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똘똘, 트렌디한 막내’ 볼보 XC40…작은 프리미엄의 ‘새 기준’

정우룡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18-06-28 08:33 수정 2018-06-2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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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의 첫 소형 SUV ‘XC40’이 국내에 상륙했다. 브랜드 라인업 중 가장 작고 저렴한 ‘막내’지만 소형 SUV가 강세인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XC40의 어깨는 ‘형’ XC60보다 무겁다.

XC40의 막중한 역할과 책임은 지난 2014년 공개돼 ‘볼보 신드롬’을 일으킨 플래그십 SUV XC90의 행보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당시 XC90은 새로운 대형차 라인업 ‘90 클러스터’를 이끌면서 브랜드 미래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했다.

마찬가지로 XC40 역시 볼보의 새로운 소형차 라인업 ‘40 클러스터’를 견인하며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보여주는 척도를 담당하고, 볼륨 모델로서 브랜드 대중화까지 견인해야 하는 책임도 부여됐기 때문에 XC40의 상징성은 플래그십 모델 못지않다.

○ 태생 남다른 소형 SUV의 새로운 기준

볼보는 신차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먼저 소형차 전용 모듈형 플랫폼 ‘CMA(Compact Modular Architecture)’를 처음으로 XC40에 적용했다. CMA는 대형차 플랫폼 ‘SPA(Scalable Product Architecture)’를 축소시킨 것으로 대형 차량에 적용되는 고급 사양도 호환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다양한 파워트레인 조합이 용이하고 휠베이스와 길이 등을 조절할 수 있어 신차 생산 및 연구 개발 비용 절감에 기여했고, 향후 선보일 소형차 라인업과 친환경차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형들에 버금가는 첨단 사양도 주목할 만하다. 교차로 긴급 제동 기능을 비롯해 후방 추돌 경고, 도로 이탈 방지 보조, 사각지대 경보, 차선 유지 보조 등으로 구성된 ‘시티 세이프티’가 전 트림에 기본 탑재됐다. 여기에 앞차 간격을 자동으로 유지하고 차선 이탈을 방지해 주는 ‘파일럿 어시스트’ 기능도 더해져 소형차급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사양을 완성했다. 차 크기가 작아졌다고 안전사양을 제외하거나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볼보 측은 강조했다.

○ “한국도 통했다” 볼보 XC40 사전계약 ‘1000대’

XC40의 가격은 유럽보다 저렴하게 책정됐다. R-디자인 트림의 경우 비슷한 옵션이 적용된 모델이 독일에서 7014만 원에 팔리지만 국내에는 4880만 원에 선 봬, 동급 대비 최대 2000만 원 이상 저렴하게 책정했다고 볼보코리아는 설명했다.

스웨덴과 영국 해당 모델 판매가격은 각각 6055만 원, 6115만 원으로 국내보다 1000만 원가량 비싸다. 국내 판매 트림은 모멘텀(4620만 원)과 R-디자인(4880만 원), 인스크립션(5080만 원)으로 책정됐다.

국내 출시 모델은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사륜구동 시스템이 조합된 ‘T4’다. 최근 가솔린 SUV 수요가 증가하는 국내 시장 상황을 반영해 T4를 먼저 선보인 것.

볼보코리아는 오는 8월 출시를 앞둔 XC40의 올해 국내 판매목표를 1500대로 잡았다고 밝혔지만 비공식 사전계약을 통해 이미 1000대 가까이 계약됐고, 추후 시장 상황에 따라 물량을 확대하거나 디젤 등 다른 트림 도입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XC40 직접 타보니

시승은 지난겨울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이뤄졌다. 바르셀로나 공항을 출발해 해안도로를 지나 산악 지역 Repsol까지 왕복 126km 구간이었다. 우리나라 시골을 닮은 스페인 농촌 평경과 단아하고 간결한 XC40의 느낌이 묘하게 어울렸다.

외관은 XC90부터 시작된 브랜드 패밀리룩을 기반으로 세부 디자인이 개선돼 보다 세련된 느낌이다. ‘망치’ 모양 헤드램프와 가파르게 설계된 라디에이터 그릴은 작은 차체를 돋보이게 해 존재감을 부여했고, 뒤쪽 오버행을 극단적으로 짧게 해 늘씬한 자태를 뽐낸다.

후면은 직선으로 꺾인 특유의 테일램프가 눈에 띈다. C필러까지 이어지는 날렵한 테일램프 디자인은 미래 방향성까지 제시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루프와 C필러는 굵은 라인으로 경계를 만들어 독특하면서 역동적인 실루엣을 구현한다. 여기에 리어 스포일러가 더해져 당당하며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한다.
소형 SUV를 처음 선보이는 볼보의 고심이 실내에 느껴진다. 2702mm의 휠베이스는 동급 경쟁모델 중 가장 길어, 덩치 큰 렉서스 NX(2660mm)와 싼타페(2700mm)보다도 길다. 뒷좌석에 앉아보면 무릎공간과 천장높이가 생각보다 넉넉하며, 앞좌석 밑 공간으로 다리를 뻗을 수 있어 성인 남성이 타기에 충분하다.

인테리어는 깔끔한 구성과 공간 창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세로형 센터 디스플레이와 공기토출구 등 상위 모델과 비슷한 레이아웃이 유지됐다. 오른쪽에 인포테인먼트 조작 버튼이 있고 왼쪽은 운전보조 시스템 조작 버튼으로 구성됐다. 핸들은 크기와 굵기가 적당해 여성 운전자에게도 적당하며 단단한 그립감을 선사한다. 기어노브는 짧고 앙증맞으며, 9인치 터치스크린 센터 디스플레이는 운전석을 향해 약간 기울어져 있다. 계기반은 12.3인치 컬러 디스플레이로 내비게이션 화면이 센터 모니터와 연동된다. 단단하면서 부드러운 촉감의 시트는 상위 모델 부럽지 않다. 안전을 위해 목받침대는 고정돼 있으며, 허리를 잡아주는 럼버서포트는 코너 구간에서 운전자 몸을 지탱해 줘 안정 주행을 돕는다. 등받이 조절이 안 되고 통풍 기능이 없는 점은 아쉽다.

작은 크기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시트 하단에 서랍이 있고 도어 포켓에는 노트북과 큰 물병이 들어간다. 암레스트는 티슈 상자가 들어갈 정도로 넓고,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대시보드 좌측 공기토출구 하단에는 카드나 영수증을 보관할 수 있는 카드홀더가 있으며, 글로브 박스에는 짐을 걸 수 있는 가방 걸이도 마련됐다. 볼보는 수납공간 확보를 위해 앞좌석 도어에 장착되는 스피커를 과감하게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 안락한 도심형 콤팩트 SUV

서스펜션은 부드러웠다. ‘안정감’보다는 ‘안락함’에 세팅된 느낌이다. 소형 고급차에 사용되는 멕퍼슨 타입(앞), 멀티링크(뒤) 방식을 채택해 방지턱, 요철을 지날 때 승차감이 우수하다. 산악 지역의 급격한 코너에서는 약간의 롤이 발생했지만 바퀴가 끈기 있게 노면을 잡고 돌아나가기 때문에 운전이 크게 어렵거나 불안하지 않다. 다이내믹 모드에서 서스펜션 조정이 되지 않아 가변댐퍼가 도입됐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

형들에 비해 적은 몸무게로 가속시 가볍게 치고 나간다. 약하게 액셀러레이터 밟을 땐 반응을 느리게 해 연비에도 신경 쓴 모양이다. HUD가 없는 대신 계기판 가운데 내비게이션이 지원돼 초행길도 수월했으며, 하만카돈 600W 스피커는 내 귀엔 가성비 최고다. 고속주행 구간에서는 흐트러짐 없는 안정감이 인상적이며, 19인치 대구경 휠이 장착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면 소음이나 진동이 극도로 억제됐다.

시승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 바르셀로나 시내 퇴근 시간과 겹쳐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스페인의 운전 문화는 한국처럼 거칠고 차선마저 좁아 힘들었지만 오히려 도심형 콤팩트 SUV 콘셉트에 딱 맞는 XC40의 성능을 경험을 할 수 있어, “이 놈, 서울에 맞겠다”라고 혼잣말을 했다.
정우룡 동아닷컴 기자 wr101@donga.com

<컴팩트 SUV의 새로운 기준… 볼보 '더 뉴 XC40' 론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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