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고 교류하는 건 인간의 숙명일까, 디지털 애완동물 ‘다마고치’[게임 인더스트리]
조학동 게임동아 기자
입력 2024-11-15 10:00 수정 2024-11-15 10:00
지금으로부터 약 28년 전인 1996년 11월 23일, 새로운 개념의 휴대용 ‘디지털 애완동물’ 게임기가 등장했습니다. 일본 반다이에서 내놓은 ‘다마고치’(Tamagotchi) 인데요, 이 게임기는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전세계를 강타했습니다. 지금도 ‘다마고치’라고 하면 게임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웬만큼 알아들을 정도로 디지털 애완동물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죠.
초창기 ‘다마고치’는 겨우 32x16 해상도를 가진 작은 흑백 LCD 화면과 소형 버튼 3개를 탑재한 미니 게임기 형태로 구성되었습니다. 손에 꼭 쥐어지는 귀여운 계란 모양을 하고 있었죠.
게임기를 구동하면 작은 알이 하나 나왔고, 그 알을 깨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귀여운 동물이 하나 튀어나왔습니다. 주둥이가 길게 늘어진 체 눈을 깜빡이는 디지털 동물은 조악한 그래픽이었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귀여울 수 없었습니다.
이 동물은 적당히 시간이 지나면 똥을 싸기도 하고, 놀아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또 애교를 떨거나 잠을 자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잘 관리해주지 않으면 병에 걸리거나 심하면 죽기도 했죠.
그래서 띠- 하고 신호가 오면 얼른 들어가서 똥을 치워주고 가끔 산책도 시켜주고 맛난 것도 사주는 등 정성껏 돌봐야 했습니다. 단순한 그래픽과 몇 가지 행동 패턴 밖에 없는 단순한 구조였지만, 사람들은 이 ‘다마고치’에 열광했습니다.
가상의 애완 동물을 키운다는 개념이 당시로는 굉장히 신선했고, 이 다마고치를 키우다보면 나름대로 진화를 겪어서 나만의 애완동물로 변했기 때문에 어떤 동물로 변할지도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다른 친구와 함께 서로 다마고치를 연결시켜서 교배를 해서 새로운 새끼 다마고치를 얻는 것도 가능했죠. 친구들과 함께 서로 얼마나 키웠는지 살펴보고, 각자 어떤 다마고치를 키우는지 비교하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여자 아이들에게 하나의 패션 상품 같은 느낌으로 귀엽게 구성됐던 것도 성공 포인트로 체크할만 합니다.
그런 선풍적인 인기 때문일까요, 일본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지난 1996년에 다마고치가 발매 이후 1년간 460억 엔(약 4050억 원)의 매출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이후 2년 반 동안 전 세계에 4000만 개 이상이 팔려 나갔으며, 반다이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2~3년에 한 번씩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마고치의 인기는 게임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전에도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다마고치 같은 형태는 아니었습니다. 일례로 1991년에 출시된 ‘프린세스 메이커’는 딸을 키워내는 게임이었지만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게임이었을 뿐 현실과 연계되는 형태는 아니었죠.
실제로 미국 뱅고어에 위치한 허슨 대학교의 애덤 크롤리(Adam Crowley) 영어학 교수는 다마고치를 ▲기기를 꺼둔 상태에서도 종료할 수 없는 연속 플레이의 시초 ▲여자아이를 대상으로 홍보한 최초의 게임기 ▲게임을 전혀 모르는 이들을 끌어들일 만큼의 접근성을 보여준 게임기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그렇다면 다마고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게임은 어떤 게 있을까요? 지난 2007년도에 한국을 강타했던 닌텐도DSL 기억하시는지요. 장동건과 이나영 등 당시 최고의 인기 배우들이 광고하면서 이슈가 됐던 휴대용 게임기 NDSL에 초 히트 타이틀 중 하나가 바로 ‘닌텐독스’ 였습니다.
이 ‘닌텐독스’는 다마고치의 확장판 개념으로, 2개의 화면과 하나의 터치 스크린, 마이크를 통해 귀여운 강아지들을 육성하는 게임이었죠.
닌텐독스는 세계적으로도 엄청난 인기와 함께 전 세계 2396만 장의 판매량을 달성하면서 전체 NDSL 게임 중 판매량 2위를 기록하게 됩니다. 이는 그 잘나가는 ‘포켓몬’이나 ‘마리오카트’ 등을 능가하는 수치이니, 얼마나 큰 인기를 누렸는지 알 수 있죠.
나아가 다마고치가 만들어낸 게임의 새로운 속성은 현재까지 이어져서, 모바일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일반 게임들에게도 잔뜩 녹아 들었습니다. 현재의 모바일 방치형 RPG나 힐링 게임들도 그 발전 과정에서 다마고치의 영향력이 없었다고 하기 어려운 장르일 것입니다.
잠시만 고개를 돌려서 살펴보면, ‘고양이와 스프’, ‘길고양이 이야기’, 미니 펫’, ‘리틀 프렌즈’ 등 다양한 육성 및 힐링 게임들이 출시되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들 게임들은 대부분 다마고치의 확장판 같은 느낌으로, 우리들의 마음에 위안을 주고 힐링을 주는 등 디지털 친구 로써 좋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니라면 판타지 세계관의 방치형 RPG를 즐기면서 내 캐릭터를 키우고 육성하는 분들도 계시겠죠.
이러한 게임들을 즐기며 즐거움을 얻는 과정에서, ‘아, 그때의 다마고치가 이런 식으로 발전했고 내게도 이런 행복감을 주고 있구나’라고 한 번쯤 떠올려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학동 게임동아 기자 igelau@gamedonga.co.kr
초창기 ‘다마고치’는 겨우 32x16 해상도를 가진 작은 흑백 LCD 화면과 소형 버튼 3개를 탑재한 미니 게임기 형태로 구성되었습니다. 손에 꼭 쥐어지는 귀여운 계란 모양을 하고 있었죠.
다마고치 게임기, 출처 게임동아
게임기를 구동하면 작은 알이 하나 나왔고, 그 알을 깨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귀여운 동물이 하나 튀어나왔습니다. 주둥이가 길게 늘어진 체 눈을 깜빡이는 디지털 동물은 조악한 그래픽이었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귀여울 수 없었습니다.
이 동물은 적당히 시간이 지나면 똥을 싸기도 하고, 놀아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또 애교를 떨거나 잠을 자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잘 관리해주지 않으면 병에 걸리거나 심하면 죽기도 했죠.
그래서 띠- 하고 신호가 오면 얼른 들어가서 똥을 치워주고 가끔 산책도 시켜주고 맛난 것도 사주는 등 정성껏 돌봐야 했습니다. 단순한 그래픽과 몇 가지 행동 패턴 밖에 없는 단순한 구조였지만, 사람들은 이 ‘다마고치’에 열광했습니다.
다마고치 게임구동 모습, 출처 게임동아
가상의 애완 동물을 키운다는 개념이 당시로는 굉장히 신선했고, 이 다마고치를 키우다보면 나름대로 진화를 겪어서 나만의 애완동물로 변했기 때문에 어떤 동물로 변할지도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다른 친구와 함께 서로 다마고치를 연결시켜서 교배를 해서 새로운 새끼 다마고치를 얻는 것도 가능했죠. 친구들과 함께 서로 얼마나 키웠는지 살펴보고, 각자 어떤 다마고치를 키우는지 비교하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여자 아이들에게 하나의 패션 상품 같은 느낌으로 귀엽게 구성됐던 것도 성공 포인트로 체크할만 합니다.
그런 선풍적인 인기 때문일까요, 일본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지난 1996년에 다마고치가 발매 이후 1년간 460억 엔(약 4050억 원)의 매출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이후 2년 반 동안 전 세계에 4000만 개 이상이 팔려 나갔으며, 반다이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2~3년에 한 번씩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에 출시된 다마고치 썸 메르헨, 출처 게임동아
예전보다 훨씬 뛰어난 외형으로 보석함 같은 느낌을 주고, 훨씬 다채로운 동물들과 진보된 네트워크 기능을 탑재한 다마고치가 하나둘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또 다양한 인기 IP(지식 재산)와 합쳐진 형태의 다마고치도 많이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발전을 통해 지난해 3월 반다이는 ‘다마고치’의 전 세계 누적 판매 대수가 9100만 개를 돌파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이러한 다마고치의 인기는 게임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전에도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다마고치 같은 형태는 아니었습니다. 일례로 1991년에 출시된 ‘프린세스 메이커’는 딸을 키워내는 게임이었지만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게임이었을 뿐 현실과 연계되는 형태는 아니었죠.
휴대용 게임기로 출시된 프린세스메이커, 출처 게임동아
하지만 다마고치는 조악했을 지언정 가상의 동물과 현실을 이어주는 초기 사례였습니다. 가상의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주면서도 대중화로 인해 사람들에게 그 체험을 시켜준 게임기였던 것입니다.실제로 미국 뱅고어에 위치한 허슨 대학교의 애덤 크롤리(Adam Crowley) 영어학 교수는 다마고치를 ▲기기를 꺼둔 상태에서도 종료할 수 없는 연속 플레이의 시초 ▲여자아이를 대상으로 홍보한 최초의 게임기 ▲게임을 전혀 모르는 이들을 끌어들일 만큼의 접근성을 보여준 게임기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그렇다면 다마고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게임은 어떤 게 있을까요? 지난 2007년도에 한국을 강타했던 닌텐도DSL 기억하시는지요. 장동건과 이나영 등 당시 최고의 인기 배우들이 광고하면서 이슈가 됐던 휴대용 게임기 NDSL에 초 히트 타이틀 중 하나가 바로 ‘닌텐독스’ 였습니다.
이 ‘닌텐독스’는 다마고치의 확장판 개념으로, 2개의 화면과 하나의 터치 스크린, 마이크를 통해 귀여운 강아지들을 육성하는 게임이었죠.
닌텐도에서 출시한 닌텐독스, 출처 게임동아
마이크를 통해 직접 명령을 내릴 수 있었고, 터치펜을 통해 강아지의 털을 만지거나 턱을 긁어주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귀여운 강아지의 움직임은 실제 강아지 만큼이나 사랑스러웠죠. 닌텐독스는 세계적으로도 엄청난 인기와 함께 전 세계 2396만 장의 판매량을 달성하면서 전체 NDSL 게임 중 판매량 2위를 기록하게 됩니다. 이는 그 잘나가는 ‘포켓몬’이나 ‘마리오카트’ 등을 능가하는 수치이니, 얼마나 큰 인기를 누렸는지 알 수 있죠.
나아가 다마고치가 만들어낸 게임의 새로운 속성은 현재까지 이어져서, 모바일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일반 게임들에게도 잔뜩 녹아 들었습니다. 현재의 모바일 방치형 RPG나 힐링 게임들도 그 발전 과정에서 다마고치의 영향력이 없었다고 하기 어려운 장르일 것입니다.
잠시만 고개를 돌려서 살펴보면, ‘고양이와 스프’, ‘길고양이 이야기’, 미니 펫’, ‘리틀 프렌즈’ 등 다양한 육성 및 힐링 게임들이 출시되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들 게임들은 대부분 다마고치의 확장판 같은 느낌으로, 우리들의 마음에 위안을 주고 힐링을 주는 등 디지털 친구 로써 좋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니라면 판타지 세계관의 방치형 RPG를 즐기면서 내 캐릭터를 키우고 육성하는 분들도 계시겠죠.
이러한 게임들을 즐기며 즐거움을 얻는 과정에서, ‘아, 그때의 다마고치가 이런 식으로 발전했고 내게도 이런 행복감을 주고 있구나’라고 한 번쯤 떠올려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학동 게임동아 기자 igelau@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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