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감귤 흔해지고, 용과·파파야 주렁주렁…“국토 11% 이미 아열대”

제주=소설희 기자

입력 2024-11-18 17:45 수정 2024-11-1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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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주시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내 하우스에서 용과가 자라고 있다. 연구소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에 발맞춰 아열대 과일 등을 시범 재배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15일 제주 제주시 오등동에 위치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연구소 안에 자리한 하우스에는 대표적인 아열대 과일 중 하나인 새빨간 용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용과는 보통 고온건조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데, 최근 지구온난화로 국내 날씨가 점점 따뜻해져 연구소에서 시범 재배를 하고 있었다. 또 다른 아열대 과일인 파파야, 올리브 등도 하우스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국가 연구기관인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기후변화에 맞춰 아열대 작물 재배 기술을 개발하며 농가에 재배 기법 등을 전수하고 있었다.

한현희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연구관은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우리나라 국토의 11% 정도는 이미 아열대 기후권”이라며 “최악의 경우 2050년에는 면적의 55%가량이 아열대 기후권에 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미 아열대 과수의 재배면적은 5년 전보다 80% 넘게 늘었다.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열대 과수의 재배면적은 약 221ha였다. 2018년(약 117ha)과 비교하면 88.9% 증가한 규모다. 아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 역시 지난해 기준 707가구로, 5년 전(426가구)보다 66% 늘었다.

기후변화에 따라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나는 만큼 연구소에서는 강수량, 평균 기온 등을 바탕으로 키위 등 14개 작물의 미래 재배 적지가 2100년까지 어떻게 변할지 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특히 제주의 대표 농산물인 감귤은 재배 한계선이 제주에서 남해안과 강원 해안 지역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제주감귤농협 8유통센터에서 햇 노지감귤 첫 수출 선과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3.10.26. 뉴시스
기후변화는 벌써 감귤 생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14일 방문한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한 제주남원농협 거점산지유통센터(APC)에서는 올여름 이어진 역대급 열대야로 인해 노란 감귤 대신 녹색빛을 띤 감귤이 컨베이어 벨트 위로 움직이고 있었다. 현정호 제주남원농협 유통사업소 과장은 “올여름 극심한 열대야 때문에 일교차가 충분히 벌어지지 않으며 감귤이 노랗게 착색되지 못하고 녹색을 띠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제주의 열대야 일은 74일로, 연간 열대야 일 기준으로 역대 1위였다.

긴 열대야로 조생 품종의 감귤 출하가 예년보다 늦어지며 18일 현재 노지 감귤 10개의 소매가격은 4007원까지 뛰었다. 전년보다는 14.3%, 평년과 비교하면 30.3% 높은 수준이다. 다만 가격은 점차 안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부터 제주도에서 착색률과 무관하게 당도만 맞으면 감귤을 출하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해 올해 노지 감귤의 출하량은 40만8000t으로 전년(39만8000t)보다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제주=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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