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제네시스 ‘초고장력 강판의 역행’ 왜이래?
동아경제
입력 2013-12-05 08:30 수정 2013-12-05 09:05
지난달 출시된 현대자동차 신형 제네시스가 출시 일주일 만에 8000대 계약을 돌파하는 등 본격적인 인기몰이에 나섰다. 반면 인터넷에선 신차 품질을 두고 현대차의 기술력 품평회를 방불케 할 만큼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현대차는 2세대 신형 제네시스를 세계 최초로 국내시장에 출시했다. 서울 하얏트에서 열린 신차발표회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홍원 국무총리 등 1000여명이 참가해 높은 기대감을 반영했다.
이날 정 회장은 “신형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기술력이 총 집약됐으며 혹독한 성능평가와 품질관리를 거쳐 탄생한 최고급 세단인 만큼 독일 명차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고 자신했다.
4년 동안 5000억 원이 투입될 정도로 현대차의 사활이 걸린 프로젝트임은 분명하다. 판매가 본격화되는 2014년에는 국내 3만2000대, 해외 3만대 등 총 6만2000대의 목표도 세웠다. 기존 1세대 모델의 연간 최대 판매 기록(2011년·4만6000여대)보다 35% 높은 수치다.
현대차는 신형 제네시스를 출시하며 초고장력 강판의 비율을 51.5%까지 늘리고 차체 구조용 접착제 적용부위를 123m로 확대해 차체 강성을 높인 부분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스몰오버랩 충돌에서도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됐으며 독일차 수준의 주행성능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특히 독일 뉘르부르크링 및 미국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의 테스트를 내세우며 주행성능이 증명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차가 자신 있게 내세운 초고장력 강판이 오히려 인터넷에선 뜨거운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초고장력 강판을 많이 사용하며 차량무게가 늘어나 연비가 하락한 것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제네시스에 쓰였다는 강판의 품질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신형 제네시스의 무게는 1930kg(3.8RWD기준)으로 이전 모델에 비해 135kg이 증가하고 상위모델인 에쿠스(1915kg)보다도 무겁다. 경쟁모델인 BMW 528i(1625kg)와 벤츠 E300(1735kg)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늘어난 무게는 연비에 그대로 반영됐다. 신형 제네시스의 연비는 3.3리터 모델의 경우 9.0~9.4km/ℓ, 3.8리터는 9.0km/ℓ로 구형보다 최대 0.6km/ℓ 떨어졌다. 출시 당시 화제가 됐던 현대차 최초의 전자식 AWD시스템 ‘HTRAC(에이치트랙)’을 적용할 경우에는 0.8km/ℓ 더 하락하게 된다. 경쟁모델인 BMW 528i는 11.7km/ℓ, 벤츠 E300은 10.3km/ℓ 수준인 것과 비교된다.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는 벤츠와 BMW, 아우디 등의 독일차 브랜드들이 신차를 출시하며 차체 경량화를 통해 연료 효율성을 높이는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 것.
신형 제네시스에 사용된 강판의 품질도 도마에 올랐다. 강판 공급처를 포스코에서 현대제철로 바꾸면서 불량률이 높아지고 강판의 질이 떨어졌다는 것.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제네시스에 쓰이는 현대제철의 초고장력 강판을 검사하면 타제품보다 불량률이 다소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관계자는 “독일차 업체는 오히려 CFRP와 알루미늄합금의 비중을 높이는 추세인데 현대차의 상반된 전략에 의구심이 든다”며 “신형 제네시스가 미국시장을 겨냥한 만큼 연비보다는 차체 안전성에 더 무게를 싣는 타협을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관련업계에선 신차들(쏘울, 제네시스)의 무게 증가로 연비가 하락하는 등 세계 자동차업계 흐름에 역행하는 현대차의 행보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가 시작한 스몰오버랩 충돌평가에 맞추기 위해 초고장력 강판의 사용이 불가피 했겠지만, 이로 인한 효율성 저하를 글로벌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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