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볼보 V60 D4 R-디자인 “미드나잇 인 동해”

동아경제

입력 2014-09-15 14:45 수정 2014-09-1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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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여름 어느 날 자정 무렵 2명의 성인 남성이 어두운 밤길을 서성인다. 푸른색 왜건을 사이에 두고 한참동안 대화를 이어가던 그들은 여행을 앞두고 마땅한 목적지를 찾지 못하는 눈치다. 8월의 마지막 주 휴가철이 한풀 꺾였지만 자칫 섣부른 판단은 고속도로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불 보듯 뻔했다. 그들의 고민은 이 부분에서 멈춰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몇 분간의 대화가 이어지고 한 순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트렁크를 열고는 배낭부터 시작해 손에 잡히는 짐들이 능숙하게 실렸다. 운전석에 앉아 침착하게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한다.
동해. 그들은 푸른색 빛깔을 담은 ‘볼보 V60 D4’에 올라 바다를 향해 무작정 떠났다. 시계 바늘은 이미 자정을 넘겼고 서울 도심은 그 어느 때 보다 고요했다. 한낮에 뜨거운 열기만큼 차량 정체로 가득했던 시내를 가벼운 발놀림으로 빠져나왔다. 차량은 도로를 유영하듯 매끄럽게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4기통 디젤엔진은 고속에서 더욱 날렵한 몸짓을 뽐내고 실내는 깊은 심해의 아늑함 만큼이나 고요하기만 했다.

‘왜건의 명가’ 볼보자동차가 만든 V60은 장거리 여행에서 그 실력을 톡톡히 발휘할 것이란 기대로 이번 시승차로 낙점됐다. 왜건의 형태를 띠고 있으니 실용성에선 두말할 필요가 없었고, 디젤엔진을 얹어 장거리 여행에서 기름값 걱정도 덜었다. 무엇보다 지난 8월초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안전 및 편의 사양이 추가돼 장시간 운전에서 운전자의 피로가 크게 줄었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흔히 볼보는 각지고 구식 자동차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신차들의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트렌드를 잘 따라가는 모습이다. 더구나 시승차는 R디자인 패키지가 적용돼 보다 역동적 이미지를 엿볼 수 있다.

R디자인 패키지는 기존 모델의 내외관 디자인을 더욱 역동적으로 변화시킨 모델로 V60의 실용성에 전용 사이드 미러캡, 리어 디퓨저, 블랙 루프 레일, 듀얼 배기 파이프와 18인치 다이아몬드 커팅 휠 등이 더해졌다. 실내는 왜건답게 기본 적재 용량이 430리터에 4대2대4 분할방식의 좌석을 모두 접었을 경우 1246리터까지 공간이 늘어나 어지간한 짐은 문제없이 실린다.
V60 D4는 최고출력 181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2.0리터 4기통 디젤엔진을 탑재했다. 또한 8단 자동변속기와 조합해 15.8km/ℓ의 비교적 만족스러운 복합연비(도심 13.9km/ℓ, 고속도로 19.1km/ℓ)를 기록한다.

고속도로에 올라 오른발에 힘을 실었다. 거동이 다소 묵직하고 스티어링 휠은 예민하다. 기존 모델에서 다운사이징 했지만 출력에서 부족함을 느끼기 힘들다. 중고속 영역에서 고속영역에 이르기까지 고른 반응속도 역시 인상적이다. 중간에 휴식을 위해 휴게소에 들러 정차 시 차량의 소음을 느껴 볼 수 있었다. 현재 국내 수입차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독일 디젤 세단에 비해 오히려 외부에서 느껴지는 소음은 침묵에 가깝게 작은 편이다. 물론 실내에서도 디젤인지 가솔린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소음과 진동에 의한 스트레스는 없다.

야간의 한적한 고속도로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그렇다고 상향등을 키고 달리기에는 마주 오는 차량에게 적잖은 민폐다. 하지만 V60에는 ‘2세대 액티브 하이빔 컨트롤’ 같은 고급 편의사양이 있다. 주행 시 맞은편 운전자를 눈부시게 하지 않으면서도 지속적으로 상향등을 유지하는 기능으로 보다 편안한 야간주행이 가능했다.
이밖에 ‘안전의 볼보’라는 명성에 걸맞게 시티 세이프티, 사각지대경보시스템은 기본이고 차량의 주행 속도와 차간 거리, 자동 제동 및 재출발까지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Adaptive Cruise Control)’, 전방의 차량은 물론 보행자와 자전거까지 감지해 추돌 위험시 자동으로 긴급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인텔리 세이프(Intelli Safe)’, ‘파크 어시스트 파일럿(Park Assist Pilot)’ 등 차급을 훌쩍 뛰어 넘는 각종 편의 및 안전장치를 찾아 볼 수 있다.

자정에 서울을 출발해 두 남성은 동트기 전에 푸른 동해바다를 만날 수 있었다. 특별한 계획을 세우진 않았지만 확 트인 바다를 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편안해졌다. 무엇보다 장거리 운전에서도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붉은 일출을 만날 수 있었다.
볼보 V60 D4 R-디자인의 판매가격은 5510만 원이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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