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튀기고, 수술 보조… 협동로봇, ‘일손’ 해결사로
한재희 기자
입력 2023-12-08 03:00 수정 2023-12-08 03:00
국내 1위 두산로보틱스공장 가보니
튀김-물건적재 등 속속 사람 대체
“아직 숙련공만큼 정교하진 않지만
산업계 노동력부족 해결 기여할것”
5일 경기 수원시 두산로보틱스 공장. 음식 냄새에 홀린듯 따라가 보니 치킨 프랜차이즈 A사의 푸드트럭에서 한창 닭을 튀기고 있었다. 그런데 끓는 기름에 닭을 넣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로봇 팔이다. 사람의 일은 닭에 튀김옷을 입혀 로봇 팔 끝에 설치된 철제 바구니에 넣는 것. 다음부터는 로봇이 알아서 치킨을 완성했다. 순살 기준으로 6분이면 족했다. 로봇 한 대당 1시간에 50마리의 치킨을 튀겨 낼 수 있다. ‘음식은 손맛’이랬는데, 로봇이 튀긴 치킨의 맛도 훌륭했다. 오히려 균일한 맛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선 더 나은 점도 있다. A업체 관계자는 “국내외 20여 개 매장과 푸드트럭에 모두 협동로봇을 도입했다”며 “작은 매장은 1인이 치킨집을 창업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장 한쪽의 다른 로봇 앞에는 ‘조이스틱’처럼 생긴 기구가 있었다. 이 로봇은 내시경 카메라를 장착하고 있다고 했다. 기구로 조작해 보니 로봇 팔이 미세하게 카메라 위치를 조정했다. 1mm 단위씩 카메라가 움직이기 때문에 복강경 수술과 같이 정교한 작업도 거뜬하다는 설명이다. 의료진이 피로로 인한 손떨림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두산로보틱스 관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이 나오면 내년 1월부터 판매에 나설 예정”이라며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방 병원에서는 벌써 구매 문의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자 협동로봇이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1위 협동로봇 업체인 두산로보틱스는 10월 5일 공모가 2만6000원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주가는 두 달 새 216%가 올라 7일 8만2200원에 장을 마쳤다. 두산로보틱스의 매출액은 2020년 202억 원에서 지난해 450억 원으로 늘어났다.
재계 대표 기업들도 모두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한화는 10월 협동로봇 업체인 한화로보틱스를 출범시켰다. 삼성전자는 국내 협동로봇 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에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총 868억 원을 지분 투자했다. 시장조사기관인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은 2025년 50억8849만 달러(약 6조7000억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작년의 약 3배다.
협동로봇은 말 그대로 사람을 돕는 로봇이다. 공항에서 무거운 수하물을 옮기거나 산업 현장에서 용접을 대신 해주는 식이다. 자동차 공장 등에 설치되는 산업용 로봇은 한번 갖다 놓으면 위치를 재조정하기 어렵고, 주변에 사람이 접근하면 위험하다. 산업용 로봇이 주로 200kg 이상의 하중을 견디는 등의 규모가 큰 작업을 해 왔다면, 협동로봇은 30kg 이하의 정교한 작업에도 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협동로봇의 최대 장점은 가격이다. 치킨집에서 직원 1명을 고용하면 보통 연봉 4000만 원씩 5년간 총 2억 원의 인건비가 들어간다. 사용 연한이 약 5년인 튀김로봇 1대 가격은 3850만 원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비용이 5분의 1 수준이다. 용접 같은 경우는 아직 협동로봇이 숙련공만큼 정교하진 않지만 튀김이나 물건 나르기, 맥주 따르기 등은 마치 사람이 한 것 같은 결과물을 내놓기에 속속 인간을 대체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의 영업 담당 관계자는 “지난해 충북 진천의 한 식품 업체에서 ‘물건 적재 로봇’을 구매했다”며 “몇 달간 온갖 곳에 구인공고를 냈는데 공장 위치가 후미져 아무도 지원하지 않자 결국 협동로봇에게 무거운 박스 나르는 일을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사람이 하기 어렵고 위험한 일들을 대체하기 때문에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튀김-물건적재 등 속속 사람 대체
“아직 숙련공만큼 정교하진 않지만
산업계 노동력부족 해결 기여할것”
5일 경기 수원시에 위치한 두산로보틱스 공장에서 회사 관계자가 내시경 카메라가 장착된 협동로봇을 조작하고 있다. 1mm 단위로 미세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복강경 수술 등 세밀한 작업에 사용될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 제공
5일 경기 수원시 두산로보틱스 공장. 음식 냄새에 홀린듯 따라가 보니 치킨 프랜차이즈 A사의 푸드트럭에서 한창 닭을 튀기고 있었다. 그런데 끓는 기름에 닭을 넣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로봇 팔이다. 사람의 일은 닭에 튀김옷을 입혀 로봇 팔 끝에 설치된 철제 바구니에 넣는 것. 다음부터는 로봇이 알아서 치킨을 완성했다. 순살 기준으로 6분이면 족했다. 로봇 한 대당 1시간에 50마리의 치킨을 튀겨 낼 수 있다. ‘음식은 손맛’이랬는데, 로봇이 튀긴 치킨의 맛도 훌륭했다. 오히려 균일한 맛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선 더 나은 점도 있다. A업체 관계자는 “국내외 20여 개 매장과 푸드트럭에 모두 협동로봇을 도입했다”며 “작은 매장은 1인이 치킨집을 창업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장 한쪽의 다른 로봇 앞에는 ‘조이스틱’처럼 생긴 기구가 있었다. 이 로봇은 내시경 카메라를 장착하고 있다고 했다. 기구로 조작해 보니 로봇 팔이 미세하게 카메라 위치를 조정했다. 1mm 단위씩 카메라가 움직이기 때문에 복강경 수술과 같이 정교한 작업도 거뜬하다는 설명이다. 의료진이 피로로 인한 손떨림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두산로보틱스 관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이 나오면 내년 1월부터 판매에 나설 예정”이라며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방 병원에서는 벌써 구매 문의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자 협동로봇이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1위 협동로봇 업체인 두산로보틱스는 10월 5일 공모가 2만6000원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주가는 두 달 새 216%가 올라 7일 8만2200원에 장을 마쳤다. 두산로보틱스의 매출액은 2020년 202억 원에서 지난해 450억 원으로 늘어났다.
재계 대표 기업들도 모두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한화는 10월 협동로봇 업체인 한화로보틱스를 출범시켰다. 삼성전자는 국내 협동로봇 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에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총 868억 원을 지분 투자했다. 시장조사기관인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은 2025년 50억8849만 달러(약 6조7000억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작년의 약 3배다.
협동로봇은 말 그대로 사람을 돕는 로봇이다. 공항에서 무거운 수하물을 옮기거나 산업 현장에서 용접을 대신 해주는 식이다. 자동차 공장 등에 설치되는 산업용 로봇은 한번 갖다 놓으면 위치를 재조정하기 어렵고, 주변에 사람이 접근하면 위험하다. 산업용 로봇이 주로 200kg 이상의 하중을 견디는 등의 규모가 큰 작업을 해 왔다면, 협동로봇은 30kg 이하의 정교한 작업에도 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협동로봇의 최대 장점은 가격이다. 치킨집에서 직원 1명을 고용하면 보통 연봉 4000만 원씩 5년간 총 2억 원의 인건비가 들어간다. 사용 연한이 약 5년인 튀김로봇 1대 가격은 3850만 원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비용이 5분의 1 수준이다. 용접 같은 경우는 아직 협동로봇이 숙련공만큼 정교하진 않지만 튀김이나 물건 나르기, 맥주 따르기 등은 마치 사람이 한 것 같은 결과물을 내놓기에 속속 인간을 대체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의 영업 담당 관계자는 “지난해 충북 진천의 한 식품 업체에서 ‘물건 적재 로봇’을 구매했다”며 “몇 달간 온갖 곳에 구인공고를 냈는데 공장 위치가 후미져 아무도 지원하지 않자 결국 협동로봇에게 무거운 박스 나르는 일을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사람이 하기 어렵고 위험한 일들을 대체하기 때문에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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