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만능 꿈꾸는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7-03-28 10:42 수정 2017-03-2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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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야금야금 점유율을 높여오던 하이브리드차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한 단계 도약했다. 2016년 한국에서 판매된 하이브리드차는 모두 6만2760대로, 전년(3만8979대)에 비해 두 배 가까이 판매량이 증가한 것.

하이브리드차는 2년 전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사건으로 인해 디젤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 깔리면서 다시 주목 받기 시작했다. 디젤차는 심각한 수준의 미세먼지를 발산한다는 지적에 ‘클린’이라는 말을 쓸 수 없는 처지에 놓였고, 미세먼지 배출량은 적지만 이산화탄소는 더 내뿜는 가솔린차도 지탄 대상이 됐다.

하이브리드차의 가장 큰 장점은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동시에 쓰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높은 연료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주행 성능을 기존 가솔린·디젤 차량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끌어올린 모델도 속속 등장해 달리기 성능에 대한 걱정도 할 필요가 없게 됐다.

이번에 만나본 혼다 어코드도 ‘만능’을 꿈꾸는 다재다능한 하이브리드차였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이전 가솔린 모델 외관과 동일하지만 하이브리드 전용 패키지를 적용해 차별화를 뒀다. 겉모습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램프다. 모든 램프에 발광다이오드(LED)를 적용해 ‘신기술’ 느낌을 낸다.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도 한층 개선돼 헤드램프와 잘 어울리고, 뒷모습도 앞모습의 세련된 인상을 이어간다.

내부 인테리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하이브리드 전용 계기판이다. 이 계기판 중앙의 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는 차량 셋팅과 트립, 각종 차량 정보를 텍스트와 애니메이션으로 직관적으로 표현, 운전자가 운전 중에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왼쪽에는 현재 출력과 회생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고, 오른쪽에는 하이브리드 배터리 잔량과 연료 상태를 수시로 볼 수 있다.

듀얼 스크린도 운전자에게 매우 유용하다. 조수석 쪽에 사각지대 모습을 보여주는 카메라가 장착돼 있는데, 차선을 바꾸기 위해 표시등을 켜면 사각지대의 카메라 영상이 스크린에 뜬다. 스크린이 하나였다면 내비게이션 화면을 순간 볼 수 없게 됐겠지만, 2개로 돼 있어 내비게이션을 그대로 볼 수 있다는 점이 편리하다. 또 애플 아이폰과 연동 가능한 ‘애플 카플레이’와 휴대전화 무선 충전시스템도 쓸 수 있다. 실내 소음을 감지해 이와 반대되는 음파를 내보내 소음을 줄여주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까지 적용했다.

열선 시트가 기본 적용된 뒷좌석은 성인 두명과 아이 한명이 탈정도의 공간이 나온다. 레그룸과 헤드룸은 넉넉한 편이다. 트렁크에는 9인치 골프백 4개까지 넣을 수 있다.

본격적으로 어코드 하이브리드 특성을 파악해봤다. 시승은 2박3일 동안 서울과 안양을 잇는 도심 출퇴근길로 잡았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도 간간히 이용해봤다. 기본 설정은 전기모터를 적극 활용하는 EV 드라이브 모드로 놓고 주행을 이어갔다.

어코드는 하이브리드차답게 조용했다. 급가속을 하지 않는 이상 정지 상태부터 일정 속도까지 전기모터로만 차가 움직여서 진동과 소음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전기모터 작동음이 미세하게 세어 나왔다.

EV 모드는 저속에서 고속주행 영역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역에서 전기를 사용해 모터로만 주행이 가능하다. 실제로 평지에서 전기모터를 사용해 최고 100km/h까지 도달하기도 했다. 전기로 고속주행을 하다보면 배터리 소모가 빨라져 이내 엔진이 개입되지만, 엔진 구동 시 배터리 충전도 동시에 되기 때문에 다시 전기 모드로 돌아갈 수 있다.

배터리 충전을 더 빨리하고 싶으면 변속기를 B에 두면 된다. 이 모드는 회생 제동을 늘려 보다 효율적인 하이브리드 작동으로 연료 소비 효율을 증가시킨다. 회생 제동을 통해 내리막에서 엔진 브레이크와 같은 감속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승차감이나 주행 능력은 기존 어코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2.0리터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과 2개의 전기 모터가 탑재된 e-CVT, 리튬 이온 배터리로 구성된 i-MMD(intelligent Multi Mode Drive)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적용돼 시스템 최고출력(엔진+모터) 215마력을 발휘한다.

어코드는 시트포지션이 낮아 무게중심을 잘 잡아줬고, 감속하지 않고 힘이 실려 있는 상태에서도 쏠림 없이 곡선 주로를 잘 빠져나왔다. 적당히 단단한 서스펜션으로 방지턱도 부드럽게 넘어갔다. 엔진회전수 1800~1900rpm에서 안정적으로 시속 100km까지 끌어 올렸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차가 더 경쾌하고 날렵해지지만, 기본 주행에서도 스포티한 느낌을 받아 자주 사용하진 않았다.

주행거리 약 90km를 달리고 최종 연비는 20.3km/ℓ를 기록했다. 저속과 고속주행이 7대3 정도로 전기모터를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해 복합 연비(19.3km/ℓ)를 상회한 결과가 나왔다. 운전 종료 후 자신의 에코 드라이빙 정도를 나뭇잎의 숫자로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뭇잎은 최대 3단계로 구성돼 있으며, 운전 조작 상태에 따라 랭킹이 변동된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판매 가격은 4320만 원이다. 여기에 정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구매 지원금 기준을 충족해 1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고, 개별소비세·교육세·취득세 등 최대 270만 원 상당의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색상은 하이브리드 전용 코발트 블루를 비롯해 실버, 화이트, 메탈, 블랙 등 총 다섯 가지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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