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뉴 3시리즈 그란투리스모 “요괴를 닮았네”

동아경제

입력 2013-08-26 09:00 수정 2013-08-2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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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3시리즈 특유의 날렵한 디자인과 운동성능이 사라졌다. 5시리즈도 3시리즈도 아니고 세단도 SUV도 아닌 볼수록 ‘요괴’와 같은 느낌이다”(J기자)

“3시리즈의 실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넓고 편안하다. 사실상 5시리즈와 비교될 만큼 여유로운 공간이다. 실용성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L기자)

긴 장마가 곧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무참히 짓밟던 8월 어느 날. 서울 도심에 폭우에 가까운 빗줄기가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퍼부었다. 이날 3명의 자동차담당 기자는 시승을 위해 지난 7월 국내 판매를 시작한 BMW 3시리즈 그란투리스모에 몸을 실었다.
L기자는 뒷자리에 앉아 그란투리스모의 넓은 실내공간에 대해 호평을 늘어놓았다. 반면 보조석에 앉은 J기사는 커진 몸집만큼 떨어진 운동성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만으로 맞대응했다.

운전석에 앉은 기자는 열띤 토론장으로 변한 차 안에서 갑론을박을 펼치는 두 기자들 입을 통해 차량의 장단점을 직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3시리즈 그란투리스모의 가장 큰 장점이 여유로운 공간이라고 주장한 L기자는 3시리즈 세단보다 휠베이스를 110mm 늘려 5시리즈와 비교했을 때도 불과 48mm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3시리즈 그란투리스모의 넓어진 휠베이스는 고스란히 뒷좌석에 여유 공간을 만들어줘 무릎공간을 72mm 늘렸다. 180cm가 넘는 L기자가 다리를 꼬고 앉아도 편안할 정도였다.
이 차는 ‘그란투리스모’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4명이 탑승해 장시간 여행을 하더라도 부담이 없을 정도의 크기를 자랑했다. 그란투리스모는 이탈리아어로 장거리 여행에 적합한 차량을 의미한다.

장거리 여행을 위한 콘셉트를 추구하다 보니 트렁크 공간도 충분한 짐을 수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보통 때는 520리터로 기존 3시리즈와 비교해 40리터 넓지만, 뒷좌석을 40대20대40으로 분할해 접으면 최대 1600리터까지 늘어난다. 골프백 3~4개는 거뜬히 들어갈 크기다.
J기자는 3시리즈와 비교해 떨어진 운동성능과 정의를 내릴 수 없는 디자인을 단점으로 꼽았다. 이 차는 차체는 커졌지만 여전히 320d의 2.0리터 트윈파워 터보 디젤엔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최고출력은 184마력, 최대토크는 38.8kg.m이다.

커진 차체만큼 공차중량도 증가해 320d 보다 약 100kg가량 무겁다. 무게 증가와 길어진 휠베이스는 순발력과 회전구간에서 3시리즈의 날카로운 맛을 찾아 볼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의 특성이나 단단한 하체에서 느껴지는 안정성은 BMW의 특성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J기자의 말처럼 뒤쪽으로 길게만 느껴지는 공간이 급한 회전구간에서 둔한 느낌을 줬다.
고속도로에 올라 속도를 빠르게 높였다. 하지만 기존 3시리즈에서 느꼈던 날렵함 보다는 묵직함이 앞섰다. 그란투리스모의 특성상 스포츠 세단보다는 다목적 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반대로 3시리즈의 날카로움과 5시리즈의 안정성에서 중간 평균값을 찾은 듯 독특한 주행 성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주행성향과 함께 세단과 SUV의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차체는 J기자의 말처럼 어쩌면 ‘요괴’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거워진 차체는 3시리즈의 장점인 연비에서도 악재로 작용했다. 복합연비 16.2km/ℓ는 경쟁모델과 비교하면 뛰어나지만 세단보다는 떨어져 아쉽다.

옵션에 따라 일반과 럭셔리 등 2가지 모델로 나뉘는 3시리즈 그란투리스모의 가격은 각각 5430만 원, 6050만 원이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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