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 벌었다는 ‘청년 버핏’… 실제수익 14억

박성민기자

입력 2017-08-09 03:00 수정 2017-08-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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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상씨 “현재 주식투자금 5억… 400억 기부목표 발언이 와전된 것”
지명도 이용 부당 이득 여부 논란


“인터뷰 때 평생 400억 원을 기부하고 싶다고 말한 것이 ‘400억 자산가’로 와전됐습니다. 그때 바로잡지 못한 것은 제 불찰입니다.”

주식 투자로 수백억 원의 자산을 일군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된 박철상 씨(33·사진)의 ‘청년 버핏’ 신화가 해프닝으로 끝났다. 박 씨가 실제 거둔 수익은 14억 원으로 당초 알려진 400억 원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 씨는 2003년부터 과외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약 1000만 원을 투자해 10여 년 만에 400억 원대 주식 부자가 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장학기금을 운영하며 20억 원 이상을 기부해 ‘청년 버핏’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미국의 ‘기부왕’ 투자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에 빗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벼락같은 성공 스토리에는 의혹의 시선이 따라왔다. 2일 박 씨가 모교인 경북대에 향후 5년간 13억 원대 장학기금을 기탁하기로 한 다음 날 유명 개인투자자 신준경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주식으로 400억 원을 벌었다면 계좌를 보여 달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박 씨는 당초 신 씨의 주장을 “황당하기 그지없다”며 일축했지만 하루 만에 수익이 부풀려 알려진 사실을 인정했다. 박 씨는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굴리는 돈은 5억 원 정도이고 그동안 거둔 수익 14억 원은 대부분 기부했다”며 “이와 별도로 뜻을 같이한 지인 7명과 함께 주식 투자를 해서 10억 원을 만들어 내 이름으로 기부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박 씨가 높아진 지명도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했을지 모른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박 씨는 이에 대해 “2015년 주식 투자를 그만뒀다고 밝힌 것도 자산 운용을 부탁하는 제안을 거절하기 위해서였다”며 “출간 제의도 모두 거절하는 등 부당이득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일부 ‘스타 주식 전문가’들의 수익률 과대 포장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해에는 ‘청담동 주식 부자’로 유명했던 이희진 씨가 장외 주식과 관련한 허위 정보를 퍼뜨려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번 의혹을 제기한 신 씨는 “사회가 박 씨를 영웅으로 만들면서 그가 신분 상승에 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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