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美문건 “급발진은 ECU 결함 때문” 그럼 쏘나타는?
동아경제
입력 2014-04-14 09:18 수정 2014-04-14 13:34
지난 7일 현대자동차 YF쏘나타 LPG 모델이 급발진 추정사고가 발생했다. KBS뉴스 캡처
“급발진은 현재까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원인이 규명된 바가 없습니다.” 올 들어 YF쏘나타 LPG 차량 급발진 추정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현대자동차가 언론매체를 통해 밝힌 공식 입장이다. 자동차 급발진 현상에 대한 대부분의 완성차업체들 주장도 현대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흔히 자동차 급발진은 차량이 운전자 제어를 벗어나 의지와 관계없이 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최대 쟁점은 차량 결함으로 인한 오작동 여부다. 이를 두고 사고 당사자와 제작사는 수십 년째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최근 YF쏘나타 LPG 모델 급발진 추정사고가 잇따르는 원인으로 차량 전자제어장치 결함이 또다시 지목됐다. 즉 *엔진제어장치(Engine Control Units·이하 ECU) 이상 때문에 차량이 급가속 됐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차종(2011년 7월 19일~2012년 1월 7일 생산)이 지난 2012년 1월 25일 ECU 데이터 오류로 가속불량을 일으켜 무상 수리를 실시한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대림대학 김필수 자동차과 교수는 “급발진 현상과 관련해 ECU 문제는 계속 거론돼왔다”며 “급발진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ECU 결함은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작사 입장은 완강하다. 현대차 김상태 홍보부장은 “차량 급발진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며 “ECU와 급발진의 상관관계도 밝혀진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ECU가 급발진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확인돼 눈길을 끈다. 지난 1986년 9월 30일. 미국 도요타자동차 켄이치 카토 대표는 차량 리콜과 관련해 미국도로교통안전국(이하 NHTSA)에 결함정보보고서를 제출했다. 당시 1982년형 도요타 셀리카(Celica)·크레시다(Cressida)·셀리카 수프라(Celica Supra)에서 급출발하는 결함이 발견돼 NHTSA에서 리콜을 명령했다.
도요타는 1986년 NHTSA에 제출한 결함정보보고서를 통해 ECU 납땜 불량으로 차량들이 급발진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요타의 결함정보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차량 ECU 기판 여러 곳에서 납땜 불량(Cracks)이 발견됐다. 이로 인해 ECU는 원활한 전기 공급이 안 돼 순간 오류가 발생했고, 제 멋대로 크루즈컨트롤을 실행시켜 스로틀밸브를 연 뒤 엔진이 고속 회전하는 결함(the vehicle could suddenly accelerate)이 나타난다는 게 도요타 측의 설명이다. 이 경우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드라이브(D)나 후진(R)이 작동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민간 소프트웨어 컨설팅업체 바 그룹은 지난해 11월 오클라호마 법정에서 차량 급발진 원인이 ECU 소프트웨어 결함이라고 밝혔다.
또한 ECU 소프트웨어 결함이 급발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록도 공개됐다. 민간 소프트웨어 컨설팅 업체 *바(BARR) 그룹은 지난해 10월 25일 미국 오클라호마주 법원의 도요타 급발진 재판에서 2007년 발생한 도요타 캠리의 ECU 프로그램 소스코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재현해냈다. 바 그룹의 증인신문사항 속기록을 보면 실험을 통해 얻은 소프트웨어 오류 값을 차량 ECU에 주입시키면 급발진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실제로 이들은 재판 현장에서 다이나모 미터(동력측정계)를 통해 ECU에 오류 값을 주입시킨 2005년·2008년형 캠리를 정속주행모드(크루즈컨트롤)로 설정한 뒤 급발진하는 과정을 입증했다.
바 그룹은 2005년·2008년형 도요타 캠리가 스로틀밸브가 고정되는 크루즈컨트롤 설정 시 ECU 내 순간적인 메모리 오류로 인해 급발진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바 그룹에 따르면 급발진의 구체적인 원인은 ECU 소프트웨어의 버그(오류)를 처리할 수 있는 버퍼메모리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됐다. 재판 당시 도요타 측 증인으로 참석한 ECU 제작업체 덴소 엔지니어는 메모리 안에 약 60%의 여유 공간이 확보됐다고 증언했지만, 바 그룹이 입증한 문건에서는 여유 공간이 고작 4%에 불과했다. 버퍼링을 처리할 메모리가 충분치 않아 급발진이 발생했다는 말이다. 도요타는 이 같은 의견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원고 측과 합의를 했고, 결국 배심원단은 도요타 측에 150만 달러(약 15억5000만 원)를 배상하라고 원고 승소 평결을 내렸다.
한편 민주당 이윤석 의원이 지난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자동차 급발진 추정 사고 건수는 2009년 7건에서 지난해 136건으로 크게 늘었다. 신고가 가장 많은 차종은 현대차 쏘나타 LPG, 르노삼성자동차 SM5 LPG, SM3 순이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YF쏘나타와 K5 LPi의 ECU를 교체한 것은 급발진과 무관하다”며 “ECU 공정상 불량 때문에 무상수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엔진제어장치(Engine Control Units)::
ECU는 점화시기와 연료분사·공회전·한계 값 설정 등부터 자동변속기를 비롯해 구동·제동·조향계통까지 차량의 핵심 기능을 각 상황에 맞게 제어한다. ECU에서는 차량에서 갑작스런 엔진회전수 변화가 발생했을 때 전후 1초씩 약 2초간의 속도변화 등을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