리는 트렁크 공간을 넓혀 주기도 했지만 안정적인 무게중심을 잡는데 도움을 준다. MDPS 방식의 운전대는 고속 직진구간에서 가벼웠으나, 정교하지 못한 핸들링 성능은 아니었음을 커브 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후륜에 멀티링크가 도입된 서스펜션은 국도에서 안정적이고 민첩한 주행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결론적으로 조금 역동적으로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몰아붙이면 계기판의 평균연비는 처참하게 뚝뚝 떨어진다. 이런 주행을 계속하면 하이브리드의 취지가 무색하다. 반면 가속과 감속을 최소화하며 스포츠모드를 멀리하고 속도계 바늘을 일정구간에 고정시키면 꽤 만족스러운 연비도 얻을 수 있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주행성능은 이렇듯 야누스와 같은 양면을 지녔다. 하지만 바로 이 부분이 가장 큰 매력이다. 이전 보급형 하이브리드에서 볼 수 없었던 운전의 즐거움을 선택지에 넣은 것은 높게 평가될 부분이다. 하이브리드 기술을 대표하던 토요타 프리우스에서도 전에 볼 수 없던 것이라 의미는 더한다. 다만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출시되고, 국내는 오는 3월 선보일 4세대 신형 프리우스 역시 아이오닉의 이러한 제품 콘셉트와 동일한 맥락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맞대결이 기대된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I트림 2295만 원, I+트림 2395만 원, N트림 2495만 원, N+트림 2625만 원, Q트림 2755만 원이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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