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반자율주행 기능 입은 'BMW 신형 5시리즈'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17-03-01 08:00 수정 2017-03-01 08: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사실 BMW의 지난해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국내 수입차 판매량이 전체적으로 하락한 가운데 BMW는 브랜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소폭 성장했다. 문제는 자존심에 있다. 경쟁 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가 신형 E클래스를 앞세워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것. 결국 BMW의 역사적인 기록은 조용히 묻혔고 7년 동안 이어진 국내 수입차 왕좌는 벤츠에게 넘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BMW 신형 5시리즈가 국내 출시됐다. 신형 5시리즈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야심차게 내놓은 플래그십 세단 신형 7시리즈가 벤츠 S클래스와의 경쟁에서 밀렸고 스포츠 세단의 ‘교과서’로 알려진 3시리즈는 C클래스의 공세를 가까스로 막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신형 5시리즈는 강력한 라이벌인 E클래스를 상대하면서 구겨진 브랜드의 자존심까지 회복시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특히 5시리즈와 E클래스가 포진한 E세그먼트 시장은 국내 수입차 최대 격전지로 브랜드 성패를 좌우하는 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BMW가 신형 5시리즈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우수한 상품성… 가격은 6630만~8790만 원

BMW 신형 5시리즈
다행히 신형 5시리즈의 완성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전 모델에 M 스포츠 패키지, 에어 플랩 컨트롤, 반자율주행 시스템 등이 기본 적용됐다. 일반적으로 상위 트림을 선택해야만 경험할 수 있는 사양들로 상품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회사의 고민이 느껴졌다.

이번에 국내 출시된 모델은 520d와 530d(디젤), 530i(가솔린) 등 총 3종이다. 옵션에 따라 9개 트림을 고를 수 있다. 520d(6630만~7120만 원)와 530i(6990만~7480만 원)는 각각 4개 트림으로 구성됐다. 기본적으로 일반 모델(M 스포츠 패키지)과 플러스(M 스포츠 패키지 플러스) 모델을 선택할 수 있고, 사륜구동 모델의 경우에도 일반형과 플러스 버전을 고를 수 있다. 플러스는 고급 실내 소재와 첨단 사양이 추가된 트림이다. 530d는 M 스포츠 패키지 단일 트림(8790만 원)으로만 출시됐다.

신형 5시리즈는 성능 개선도 이뤄졌다. 520d는 2.0리터 4기통 디젤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기존 모델과 비교해 출력과 토크는 동일하지만 섀시 개선을 통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에 걸리는 시간은 7.5초로 0.2초가량 단축됐다. 사륜구동 모델은 8.1초에서 7.6초로 빨라졌다.
BMW 신형 5시리즈
530i의 경우 기존 528i를 대체하는 모델로 새로운 엔진이 탑재돼 출력과 연비가 향상됐다. 2.0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이 적용돼 최고출력 252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힘을 낸다. 토크는 이전과 동일하지만 출력은 245마력에서 3% 가량 개선됐다. 연비는 복합 기준 리터당 12.8~13.4km로 기존(11.3~11.7km/ℓ)보다 우수하다.

530d는 3.0리터 6기통 디젤 엔진이 장착됐으며, 265마력, 63.3kg.m의 동력성능을 갖췄다. 이전(258마력, 57.1kg.m)보다 출력과 토크가 모두 높아졌으며 연비효율도 개선됐다.


○ 시승차는 520d… 가장 대중적인 선택

BMW 신형 5시리즈
공식 출시 행사에 이어 시승 행사가 이어졌다. 시승은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 타워에서 출발해 올림픽대로를 지나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브 센터까지 가는 코스로 정해졌다. 또 짧은 시간이지만 드라이브 센터 내 서킷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신형 5시리즈의 전반적인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승 모델은 520d x드라이브 M 스포츠 패키지 플러스를 선택했다. 새 엔진이 탑재된 530i를 타고 싶었지만 가장 대중적인 520d를 먼저 확인해봐야 한다는 ‘의무감’이 앞섰다.

신형 5시리즈는 대체적으로 긍적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반응은 5시리즈 전체가 아니라 520d에 대한 이야기로만 이해하는 것이 더 적합해 보인다. 사실 구형 5시리즈의 경우 ‘짜릿한’ 느낌이 덜했던 모델은 520d가 거의 유일했다. 스포티한 주행보다는 승차감과 연비효율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진 모델이기 때문이다. 이외에 528i 등 다른 모델들은 대부분 BMW 특유의 스포티한 느낌을 잘 살렸다.


○ 덩치 키웠지만 날렵해진 외관… 역동적인 느낌

BMW 신형 5시리즈
외관의 경우 M 스포츠 패키지가 다소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이미지를 역동적으로 표현해냈다. 전용 범퍼와 디퓨저, ‘M' 엠블럼 등이 더해졌고 여기에 M 스포츠 서스펜션까지 적용돼 주행 성능까지 스포티한 느낌으로 완성됐다. 다만 추후 출시될 고성능 신형 M5나 고급 트림을 구입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엔트리 모델에도 M 엠블럼이 부착된 모습이 달가울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보다 많은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고려한 회사의 결정은 칭찬받을 만하다.
BMW 신형 5시리즈
디자인은 7시리즈로부터 시작된 브랜드 최신 디자인을 따른다. 헤드램프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연결된 모양이며 테일램프는 5시리즈 특유의 스타일을 살리면서 세련된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또 측면 하단의 에어 브리더 장식도 눈길을 끈다. 덩치도 키웠다. 길이와 너비, 높이 등 모든 부분이 이전에 비해 커졌다. 하지만 직선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안정적인 비율을 구현해 기존 모델보다 날렵한 느낌이다. 휠베이스는 7mm 가량 늘려 뒷좌석 공간도 약간 개선됐다.

외장 컬러는 새로 추가된 블루스톤을 비롯해 알파인 화이트, 카본 블랙, 메디터레니언 블루, 소피스토 그레이, 블랙 사파이어 등 총 6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휠은 모델에 따라 18인치와 19인치를 고를 수 있다.


○ 가장 진보된 반자율주행 기술… 신선하지는 않다

BMW 신형 5시리즈
첨단 사양도 대거 탑재됐다. BMW는 가장 진보된 ‘반자율주행 기술’이라며 단순히 ‘경고’ 역할에 한정됐던 주행보조 장치를 능동적인 시스템으로 발전시켰다고 강조했다. 전 모델에 기본 적용된 이 시스템은 조향과 가속, 제동을 도와주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해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차선 이탈 경고 장치, 스티어링 휠 진동 경고 장치가 더해진 차선 유지 및 액티브 측면 충돌 보소 시스템, 전방 충돌 방지 시스템, 후방 충돌 경고 장치, 차량 접근 경고 기능 등 화려한 사양들을 포함한다.

하지만 신선함은 덜하다. 조향 보조 기능과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 기반의 반자율주행 장치는 이미 다른 브랜드에서도 선보인 기술이기 때문이다. 또 일부 업체는 이미 완전한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에 돌입했다는 점도 반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감흥을 반감시킨다.
BMW 신형 5시리즈
그럼에도 신형 5시리즈의 주행보조 장치는 인상적이다. 최신 모델답게 사용편의성과 기술 정확도는 다른 브랜드들을 압도했다. 스티어링 휠의 버튼을 통해 손쉽게 기능을 활성화 시킬 수 있었고 조향 보조와 주변 차량 감지 능력도 우수했다. 실제로 올림픽대로에서 사용해 본 반자율주행 기능은 만족스러웠다. 차가 스스로 가속과 브레이크 페달,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는 모습이 꽤 믿음직했다. 특히 코너 구간을 빠져나가는 움직임은 마치 사람이 핸들을 조작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BMW 신형 5시리즈
다만 운전자가 오랜 시간 핸들에서 손을 떼고 있거나 급격한 코너 구간에서는 자율주행 기능이 비활성화 될 수 있기 때문에 탑승자는 반드시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 조향 보조 기능이 꺼지기 전에는 1차적으로 계기반 경고 표시가 뜨고 다음으로는 경고음이 울린다. 이후에는 운전자가 핸들을 잡아 직접 운전을 해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짧고 작은 경고음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신형 5시리즈에는 방향표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하려고 할 때 핸들 진동과 물리적인 힘으로 차선 이탈을 방지해 주는 기능도 적용됐다. 꽤 유용한 기능으로 유사 시 스티어링 휠이 묵직하게 잠기면서 차선 유지를 돕는다. 하지만 조금 더 힘을 가하면 핸들도 힘을 풀어 운전자의 조향을 거스르지 않았다.


○ 다시 태어난 520d… 탄탄한 주행감에 정숙성까지

BMW 신형 5시리즈
주행감각은 신형 5시리즈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정확히 말하면 신형 520d의 개선이 유난히 눈에 띈다. 특히 경유차 특유의 소음과 진동을 훌륭히 잡았다. 구형 모델의 경우 ‘달달’거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렸고 물렁한 하체는 BMW라는 태생까지 의심이 들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아마 이때부터 2.0리터 디젤 엔진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졌던 것으로 기억된다.
BMW 신형 5시리즈
신형 5시리즈는 이러한 과거의 기억을 말끔히 씻어냈다. 평소에는 가솔린 모델에 버금가는 수준의 정숙함으로 부담 없는 승차감을 제공했고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기분 좋은 배기음으로 디젤차의 불쾌한 음역 대를 걸러냈다. 여기에 단단하고 묵직하게 세팅된 서스펜션은 이 차가 엔트리급 모델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로 세련된 느낌이다.

BMW 신형 5시리즈
520d는 고속에서의 주행성능도 개선됐다. 지면을 꽉 움켜쥐고 달리는 주행감각은 운전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 계기반 속도계가 시속 160km를 표시하고 있는 줄도 모를 정도로 주행 안정성이 뛰어났다. 제원 상 최고속도는 시속 232km다. 실제로는 180~190km/h까지는 쉽게 올라갔고 이후부터는 천천히 끈기 있게 속도를 높였다.
BMW 신형 5시리즈
신형 520d의 주행 안정성은 서킷에서도 빛났다. 코너 구간에서도 흔들림 없는 주행감각을 유지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낮은 무게 중심과 민첩한 핸들링 덕분에 빠른 속도로 진입한 코너에서도 속도를 크게 줄일 필요가 없었다. 과격한 코너링 상황에서도 좀처럼 오버스티어가 나지 않았다. 브레이크 성능도 눈에 띈다. 두 명의 탑승자가 한 대의 차로 트랙을 6바퀴 가량 돌았지만 브레이크 성능은 처음 상태 그대로였다. 과열된 브레이크로 인해 담력이나 감도가 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성능 저하 없이 처음 컨디션이 유지됐다.

BMW 신형 5시리즈
가속 성능은 일반 도로를 달릴 때와 서킷을 주행할 때의 느낌이 달랐다. ‘가다서다’를 반복해야 하는 도심에서 짧은 구간을 움직일 때는 520d의 넉넉한 토크가 꽤 민첩하게 느껴졌다. 반면 고속 주행이 이어지는 트랙에서는 디젤 특유의 높은 토크를 쉽게 느끼기 어려웠다. 서킷 직진 구간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봤지만 폭발적인 가속감은 없었고 이는 스포츠모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연스럽게 신형 530i의 서킷 주행 성능이 궁금해졌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세련된 실내… 7시리즈가 부럽지 않다

BMW 신형 5시리즈
실내는 기존 구성을 따르면서 세부 디자인이 세련되게 다듬어졌다. 스티어링 휠 디자인은 보다 스포티한 모습으로 바뀌었고 주행보조 시스템을 위한 버튼이 추가됐다. 대시보드 구성도 개선됐다. 센터에는 터치 조작이 가능한 디스플레이가 탑재됐고 화면 크기도 커졌다.

또한 에어벤트와 공조기 및 오디오 조작 버튼 디자인은 날렵한 모양으로 만들어졌고 운전석 방향으로 살짝 기울여 조작 편의성을 고려했다. 기어노브 모양은 7시리즈처럼 변경됐다. 이전에 비해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잡는 느낌도 좋아졌다. 우측에 있는 조그다이얼은 크기가 커졌고 주변 버튼 모양도 달라졌다.
BMW 신형 5시리즈
계기반 디자인도 새로워졌다. 주행 모드 설정에 따라 그래픽과 색상이 변하는 방식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이전에 비해 70% 가량 넓어졌고 컬러도 선명해졌다. 또 11가지 조명 효과와 6가지 라이트 컬러를 선택할 수 있는 앰비언트 라이트 기능도 탑재됐다.

BMW 신형 5시리즈
시트는 전 모델에 스포츠 시트가 장착됐다. 승차감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으로 1시간 넘게 앉아있어도 피로가 느껴지지 않았다. 질감과 소재가 우수하며 플러스 트림을 선택하면 보다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시트가 적용된다. 요추지지대를 비롯해 등부분 상단 각도 조절 등 다양한 시트 자세 설정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뒷좌석은 휠베이스가 기존보다 소폭 길어져 무릎 공간이 약간 개선됐지만 기존과 비슷한 수준이다.
BMW 신형 5시리즈
제스처 컨트롤 시스템은 7시리즈에 이어 5시리즈에도 탑재됐다. 손동작과 손가락 움직임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전화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장치다. 센터 콘솔 근처의 3D센서가 손 움직임을 감지해 기능이 작동되는 방식이다. 다만 제스처 컨트롤 기능의 활용도는 여전히 의문이다. 동작을 인식해 기능이 작동되는 원리는 신기하지만 실제로 손 인식률이 완벽하지 않아 운전 중에 이 기능을 활용하려면 센터 디스플레이를 주시하면서 신경 써야하는 단점이 있다. 자칫 잘못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운전 중 제스처 컨트롤 사용은 가급적 피하기를 권한다.
BMW 신형 5시리즈
이밖에 신형 5시리즈에는 최신 i드라이브 컨트롤러, 보이스 컨트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장치, 실내 공기 이온화 시스템, 6 스피커 오디오(530d는 하만카돈 9 스피커 오디오 적용), 컴포트 액세스 등의 사양이 탑재됐다. 트렁크는 530리터로 경쟁 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 신형 E클래스(540리터)보다 좁다.
BMW 신형 5시리즈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관련기사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