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겪은 포항시민 42%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동아일보
입력 2018-11-14 03:00 수정 2018-11-14 04:44
포스텍 연구팀 500명 설문조사
34%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 고려”, 29% 불면증 -12% 우울증 시달려
매사에 적극적이었던 포항 시민 K 씨는 작년 11월 15일 이후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수면제와 술 없이는 단 하루도 잠을 잘 수 없다. 지진 흔적이 아직 남아 있는 사무실에도, 집에도 가기 싫다. 모든 것이 귀찮다. 이날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지진이 남긴 상처다.
15일로 발생 1년을 맞는 포항지진이 포항 시민들의 정신에 생각보다 큰 상처를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박효민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 객원연구원과 김준홍, 김원규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인문교수는 13일 포스텍에서 개최한 ‘포항지진 1년, 지금도 계속되는 삶의 여진’ 학술대회에서 포항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및 심층 인터뷰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500명의 거의 대부분인 94%는 지진이 일어나던 순간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지진 발생 순간이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은 것이다. 86%가 2017년과 동일하거나 더 큰 지진이 일어날까 두려우며, 34%는 타 지역 이주까지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29%는 불면증을, 12%는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도 심각했다. 응답자의 42%가 PTSD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진원지가 가까운 포항 북구 주민이 남구에 비해, 여성이 남성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심리적 충격에 대처하기 위해 파견된 심리지원센터의 서비스를 받은 사람은 응답자의 4.8%에 불과했다.
포항지진은 2017년 수능 전날 일어나 수능이 일주일 연기됐다. 당시의 수능 응시생을 인터뷰한 원태준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인문교수는 학생들이 “긴장이나 불안을 채 느끼지 못했다”거나 “공부 시간을 벌어서 오히려 기뻤다”고 답했다는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원 교수는 “수능이 자연재해에 의한 공포감과 불안감을 억누를 정도로 학생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준다는 데 놀랐다”며 “수능 또한 하나의 ‘재난’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34%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 고려”, 29% 불면증 -12% 우울증 시달려
매사에 적극적이었던 포항 시민 K 씨는 작년 11월 15일 이후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수면제와 술 없이는 단 하루도 잠을 잘 수 없다. 지진 흔적이 아직 남아 있는 사무실에도, 집에도 가기 싫다. 모든 것이 귀찮다. 이날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지진이 남긴 상처다.
15일로 발생 1년을 맞는 포항지진이 포항 시민들의 정신에 생각보다 큰 상처를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박효민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 객원연구원과 김준홍, 김원규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인문교수는 13일 포스텍에서 개최한 ‘포항지진 1년, 지금도 계속되는 삶의 여진’ 학술대회에서 포항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및 심층 인터뷰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500명의 거의 대부분인 94%는 지진이 일어나던 순간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지진 발생 순간이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은 것이다. 86%가 2017년과 동일하거나 더 큰 지진이 일어날까 두려우며, 34%는 타 지역 이주까지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29%는 불면증을, 12%는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도 심각했다. 응답자의 42%가 PTSD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진원지가 가까운 포항 북구 주민이 남구에 비해, 여성이 남성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심리적 충격에 대처하기 위해 파견된 심리지원센터의 서비스를 받은 사람은 응답자의 4.8%에 불과했다.
포항지진은 2017년 수능 전날 일어나 수능이 일주일 연기됐다. 당시의 수능 응시생을 인터뷰한 원태준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인문교수는 학생들이 “긴장이나 불안을 채 느끼지 못했다”거나 “공부 시간을 벌어서 오히려 기뻤다”고 답했다는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원 교수는 “수능이 자연재해에 의한 공포감과 불안감을 억누를 정도로 학생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준다는 데 놀랐다”며 “수능 또한 하나의 ‘재난’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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