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힘 동시만족 ‘터보의 마법’… 비밀은 삼각편대

동아일보

입력 2013-07-10 03:00 수정 2013-07-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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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삼성 ‘SM5 TCE’ 개발 스토리

4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 르노삼성자동차 중앙연구소 앞에서 우호광 르노삼성차 SM5 연구개발담당 이사가 신차 ‘SM5 TCE’ 옆에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4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의 르노삼성자동차 중앙연구소. 보안 게이트를 지나 몇 걸음을 옮기자 터널 모양의 풍동실험실이 나타났다. 인공적으로 바람이 불게 한 뒤 자동차의 공기저항을 측정하는 곳이다. 연구진은 컴퓨터 화면을 응시하며 차가 얼마나 많은 양의 공기에 부딪히고 차 안에서는 어떤 소음을 듣게 되는지 분석하고 있었다.

풍동실험실 옆은 계란판 모양의 흡음재로 둘러싸인 무향실이다. 걸음소리마저 빨아들이는 무향실 안에 들어서자 귀가 먹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레일 위에는 르노삼성차가 5월 출시한 중형 세단 ‘SM5 TCE’가 있었다. 이곳에서는 차가 달릴 때 발생하는 소음만 측정한다. 이들 실험 과정은 모두 차의 정숙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SM5 TCE는 르노삼성차의 첫 터보 모델이다. 터보 엔진을 장착하면 비교적 적은 연료를 사용하면서도 높은 출력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반 자연흡기 엔진에 비해 소음이 크다. 르노삼성차는 1998년 ‘SM5’ 1세대가 출시된 이래 정숙성을 승용차의 주된 가치로 내세워 왔다. SM5 TCE에 터보 엔진을 적용해 연비와 동력 성능을 높일 수 있게 됐지만 소음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됐다.


○ 프랑스와 원거리 설전

“30개월의 개발 기간은 소리와의 싸움이었습니다.”

우호광 르노삼성차 SM5 연구개발담당 이사는 신차 개발 중 가장 힘들었던 과정을 이렇게 돌이켰다.

르노삼성차 중앙연구소의 모든 회의실에는 프랑스 르노, 일본 닛산의 개발진과 다중 화상회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산하 기업들은 차를 개발할 때 이 시스템을 통해 함께 논의한다.

우 이사는 “한국과 프랑스는 자동차 소음의 기준이 다르다”고 말했다. 한국 운전자들이 도서관 같은 고요함을 중시하는 반면 프랑스에선 차에서 나는 소음을 ‘작동할 때 나는 소리’ 정도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 차이로 르노삼성차와 르노 개발진이 대립하기도 했다. 한국 측이 “이렇게 시끄러우면 소비자가 반품을 요구한다”고 하자 프랑스 측은 “이 정도면 됐지 않느냐”고 맞섰다. TCE와 관련해선 르노삼성차 개발진의 승리였다. 르노삼성차 측은 이전까지 유지해 온 정숙성 기준에 대해 ‘타협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단 의견이 모이자 신차 개발 작업은 속도를 냈다. 프랑스와 독일, 일본 등 각지에서 시제품으로 테스트를 했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로 완성도를 높여 갔다. 무게 증가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차량 곳곳에 흡음재를 넣어 기존 모델과 큰 차이가 없는 정숙성을 실현하기에 이르렀다. 프랑스와의 시차는 8시간(서머타임 적용 때는 7시간)이어서 야근이 다반사였다.


○ “SM5 TCE, 르노-닛산의 미래”

우 이사는 “SM5 TCE의 출시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서 르노삼성차의 굳건한 입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SM5 TCE는 닛산이 개발한 신형 1.6L 터보엔진에 독일 게트라크의 듀얼클러치(수동과 자동의 장점을 결합한 형태) 변속기를 달았다. 2.5L급에 맞먹는 190마력의 출력을 내면서도 연비는 L당 13km로 소형차 수준이다. 이 조합은 르노-닛산이 향후 수년간 주력으로 사용할 파워트레인(동력계통 부품)으로 이번에 처음 적용됐다.

르노삼성차 측은 “SM5 TCE는 출시 이후 1개월여 만에 1200여 대가 계약돼 부진했던 내수 판매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밝혔다.

용인=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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