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美 내실 다지기 집중… 경영 리스크 관리 최소화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8-01-15 08:57 수정 2018-01-15 08:59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9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가전전시회(CES)에 참여한 차량용 단말기 전문 업체의 제품을
체험해보고 있다. 첨단 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해 전자산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 업체들의 신기술 경쟁은
치열해졌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 시장 진출 33년 만에 누적 판매 2000만대 달성을 앞두고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985년 4월 현대차가 미국 LA 인근 가든그로브에 현지 법인인 현대모터아메리카(HMA)를 설립하고, 이듬해인 1986년 엑셀 수출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현지 판매에 돌입했다. 기아차도 1994년부터 현지 판매를 시작한 가운데 양사는 지난해까지 미국 시장에서 총 1891만3440대를 판매, 미국 진출 33년 만인 올해 누적 2000만대 판매라는 대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017년은 현대·기아차에 시련의 한해였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제네시스 포함) 미국 시장 판매는 총 127만5223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4% 감소한 수치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가 68만5555대(11.5%↓)를 판매했고, 기아차는 58만9668대(8.9%↓)를 판매했다. 전년대비 판매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13년 이후 4년 만이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 산업 수요가 전년 대비 1.8% 줄어들며 8년 만에 감소한데 이어 올해도 금리상승에 따른 실구매 부담 증가 등의 영향으로 1.7% 줄어들며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인센티브 지출 증가 등 판매 확대를 위한 업체별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 불안과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차의 공세, 한미 FTA 개정협상 또한 향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같은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 현대·기아차는 올 한해를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성장 기반 마련의 해로 삼고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지속적인 품질경영을 추진해온 결과, 최근 유수의 품질평가 기관으로부터 최고의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품질 자신감을 바탕으로 향후 미국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해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권역별 자율경영체체 도입을 통한 경영 효율성 향상, 제네시스 브랜드 고급화 박차, SUV 등 신차 투입을 통한 제품 경쟁력 향상, 고객 대상의 창의적인 마케팅 프로그램 실행, 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 중심의 미래 경쟁력 확보 등 근원적인 경쟁력 확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권역별 자율경영체제는 전세계 주요 시장별로 상품전략, 생산, 판매 등을 통합 운영해 현지 시장과 소비자의 요구에 능동적이면서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현장의 권한과 책임을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조직 혁신의 첫 시작점이 미국이다. 미국은 현대·기아차 전체 판매의 약 20%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 선진 시장인 미국에서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다른 권역으로의 적용도 보다 용이해진다.
현대·기아차는 향후 각 사별로 출범하게 될 미주지역 권역본부를 통해 판매, 생산, 손익 등을 하나로 통합 관리함으로써 경영 효율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장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보다 강화하고 현지 우수 인재를 적극 확보함으로써 경영상의 리스크 관리도 보다 수월해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목표를 71만6000대로 정하고, 판매·마케팅·상품·서비스 등 전 부문에서 대대적인 혁신을 단행한다.
먼저 현대차는 올해 미국에서 SUV를 중심으로 한 신차 라인업을 강화하며 상품 경쟁력을 대폭 향상시킨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엔 코나, 하반기엔 신형 싼타페를 각각 출시하며 판매 확대에 힘쓰는 한편, 전기차 코나 EV와 수소전기차 넥소(NEXO) 등 친환경 SUV 2개 차종을 동시에 선보이며 SUV 제품군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이후에는 코나보다 작은 소형 SUV와 싼타페보다 큰 대형 SUV까지 SUV 라인업을 보다 다양화함으로써 미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SUV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현대차는 이달 디트로이트 모터쇼 최초 공개를 시작으로 상반기 신형 벨로스터 판매에 돌입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엔 주력 볼륨 모델인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와 투싼의 부분변경 모델을 각각 출시하며 판매 및 점유율 확대를 추진한다.
현대차는 1999년 ‘10년 10만 마일 보증제도’, 2009년 ‘어슈어런스 프로그램(구매 후 1년 내 실직하면 차를 되사주는 프로그램)’ 등 위기의 변곡점에서 늘 업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마케팅을 선보이며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마련해왔다. 지난해 10월 새롭게 선보인 ‘쇼퍼 어슈어런스(Shopper Assurance)’ 프로그램 또한 최근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격 투명성 제고, 계약 프로세스 단축, 찾아가는 시승 서비스, 3일 이내 환불 보장 등으로 구성된 쇼퍼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미국 내 4개 대도시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거친 후 올해 1분기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3일 머니백(3-day money back guarantee)'은 차량 구입 후 3일 이내 300마일(483㎞) 이하로 주행했을 경우 차량의 무상반환이 가능하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국내에서 2016년 도입한 '차종 교환'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현대차는 2월 개최되는 미국 최대 스포츠 축제 슈퍼볼에도 광고를 집행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2008년부터 슈퍼볼 광고를 시작해 2015년만 제외하고 해마다 광고를 집행하고 있으며, 올해 슈퍼볼 광고에선 코나를 전면에 내세우며 경기를 시청하는 전세계 1억명 이상의 눈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현대차는 내실 다지기의 일환으로 딜러 역량 강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딜러 성과 인센티브 차별화로 우수 딜러는 적극 육성하는 한편, 부진 딜러는 교육강화 및 시설개선을 통해 판매 역량 및 고객 만족도를 제고해나갈 방침이다.
또한 태블릿 PC 등을 활용한 디지털화로 빠르고 정확한 정비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워크숍 오토메이션(Workshop Automation)을 미국 전역에 400개소로 늘릴 계획이다. 블루링크 서비스를 비롯한 커넥티비티 서비스도 보다 강화함으로써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커넥티드카 시장을 사전에 대비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이 된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도 지속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아이오닉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했으며 특히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복합연비 58MPG로 미국에서 판매중인 하이브리드카 가운데 가장 연비가 좋은 차로 선정됐으며, 아이오닉 EV 또한 전기차의 연비를 의미하는 전비가 전세계 전기차 가운데 가장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는 코나 EV와 넥소(NEXO) 등으로 친환경 라인업을 강화한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미래 혁신기술의 메카인 실리콘밸리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인 '현대 크래들'을 오픈, AI·모빌리티·자율주행·스마트시티·로봇 등 미래 핵심분야에 대한 연구 및 스타트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8.9% 감소한 58만9668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기아차는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에서 세계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는 성과도 올렸다. 미국 제이디파워의 ‘2017 신차품질조사(IQS)’에서 72점을 기록하며 32개 전체브랜드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1987년 시작된 신차품질조사 31년 역사 중 일반브랜드로서는 최초로 2년 연속 전체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아차는 이 같은 품질 자신감을 바탕으로 올 한해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목표를 61만대로 잡고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올해 기아차 판매 확대 및 브랜드 고급화의 선봉장은 스팅어다. 기아차는 지난해 연말 첫 선을 보인 스팅어를 올해부터 미국 시장에 본격 판매한다. 특히 스팅어는 지난해 11월 ‘2018 북미 올해의 차(NACTOY, North American Car&Truck of the Year 2018)’ 승용차 부문에서 최종 후보(Finalists)에 올라 전세계 자동차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스팅어는 혼다 어코드, 도요타 캠리와 함께 총 3개 차량이 선정되는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며,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올해의 차에서 최종 수상을 노린다.
올해 하반기에는 럭셔리 플래그십 세단인 신형 K9을 선보이며 스팅어와 함께 브랜드 고급화 및 수익성 향상에 나설 계획이다. 주력 볼륨 모델인 신형 포르테(국내명 K3)를 하반기에 출시해 미국 소형차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한편, K5·쏘렌토의 부분변경 모델도 출시하며 판매량 회복에 주력한다. 전기차 버전인 니로 EV를 새롭게 선보이며 친환경차 시장 지배력도 높여나갈 계획이다.
니로는 지난해 출시 이후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지난해 1~11월 누계 기준 2만 4,840대가 판매 됐다. 미국 하이브리드카 시장에서 7.5%의 점유율로 4위를 기록했다.
2010년부터 참여하고 있는 슈퍼볼 광고도 변함없이 집행할 계획이고 미국 프로농구리그인 NBA의 공식 후원사로서 경기장 내 차량 전시 및 브랜드 노출에도 힘쓴다.
2015년 11월 출범한 제네시스는 2016년 하반기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미국 시장에서 G80는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등과 함께 미드 럭셔리 차급에서, G90(국내명 EQ900)는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등과 함께 프리미엄 럭셔리 차급에서 각각 판매되고 있다. G80(구형 DH제네시스 포함)는 지난 한해 동안 총 1만6,322대가 판매돼 해당 차급에서 벤츠 E클래스(4만9,473대), BMW 5시리즈(4만658대)에 이어 8.3%의 점유율로 3위를 기록했다. G90는 지난해 총 4,418대가 판매돼 벤츠 S클래스(1만5,887대), 캐딜락 CT6(1만542대), BMW 7시리즈(9,276대), 포르쉐 파나메라(6,731대)에 이어 점유율 7.2%로 5위를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중형 럭셔리 세단 G70가 출시될 예정이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6월 미국 제이디파워의 '2017 신차품질조사(IQS)에서 미국·유럽·일본 등 전체 13개 프리미엄 브랜드 가운데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제네시스는 향후 SUV까지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고 미국 PGA 골프 투어 개최 등 대규모 스포츠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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