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기름이 대장암 촉진”…식용유 다 버려야 하나?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4-12-13 15:42 수정 2024-12-13 16:43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요리할 때 흔히 쓰는 식용유 특히 식물의 씨앗으로 만든 씨앗 기름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암 세포 성장을 도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50세 이하의 ‘젊은 대장암’ 환자가 급증하는 원인 중 하나로 초가공식품이 지목됐다. 대장암 환자들의 암 세포를 떼어내 분석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초가공식품이 종양에 연료를 공급함으로써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암 세포와 싸우는 자연 치유 과정을 방해한다.
특히 초가공식품에 흔히 쓰는 저가의 씨앗 기름이 체내 염증 수치를 높이고 면역체계 작동을 방해하는 것으로 확인 됐다. 대장암 환자들의 종양에는 효소가 음식을 분해할 때 생성하는 미세 지방 화합물인 지질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 종양을 치유하기보다는 염증을 일으킬 위험이 높았다. 염증이 대장암과 같은 특정 암 발병을 촉진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졌다.
문제의 지질은 씨앗 기름이 분해될 때 생성된다.
씨앗 기름이 건강에 해롭다는 주장은 온라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목화씨유, 옥수수유, 카놀라유, 콩기름, 포도씨유, 해바라기씨유, 홍화씨유, 현미유를 ‘증오의 8가지 기름’이라고 지칭하며 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자칭 ‘건강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름이 염증을 유발하고 면역 체계를 약화하며 만성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열과 빛에 노출되거나 장기 보관 시 씨앗 기름이 유해한 화합물로 분해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튀김처럼 고온에서 조리할 때 씨앗에 포함된 다불포화지방이 산화되어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화합물을 생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씨앗 기름이 여러 건강 문제, 무엇보다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심은 오메가-6 지방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오메가-6의 일종인 리놀레산은 신체의 염증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렇다면 부엌에 있는 씨앗 기름을 몽땅 버리고 비싸지만 건강에 이점이 있는 것으로 입증된 아보카도유나 올리브유로 바꿔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필요는 없다.
많은 주요 보건 기관과 전문가들은 씨앗 기름을 적당히 섭취하면 건강에 좋다고 말한다.
오메가-6 지방산은 건강한 지방으로, 인체가 생성할 수 없어 음식으로 섭취해야 한다. 적당량의 오메가-6 섭취는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켜 심장병이나 뇌졸중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메가-6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오메가-3(생선, 견과류, 씨앗류에 풍부하게 함유)가 부족할 경우 균형이 깨져 체내 염증을 유발,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초가공식품이 대장암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학술지 장(Gut) 온라인에 발표한 미국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교(USF) 의과대학 교수인 티모시 예이트먼 박사는 NBC방송에서 운영하는 투데이 닷컴에 항염증제로 간주되는 오메가-3 지방산을 충분히 섭취해 오메가-6 지방산과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영양 지침에서는 오메가-6와 오메가-3의 섭취 비율을 2:1에서 4:1 사이로 권장한다.
ABC뉴스에 따르면 씨앗 기름 섭취 관련 타당한 우려 몇 가지는 높은 온도로 가열할 때 유해 화학물질이 축적될 수 있다는 점과 연관 돼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는 고열을 낼 수 있는 조리기구가 있는 상업용 식당이나 공장식 튀김기에서 대부분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곳은 기름 재사용도 빈번해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기름 재사용이 거의 없고 상대적으로 고온을 내기 어려운 가정에서는 씨앗 기름으로 요리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피해야 할 것은 씨앗 기름을 사용한 초가공식품이다. 공장에서 다량 생산한 포장빵과 감자칩 같은 과자류 등에 두루 쓰인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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