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환자 이송전문 ‘하늘위 응급실’… 에어앰뷸런스 아시나요

박성민 기자

입력 2021-07-17 03:00 수정 2021-07-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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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잉닥터스, 작년부터 96명 이송
의료시스템 열악한 국가 교민 대상… 중환자 빠르면 하루새 국내 직행
거리-기종따라 이용료 1억∼3억… 여행자보험 보상액 적어 개선 과제


이달 2일 인도네시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한국 남성이 에어앰뷸런스를 타고 귀국하고 있다. 에어앰뷸런스는 주로 8, 9인용 항공기로 의료진을 포함해 탑승자가 4, 5명으로 제한된다. 왼쪽 사진은 이동식 격리장치를 갖춘 에어앰뷸런스 내부. 플라잉닥터스코리아 제공

지난해 8월 멕시코 교민 A 씨(56·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유증으로 폐 기능이 90% 이상 손상돼 폐를 이식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폐포(肺胞)가 딱딱하게 굳는 폐 섬유화가 빨리 진행돼 현지에선 손 쓸 방법이 없었다. 에크모(ECMO·인공심폐기)로 하루하루 버티던 A 씨의 마지막 희망은 에어앰뷸런스(환자 이송 전용 비행기)였다. 그는 한국까지 1만2000km를 날아와 폐 이식 수술을 받고 완치됐다.

○‘하늘 위 응급실’ 코로나 환자 96명 이송

전파력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다. 백신 보급이 더디거나 의료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국가의 교민 피해도 크다. 단기 출장이나 현지 파견 중 감염 사례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 치료받기 위해 에어앰뷸런스를 이용하려는 개인과 기업의 문의도 끊이지 않는다.

16일 에어앰뷸런스를 운영하는 ‘플라잉닥터스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국내 이송된 코로나19 환자는 96명이다. 최근 하루 4만 명 이상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인도네시아에서만 교민 53명이 에어앰뷸런스를 타고 귀국했다. 최영호 플라잉닥터스 코리아 전무는 “입원도 못한 채 집에서 산소통에 의지하거나 탑승을 앞두고 증상이 악화돼 숨진 교민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송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응급상황 대처와 산소 확보다. 길게는 24시간 넘게 지상 의료진과 단절되기 때문이다. 탑승한 의료진의 감염을 막기 위해 환자는 이동식 격리장치(PIU·portable isolation unit)에 누워 옮겨진다. 에어앰뷸런스의 산소 공급 능력에 따라 여럿이 탑승하기도 한다. 최 전무는 “최근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코로나19에 걸린 가족 3명이 귀국했는데 이 중 2명이 별도 산소 공급이 필요 없는 경증이어서 에어앰뷸런스 한 대로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용료는 이송 거리와 기종에 따라 1억∼3억 원에 책정된다. 같은 거리라도 큰 항공기는 급유를 위해 경유할 필요가 적어 이송시간은 짧지만 이용료는 비싸다. 에크모를 장착하거나 의료진이 추가 탑승하면 비용이 더 올라간다.

○이송까지 평균 3일, 한국서 협진 가능

에어앰뷸런스를 이용하려면 환자 상태도 중요하다. 비행기가 도착했지만 환자 상태가 악화돼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에어앰뷸런스가 환자와 가까운 지역에 있어야 이송도 빠르다. 플라잉닥터스 코리아가 세계 200여 개국에서 외국 업체에 수수료를 지불하며 운영하는 비행기는 약 160대. 최 전무는 “예약부터 이송까지 3일 정도 걸리지만 비행기가 마침 현지에 있거나 환자 상태가 양호하면 하루 만에도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 상태가 위중하면 한국 의료진이 현지로 급파되거나 원격 협진도 이뤄진다. 최 전무는 “의료 시스템이 열악한 국가의 의료진에게 의견을 전달하거나, 가정에서 이송을 기다리는 환자 영상을 전달받아 산소 공급량 조절 등을 조언하기도 한다”며 “응급의학과를 비롯해 13개 과 전문의 20여 명이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해외에서 실어온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기까지 개선할 점도 많다. 응급의학과 의사를 태운 특수구급차가 활주로까지 들어와서 코로나19 환자를 실어 가야 하지만 인천국제공항에는 특수구급차가 없다. 현재는 서울 환자를 담당하는 서울대병원 특수구급차를 이송 때마다 섭외하고 있다. 최 전무는 “정부가 지역 의료계와 협의해 응급환자 이송 시스템을 서둘러 보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싼 이송 비용 전액을 보험으로 보상받기 힘든 것도 문제다. 귀국 비용을 지원하는 여행자보험이 있지만 보상 범위가 2000만∼5000만 원 수준이어서 실제 이용료에 크게 못 미친다. 국내 여행자보험 가입률도 2019년 기준 약 12%에 불과하다. 게다가 현지 병원에 14일 이상 입원해야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어 혜택을 못 받는 보험 가입자도 많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해외 이송 환자 이송 개선안에서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행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

플라잉닥터스 코리아는 조만간 국내에도 에어앰뷸런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최 전무는 “국내 의료진 탑승이 더 쉬워지고 외국 운영사에 내는 수수료도 아낄 수 있어 고객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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