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 시그널? 우리 몸이 열을 내는 까닭[건강 기상청:증상으로 본 질병]

최영철 기자

입력 2023-05-31 03:00 수정 2024-02-2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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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최고 체온 37.8도 이상, 3일 지속되면 원인 질환 찾아야”
“하루 4회 ‘열표’ 작성, 고막체온계 보정해 써야”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사진 박해윤 기자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바이러스(신종플루), 2014년 에볼라바이러스감염증(에볼라),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2019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등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감염병의 대표적 증상은 바로 ‘발열’이었다.

코로나19의 경우 1년 전인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기 전까지는 37.5도가 넘으면 식당 출입은 물론이고 관공서 출입, 심지어 출입국도 제한됐었다. 지금도 요양병원 등 감염 우려 시설에서는 방문객을 상대로 열을 재서 정상범위를 넘으면 면회를 제한하고 있다. 감염병이 아니더라도 열은 우리 몸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때 체크해야 할 대표적 증상 중 하나다. 과연 우리 몸에서 열이 나는 이유는 뭘까? 감염병은 왜 항상 고열을 동반할까? 열이 나는 게 꼭 몸에 나쁜 것일까? ‘열이 난다’(발열)는 기준은 도대체 무엇일까?

열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을 풀기 위해 국내 감염학계의 석학인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2013년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대한백신학회와 대한내과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사스부터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며 백신 개발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2015년 메르스 유행 때는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공동위원장과 즉각대응팀장, 국무총리 특별보좌관을 동시에 맡았으며 이에 앞서 2009년 신종플루 유행 상황에서 GC녹십자사와 함께 신종플루 백신을 4개월 만에 개발하기도 했다. 2010년부터 5년간 신종플루 범부처사업단 단장을 맡아 치료제 및 백신 연구개발을 주도했으며 국내 최초의 세포 배양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을 이끌기도 했다. 아래는 열과 관련한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정상체온에 대한 의학적 정의는 무엇인가.


“정상체온은 사람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고, 하루 중 오전 8시에 낮으며 오후 4시에 높다. 정상인의 구강체온 평균은 36.6도(정상범위 35.7~37.3도)로, 37.8도(100℉) 이상을 ‘발열’로 정의한다. 이는 정상인 수만 명의 체온을 재서 나온 결과로, 내과학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우리 몸은 어떻게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나.

“사람의 체온은 36.7도를 중심으로 ±0.7도 범위 내로 정밀하게 조절된다. 뇌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시상하부의 체온조절중추에서 마치 실내 온도조절장치처럼 정상범위 내로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통제한다. 체온이 올라가면 체온조절중추는 혈액순환을 빠르게 해 말초혈관을 확장시킴으로써 피부에서 땀이 나오게 한다. 땀이 기화(氣化)하면서 체온이 낮아지는데, 옷을 벗거나 찬물을 마시거나 부채질을 하는 행동도 기화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반면에 체온이 떨어지면 말초혈관을 닫아 땀구멍을 막음으로써 열의 손실을 최소화한다. 옷을 두껍게 입고 따뜻한 장소를 찾아 들어가 열 손실을 막는 한편, 근육을 수축해(다리를 떠는 행동) 열을 만들어낸다.”


신체 각 부위에 따라 체온이 다르다고 들었다.

“사람의 체온은 신체 가장 깊숙한 부위(내장 등)가 가장 높고 신체 표면에 가까울수록 낮다. 일반적으로 직장(直腸)에서 측정할 때 가장 높은데, 구강에서 측정했을 때보다 0.4도가량 올라간다. 구강체온은 숨을 쉬면 낮게 나올 수도 있다. 보통 클리닉에서는 구강체온 또는 고막체온을 재는데, 최근 디지털 고막체온계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고막체온은 직장체온보다 0.8도가 낮다. 겨드랑이 체온 측정은 정확성이 떨어져 권장되지 않는다.”


“40도 이상, 뇌 신경세포 손상 가능성”
우리 몸이 체온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 어떤 질환이 체온을 올리나.

“열이 나면 불편하지만 이는 어떤 질환에 대해 면역체계가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이자 이를 알려주는 시그널이다. 열을 발생시키는 대표적 원인 질환은 감염병으로, 외부에서 체내로 침입한 병원체(세균, 바이러스 등)에 대항해 면역세포가 만든 인터류킨-1, TNF-알파 같은 사이토카인(발열 인자)이 시상하부 체온조절중추에 가서 체온을 높인다. 그러면 근육과 간의 대사가 활발해지면서 열이 난다.

열을 일으키는 원인 질환은 무수히 많은데 크게 감염병, 종양질환, 자가면역질환, 기타 원인 질환(갑상선기능항진증, 혈종, 췌장염, 약에 의한 열, 수혈 등) 등 4가지로 분류된다. 대부분의 열은 감기처럼 자연 치유되는 경증 감염질환에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데 3~5일 이내에 호전된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3주 이상 열이 계속되는 경우 ‘불명열’ 진단을 내리게 된다. 이 경우 림프종, 폐외결핵, 자가면역질환 등 매우 많은 원인 질환이 있을 수 있다. 약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열이 날 수도 있고, 혈종의 경우는 체내에 고인 피가 흡수되는 과정에서 열이 난다.”


열이 생명에 직접적 위협을 가할 수도 있나.

“정상 성인의 경우 보통 38~38.9도 범위에선 피로감, 안면홍조, 피부가 더워지는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로 생명에 위협이 되진 않는다. 39~39.9도 범위에선 몸이 뜨거워지면서 나른하고 온몸이 쑤시며 걷기가 힘들어진다. 40도 이상이 되면 뇌 신경세포가 손상되고 부종이 발생해 의식이 혼미해지거나 경련발작이 일어나는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열이 나면서 심한 두통, 목덜미 뻣뻣해짐, 구토, 의식 혼미, 경련발작, 탈수증(혓바닥이 바짝 마른 경우) 증상이 있거나, 면역 저하 환자가 열이 나는 경우는 위험신호이므로 바로 병원 응급실을 찾는 게 좋다.

영유아의 경우는 38도 이상만 돼도 경련발작이 올 수 있으므로 즉시 병원에 가는 게 좋다. 임산부와 심혈관질환 환자는 체온이 39도 이상으로 오르면 위험할 수 있으니 즉각적인 해열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영유아나 노약자의 고열은 탈수증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수분 섭취 또는 정맥 내 수액 공급으로 탈수를 피해야 한다.”


“영유아, 고령자는 특히 열표 작성 중요”
의사 처방 없이 복용 가능한 해열제는 제품마다 특징이 있다던데.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는 해열제로는 타이레놀, 브루펜, 아스피린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 타이레놀은 해열 작용은 있지만 항염증 작용이 없으므로 우선적으로 사용이 권장된다. 그러나 염증 질환(류머티즘열 등)에 주로 쓰이는 브루펜, 아스피린 등은 해열 작용과 항염증 작용을 둘 다 가진 비스테로이드성항염증제(NSAID) 계열 약물로 위장장해, 출혈 등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 먹는 해열제로 열이 내려가지 않으면 해열제 주사를 맞고 반드시 원인 질환을 찾아야 한다.”


체온이 평소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사람이 있다.

“체온은 정상범위 내에서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다. 여성의 경우 배란기에 체온이 오르기도 한다. 평균 체온이 정상범위 밖에서 37.8도 이상 3일 넘게 지속되는 사람은 병원을 찾아 원인 질환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혈액검사로 백혈구 수, 염증 수치(ESR, CRP)가 정상인지를 확인해보는 게 좋다. 체온계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오랫동안 방치한 디지털 체온계는 반드시 정도관리를 받아 사용해야 한다.”


체온도 혈압이나 당뇨처럼 매일 관리할 필요가 있나.

“집에 고막체온계를 상비해놓고 몸에 이상 징후(피로, 오한, 열, 근육통, 기침, 콧물 등)가 있을 때 체온을 재는 게 중요하다. 시간마다 체온이 다를 수 있으므로 한 번 재는 것보다 적어도 하루 4회(아침, 점심, 저녁, 취침 전) 측정해 ‘열표’를 만들고 최고 체온이 37.8도 이상 올라갔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아직 말을 배우기 전 영유아나 열감 표현에 둔감한 고령자의 경우 체온을 재서 열표를 만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최고 체온이 3일 넘게 37.8도 이상 지속된다면 심각한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으므로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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