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급발진, 끝까지 숨기고 싶었던 2가지 비밀은?
동아경제
입력 2014-03-21 17:25 수정 2014-03-21 17:36
2005년형 프리우스 하이브리드가 뉴욕의 한 도로에서 주행중 벽을 들이받고 파손됐다. 차주는 차량 급발진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Mashable
2009년과 2010년 미국에서 발생한 도요타·렉서스 차량 급발진 추정사고 논란이 제작사의 고백으로 일단락됐다. 19일(현지시간) 도요타는 미국 법무부에게 벌금 12억 달러(약 1조3000억 원)을 납부하기로 하고 수사 종결에 합의한 것. 도요타가 차량 급발진 원인을 두고 6년여를 끌면서까지 감추고 싶었던 비밀은 무엇일까.
도요타 급발진 의혹에 대한 퍼즐을 맞추기 위해선 2009년으로 시간을 되돌려야 한다. 당시 미국 샌디에이고 고속도로에서는 주행 중인 렉서스 ES350이 갑자기 190km/h 이상 급가속하면서 차량에 타고 있던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자 측은 곧바로 차랑 급발진 의혹을 제기했고, 관할 당국인 미국고속도로안전관리국(이하 NHTSA)이 이에 대한 조사를 공식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 사고는 바닥 매트가 발단이 됐다. 사고차량에 장착된 전천후 매트는 고객의 주문을 받아 판매하는 옵션으로 표준 매트 위에 설치되는데, 충분히 고정되지 않는 결함이 있었다. 때문에 가속페달이 움직이는 매트에 눌려 스로틀 밸브가 100% 열렸고 차량이 급가속하게 된 것이다.
이에 앞서 도요타는 지난 2007년, 같은 해 생산된 도요타 캠리와 렉서스 ES350 총 5만5000대를 매트 문제로 이미 리콜한 적이 있다. 사고차량도 리콜 대상이었다. 확인결과 도요타는 매트와 관련된 리콜 가이드라인 제공을 최소화하면서 판매된 차량 차주 전부에게 고지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리콜 통보 이후에도 동일한 제품을 생산했다. 하지만 도요타는 이 같은 사실은 물론 자체 조사 내용을 NHTSA와 공유하지 않으면서 의혹을 부풀렸다.
차량 제작 결함도 숨겼다. 도요타는 2009년 말 가속페달 잠김 현상이 발생하는 라브4, 코롤라, 매트릭스, 아발론, 캠리, 툰드라, 하이랜더, 세콰이아 등 총 8개 모델 230만대를 리콜 한 적이 있지만 급발진 의혹과는 연관짓지 않았다.
도요타는 급발진과 관련한 공식 성명서에서 “전천후 매트가 고정되지 않는 결함으로 가속페달을 간섭할 수 있다. 이때 얘기치 않은 가속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매트 결함과 운전자 과실만으로 급발진 현상을 몰고 갔지만 실질적인 원인은 가속페달에 있었다.
도요타가 이번에 시인한 가속페달 결함은 한 번 페달을 누르면 발을 옮겨도 특정상황에서 원래 자리로 돌아오지 않는 설계결함을 지녔다. 이로 인해 차량은 계속해서 가속이 됐고 사상자까지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스로틀 밸브가 최대로 열리면 브레이크가 무용지물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림대학 김필수 자동차과 교수는 “연료량을 조절하는 스로틀밸브가 전부 열리면 많은 양의 공기와 연료가 한꺼번에 들어가 차량 출력을 급상승시킨다”며 “이때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도 브레이크가 먹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도요타가 급발진 문제로 리콜(1200만대)하고 배상에 쓴 돈은 무려 40억 달러(약 4조3212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이번 합의금까지 더해지면 52억 달러로 늘어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존 도요타 결함 은폐의혹과 관련한 소송이 아직도 80건 이상 진행 중이라, 소비자에게 거짓말한 죗값을 치르는데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과 돈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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