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저건 아예 장전도 안됐다… 대한항공, 기내 난동때 승무원 대처 놓고 거짓말

이은택 기자 , 김재영 기자 , 차준호 기자

입력 2016-12-23 03:00 수정 2016-12-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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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승객때문 안쏴” 해명과 달리 발사체 장착없이 쏘는 시늉만…
승무원들 조작법 몰랐을 가능성
난동 부린 승객, 경찰 출석 안해… 국토부, 기내 불법 처벌 강화 추진


20일 기내 난동사건 당시 대한항공 승무원이 들고 있던 테이저건의 총구(위 사진 실선)에는 전기충격을 가하는 발사체가 보이지 않는다. 아래는 총구에 발사체가 장전된 상태의 테이저건 모습. 데이지 푸엔테스 페이스북 캡처
 대한항공 기내 ‘만취남’ 난동사건 당시 여승무원이 겨누고 있던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이 애초에 발사될 수 없는 상태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매뉴얼에 따라 제대로 대처했다는 대한항공의 해명과는 달리 테이저건의 조작법을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

 20일 벌어진 사건 현장에 있었던 미국 팝가수 리처드 막스 씨의 아내 데이지 푸엔테스 씨는 당시 현장을 찍은 사진들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중 한 사진에는 흰색 상의 유니폼을 착용한 여승무원이 테이저건을 두 손으로 들고 만취 상태의 임모 씨(34)를 겨누고 있는 순간이 담겼다.

 이 사진이 인터넷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쏠 줄 몰랐던 것 같다” “위협용이었을 수도 있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실제로 여승무원이 들고 있는 테이저건은 총구에 발사체가 보이지 않는다. 테이저건은 전기충격을 가할 수 있는 발사체를 총구에 장전하고 방아쇠를 당겨야 발사체가 날아가 전기충격을 준다.

 한 현직 경찰은 “발사체를 보통 뭉치라고 부르는데 일회용이고 가격은 5만 원 정도 한다”며 “발사체가 없는 상태에서는 방아쇠를 당겨 봐야 아무것도 발사되지 않고 총구 부분에 전기 스파크만 일어난다”고 말했다. 해당 사진을 본 다른 현직 경찰도 “들고 있는 자세로 봤을 때 여승무원이 테이저건 사용법을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21일 대한항공 관계자는 “임 씨와 승객들이 뒤엉켜 있었고 잘못 조준하면 다른 사람이 맞을 우려가 있어 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22일 다시 묻자 대한항공 측은 “확인 결과 테이저건이 장전되지 않았던 것이 맞다”고 해명을 바꿨다. 대한항공 측은 “테이저건을 쏘지 않아도 될 경우에는 위협만 하고, 제압이 되지 않을 경우 장전해 쏠 계획이었다”며 “승무원들은 평소 테이저건 사용 훈련을 이미 받아 사용법을 숙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항공보안법 위반 및 승무원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임 씨는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22일 경찰에 출석하지 않았다. 마약 투약 의혹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소변검사를 거부하면 영장을 발부받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시 임 씨의 옆자리에서 임 씨에게 폭행을 당한 피해자는 삼성전자 임원(56·전무)인 것으로 경찰에서 밝혀졌다. 임 씨는 전 삼성전자 직원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기내 불법행위의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항공보안법에 따르면 약한 불법행위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제50조), 중대한 불법행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제49조)에 처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처벌이 약한 제50조가 적용돼 ‘솜방망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미국은 같은 경우 최대 20년의 징역형과 25만 달러(약 3억 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50조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택 nabi@donga.com·김재영 / 인천=차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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