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전기차 레이스’ 가보니… 코나 vs 볼트 1시간 질주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8-09-10 10:37 수정 2018-09-10 14:43
9일 전남GT가 열린 영암 국제자동차경주장에서 전기차 레이스 ‘에코 EV 챌린지’ 출전 차량들이 서킷을 주행하고 있다.
9일 복합자동차 문화축제 ‘전남GT’가 열린 영암 국제자동차경주장. 요란한 엔진 배기음 대신 ‘휙 휙’ 바람소리가 서킷을 메웠다. 나름 치열한 경주가 펼쳐졌지만 서킷은 고요하기만하다. 이날 한국에서 처음 공식 경기가 열린 순수전기차 경주 ‘에코 EV 챌린지’는 색다른 광경을 선사했다.
에코 EV 챌린지는 60분간 가장 많은 바퀴를 도는 참가자가 우승하는 내구레이스로 진행됐다. 다른 레이스와는 달리 일반인이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전기차와 헬멧을 쓰면 참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이색 레이스의 묘미를 전달했다.
전남GT 관계자는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면서 자동차 브랜드들도 앞 다퉈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전기차가 탈 것에서 의미를 벗어나 모터스포츠와 같은 즐기는 문화로 천천히 방향을 선회하면서 더욱 재미있는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에코 EV 챌린지에는 코나 일렉트릭·아이오닉 일렉트릭·볼트 EV 등 전기차 9대가 출전했다. 전기차 경주는 급가속과 급정거 등 가혹한 레이스 조건에서의 배터리 지속성이 승패를 가른다. 제원상으로는 완전 충전 시 코나와 아이오닉이 각각 406km·200km, 볼트가 383km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모터 최고출력은 코나 150.0Kw·아이오닉 88.0Kw·볼트 150.0Kw, 최대토크는 395.0Nm·295.0Nm·360.0Nm.
특히 이들 차량은 동력 성능을 끌어올리는 튜닝 등 별도 작업을 하지 않고도 내연기관 경주차에 크게 뒤지지 않는 가속력을 보여줬다. 경기가 열린 영암 국제자동차경주장 상설서킷 길이는 3.045km로 배기량 1600cc급 경주차들은 이날 결선 경기에서 한 바퀴 최고랩타임 1분36초대를 기록했다. EV 챌린지에서는 코나 일렉트릭이 1분42초대를 기록하며 1600cc급 주행 능력을 과시했다.
출전 선수들은 레이스 내내 충전된 전기를 적절히 활용하는데 중점을 뒀다. 종반에 다가갈수록 주행거리 관리에 실패한 전기차들은 스피드가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EV 특성을 파악하고 전략을 짠 출전선수들은 마지막까지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선보였다.
경기는 중반까지 코나와 볼트 싸움으로 압축됐다. 최대 주행거리와 토크에서 앞서는 코나는 초반부터 계속 치고 나갔고, 볼트 역시 끈질기게 따라 붙었다. 하지만 마지막 5분을 앞두고 볼트는 급격히 가속이 떨어졌고, 이내 세 번째와 네 번째로 달리고 있던 또 다른 코나에 추월을 허용했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코나는 배터리 용량 7%, 주행거리 23km가 남아있었다.
결국 국내 첫 서킷 레이스로 펼쳐진 에코 EV 챌린지에서는 코나(강창원)가 초반부터 선두로 나선 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60분간 총 32랩(1랩=3.045km)인 97.44km로 첫 우승을 따냈다. 그 뒤를 코나 두 대가 이어 달리며 경기가 마감됐다.
우승을 차지한 강창원 선수는 “경기 전 동력성능이 부족할 것 같았는데 60분간 달리기에는 충분했다”며 “처음에 93% 충전이 돼 있었고, 빠른 주행을 했지만 7%가량 전기가 남아있어 서킷에서 재미있는 레이스를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전남GT 관계자는 “이번에 국내에서 첫 진행된 에코 EV 챌린지의 경우 레이스에 들어간 후 경기 페이스를 어떻게 운영하는가에 따라 경기 결과가 달라짐을 알 수 있도록 했다”며 “여기에 스피드만이 아닌 전기 소모량까지 계산해 레이스를 펼치게 되면서 레이스 속 또 다른 재미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현재 전기차 레이스는 전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포뮬러1(F1)도 기존 엔진에 전기시스템이 도입된 하이브리드 방식을 도입했고, 이보다 더 앞선 순수전기시스템만으로 레이스를 펼치는 포뮬러 E도 서킷에서 브랜드들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2014년 첫 시작을 한 포뮬러 E의 경우 르노, 재규어, 아우디, 폭스바겐, BMW, 벤츠, 토요타, 닛산 등의 브랜드들이 참가하거나 예정이라 어느 레이스보다 더 화끈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 주요 모터스포츠로 자리잡았다.
또 다른 모터스포츠에 순수전기차는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일렉트릭 GT시리즈, 산악 도로를 오르면서 구름 위의 레이스라고 불리는 파이크스 피크 인터내셔널 힐 클라임은 물론 르망 24시까지도 순수전기차들이 도전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킷에서는 열리지 않았지만 일반 도로에서 연비 효율성을 알아볼 수 있는 전기차 랠리가 진행됐다. 제주도를 비롯해 지방 자치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기차 에코 랠리는 문화활성화를 윈한 대책으로 내세워지고 있다.
영암=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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