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골드라인, 7개월전 지옥철로”… 정원 3배 탑승, 출근전쟁
김포=공승배 기자 , 김포=최원영 기자
입력 2023-11-21 03:00 수정 2023-11-21 03:00
검단신도시 인구 급속히 늘어나
급행버스 투입 등 대책 무용지물
매주 월요일 3명 넘게 부상 당해
“서울 편입보다 교통문제 더 급해”
“대책을 몇 개나 내놨는데 달라진 게 없네요. 열차 2, 3대를 보내고도 사람들 틈에 겨우 껴서 가야 하는 ‘지옥철’은 그대로입니다.”
20일 오전 8시 10분경 경기 김포시 고촌역에서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역 방면으로 가는 김포골드라인 열차를 기다리던 직장인 정모 씨(33)는 “김포시 서울 편입은 나중 얘기고 일단 지옥철 문제부터 누군가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 씨가 서 있던 고촌역 승강장에는 40여 명이 열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승객이 가득 찬 상태로 도착한 2량짜리 열차에는 문이 총 4개뿐이었다. 문마다 한 명이 올라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열차에서 내리던 한 여성은 밀려드는 인파 속에 고립돼 있다가 “제발 내리고 타라”고 소리를 질렀다.
올 4월 김포골드라인 열차의 혼잡도가 최대 289%에 달하면서 열차 내에서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며 쓰러지는 이들이 나타났다. 그러자 서울시와 경기도, 김포시는 ‘혼잡도를 200% 미만으로 낮추겠다’며 여러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출근 시간대에만 운행하는 70A∼70D 급행버스 등 전세버스 30대를 투입했다. 또 개화역∼김포공항역 구간 버스전용차로를 개통했다. 서울시는 김포시 풍무동에서 강서구 김포공항역까지 ‘서울동행버스’ 운행을 시작했고, 경기도는 수요응답형 교통수단인 ‘똑버스’를 도입했다.
전방위적 대책으로 올 6월 한때 혼잡도가 200% 미만으로 떨어지며 목표를 달성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다시 혼잡도가 최대 290%까지 올라갔다. 혼잡도는 정원 대비 승차 인원 비율이다. 혼잡도 290%는 정원의 3배 가까이 탔다는 뜻으로 숨쉬기조차 힘든 상태를 의미한다.
김포시는 대체 교통수단 투입 등 조치에도 혼잡도가 다시 높아진 원인으로 인천 검단신도시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올림픽대로 정체가 극심해졌다는 점을 들고 있다. 여기에 버스전용차로를 만들면서 김포에서 서울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는 게 불편해지자 김포골드라인 승객이 늘어난 영향도 일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포시 관계자는 “차량으로 출퇴근하던 김포 한강신도시 주민이 최근 김포골드라인으로 유입된 것으로 분석됐다”며 “혼잡도가 가장 높은 매주 월요일에는 부상자가 3명 이상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올 7, 8월 경기 고양시 일산역에서 김포공항역을 지나 부천시 소사역까지 운행하는 서해선이 차례대로 개통한 것도 혼잡도 증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서 서해선으로 환승할 수 있게 되면서 승객이 늘었다는 것이다. 김포시 구래역 인근에 1인 가구가 밀집한 오피스텔 단지가 새로 생긴 것도 김포골드라인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최근 이슈가 되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 논란보다 교통 문제 해결이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3년 전부터 김포에 거주 중인 이모 씨(30)는 “실생활에서 피부로 와닿는 ‘지옥철’ 문제부터 개선해야 한다”며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는 그대로인데 시기와 효과가 불분명한 서울 편입 논의만 하는 걸 보면 화가 난다”고 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김포시는 내년 12월부터 투입하려던 전동차 6편성 12량을 반년 앞당겨 내년 6월부터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혼잡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서울 강서구 방화역에서 김포 한강신도시와 인천 검단신도시까지 5호선을 연장하는 게 근본적인 대안이지만 인천시와 김포시가 세부 노선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여전히 노선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김도경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2량짜리 김포골드라인을 늘리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5호선 연장 등 지하철망을 확충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포=공승배 기자 ksb@donga.com
김포=최원영 기자 o0@donga.com
급행버스 투입 등 대책 무용지물
매주 월요일 3명 넘게 부상 당해
“서울 편입보다 교통문제 더 급해”
20일 오전 김포공항역 방면으로 가는 경기 김포시 고촌역 김포골드라인 열차 승강장에서 이미 만차 상태인 열차 문이 열리는 가운데 시민들이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김포=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대책을 몇 개나 내놨는데 달라진 게 없네요. 열차 2, 3대를 보내고도 사람들 틈에 겨우 껴서 가야 하는 ‘지옥철’은 그대로입니다.”
20일 오전 8시 10분경 경기 김포시 고촌역에서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역 방면으로 가는 김포골드라인 열차를 기다리던 직장인 정모 씨(33)는 “김포시 서울 편입은 나중 얘기고 일단 지옥철 문제부터 누군가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 씨가 서 있던 고촌역 승강장에는 40여 명이 열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승객이 가득 찬 상태로 도착한 2량짜리 열차에는 문이 총 4개뿐이었다. 문마다 한 명이 올라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열차에서 내리던 한 여성은 밀려드는 인파 속에 고립돼 있다가 “제발 내리고 타라”고 소리를 질렀다.
● 7개월 만에 혼잡도 290% 돌아간 김포골드라인
올 4월 김포골드라인 열차의 혼잡도가 최대 289%에 달하면서 열차 내에서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며 쓰러지는 이들이 나타났다. 그러자 서울시와 경기도, 김포시는 ‘혼잡도를 200% 미만으로 낮추겠다’며 여러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출근 시간대에만 운행하는 70A∼70D 급행버스 등 전세버스 30대를 투입했다. 또 개화역∼김포공항역 구간 버스전용차로를 개통했다. 서울시는 김포시 풍무동에서 강서구 김포공항역까지 ‘서울동행버스’ 운행을 시작했고, 경기도는 수요응답형 교통수단인 ‘똑버스’를 도입했다.
전방위적 대책으로 올 6월 한때 혼잡도가 200% 미만으로 떨어지며 목표를 달성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다시 혼잡도가 최대 290%까지 올라갔다. 혼잡도는 정원 대비 승차 인원 비율이다. 혼잡도 290%는 정원의 3배 가까이 탔다는 뜻으로 숨쉬기조차 힘든 상태를 의미한다.
김포시는 대체 교통수단 투입 등 조치에도 혼잡도가 다시 높아진 원인으로 인천 검단신도시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올림픽대로 정체가 극심해졌다는 점을 들고 있다. 여기에 버스전용차로를 만들면서 김포에서 서울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는 게 불편해지자 김포골드라인 승객이 늘어난 영향도 일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포시 관계자는 “차량으로 출퇴근하던 김포 한강신도시 주민이 최근 김포골드라인으로 유입된 것으로 분석됐다”며 “혼잡도가 가장 높은 매주 월요일에는 부상자가 3명 이상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올 7, 8월 경기 고양시 일산역에서 김포공항역을 지나 부천시 소사역까지 운행하는 서해선이 차례대로 개통한 것도 혼잡도 증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서 서해선으로 환승할 수 있게 되면서 승객이 늘었다는 것이다. 김포시 구래역 인근에 1인 가구가 밀집한 오피스텔 단지가 새로 생긴 것도 김포골드라인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 “서울 편입보다 교통 문제 해결이 급선무”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최근 이슈가 되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 논란보다 교통 문제 해결이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3년 전부터 김포에 거주 중인 이모 씨(30)는 “실생활에서 피부로 와닿는 ‘지옥철’ 문제부터 개선해야 한다”며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는 그대로인데 시기와 효과가 불분명한 서울 편입 논의만 하는 걸 보면 화가 난다”고 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김포시는 내년 12월부터 투입하려던 전동차 6편성 12량을 반년 앞당겨 내년 6월부터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혼잡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서울 강서구 방화역에서 김포 한강신도시와 인천 검단신도시까지 5호선을 연장하는 게 근본적인 대안이지만 인천시와 김포시가 세부 노선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여전히 노선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김도경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2량짜리 김포골드라인을 늘리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5호선 연장 등 지하철망을 확충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포=공승배 기자 ksb@donga.com
김포=최원영 기자 o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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