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소비자 분쟁조정기능’의 한계… “막무가내 소비자 구분해야”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18-10-22 15:04 수정 2018-10-22 15:16
22일 국내 항공업계에 따르면 소비자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소비자 분쟁조정기능이 이를 악용하는 일부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들로 인해 제기능 발휘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 분쟁조정기능으로 인해 소비자 권익이 개선되고 있지만 반면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함께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일부에서는 이 기능이 일부 소비자를 위한 막무가내 ‘떼법’으로 전락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블랙 컨슈머를 구분하지 못하는 한국소비자원의 실태 조사에도 의문을 표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초법적인 요구를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단순히 소비자 피해 접수 건수만을 집계하는 조사 결과는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수치”라며 “소비자 권리에 대해 정확히 알리면서 해당 권리의 한계까지 알려 실질적으로 소비자 권익이 향상될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항공 서비스와 관련된 소비자 피해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7 항공교통서비스 보고서’를 살펴보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구제 현황은 2013년 528건, 2014년 681건, 2015년 900건, 2016년 1262건, 2017년 125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주춤했지만 매년 30% 이상 늘고 있는 추세다.
소비자 100만 명당 피해구제 접수 건수의 경우 국내 항공사(7.08건)가 외국 항공사 접수 비율(19.6건)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하지만 문제는 늘어나는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중 억지 요구를 하는 블랙 컨슈머들이 많다는 점이라고 항공사 관계자는 강조했다. 이들은 실제 입은 피해보다 많은 금액을 요구하거나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한다는 설명이다. 정해진 법과 기준에 따르는 대신 ‘막무가내’로 목소리를 높여 보상을 받아낸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해당 조사 결과에서는 블랙 컨슈머들을 선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단순히 접수 건수만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당 수치로 인해 항공사들이 느끼는 당혹감이 작지 않다는 의견이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소비자분쟁해결 기준 고시 등을 개선하면서 정비 면책 조항 문구 수정이나 항공권 수수료 부과 관련 약관 점검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소비자 권익 증진에 나서고 있다. 업체들도 이에 맞춰 항공사 귀책으로 탑승이 거절된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보상금(DBC, Denied Boarding Compensation)을 증액하는 등 적극적으로 승객 권리 향상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면책 조항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국적 항공사들은 정비로 인한 지연편 탑승객에 대해 다양한 보상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지연 시간에 따라 소비자에게 식비와 교통비, 호텔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항공사 관계자는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더 큰 보상을 원하는 소비자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업체 측 의견이다. 해당 사안이 소비자 분쟁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항공사들은 한 목소리로 막무가내식 요구와 합리적 요구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 권리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고 이에 걸맞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미국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 교통부 항공여행 소비자 가이드에 따르면 정시 운항을 불가능하게 하는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기상악화나 항공 교통 지연, 정비 문제 등은 예측이 어렵고 회사 통제에서 벗어난 업무 범위에 해당한다.
국내에서는 업체가 통제할 수 있는 업무 범위 구분 없이 오로지 ‘소비자 권리’만을 내세워 항공사에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하지만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정당한 소비자 권리 행사와 막무가내 요구를 구분하지 못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과 선의의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업계 일부에서는 이 기능이 일부 소비자를 위한 막무가내 ‘떼법’으로 전락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블랙 컨슈머를 구분하지 못하는 한국소비자원의 실태 조사에도 의문을 표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초법적인 요구를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단순히 소비자 피해 접수 건수만을 집계하는 조사 결과는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수치”라며 “소비자 권리에 대해 정확히 알리면서 해당 권리의 한계까지 알려 실질적으로 소비자 권익이 향상될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항공 서비스와 관련된 소비자 피해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7 항공교통서비스 보고서’를 살펴보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구제 현황은 2013년 528건, 2014년 681건, 2015년 900건, 2016년 1262건, 2017년 125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주춤했지만 매년 30% 이상 늘고 있는 추세다.
소비자 100만 명당 피해구제 접수 건수의 경우 국내 항공사(7.08건)가 외국 항공사 접수 비율(19.6건)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하지만 문제는 늘어나는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중 억지 요구를 하는 블랙 컨슈머들이 많다는 점이라고 항공사 관계자는 강조했다. 이들은 실제 입은 피해보다 많은 금액을 요구하거나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한다는 설명이다. 정해진 법과 기준에 따르는 대신 ‘막무가내’로 목소리를 높여 보상을 받아낸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해당 조사 결과에서는 블랙 컨슈머들을 선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단순히 접수 건수만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당 수치로 인해 항공사들이 느끼는 당혹감이 작지 않다는 의견이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소비자분쟁해결 기준 고시 등을 개선하면서 정비 면책 조항 문구 수정이나 항공권 수수료 부과 관련 약관 점검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소비자 권익 증진에 나서고 있다. 업체들도 이에 맞춰 항공사 귀책으로 탑승이 거절된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보상금(DBC, Denied Boarding Compensation)을 증액하는 등 적극적으로 승객 권리 향상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는 양상이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에 접수된 소비자 분쟁조정 접수 건수는 23건이다. 그중 12건은 환불위약금 또는 환불 서비스 수수료 면제를 요청했고 8건은 정비로 인한 지연을 보상해달라는 요구로 집계됐다. 접수 건수 내용을 살펴보면 항공권 구매 시 운임 규정에 따라 환불 관련 내용이 안내됐지만 개인 사정을 내세우면서 위약금이나 수수료를 면제해달라는 요구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정비 지연도 마찬가지다. 국제적으로 정비로 이한 지연이 발생하면 항공사가 합리적인 조치를 다했다고 증명할 수 있으면 책임을 면해준다. 근거로는 항공사들의 다자간 조약인 ‘몬트리올 협약’을 들 수 있다. 협약은 손해를 피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조치를 다하거나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면 해당 사안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고 사업자 면책 범위를 지정하고 있다. 국내 역시 상법 제907조 1항과 항공사업법 제12조 1항을 통해 협약을 준용하고 있다.
특히 면책 조항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국적 항공사들은 정비로 인한 지연편 탑승객에 대해 다양한 보상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지연 시간에 따라 소비자에게 식비와 교통비, 호텔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항공사 관계자는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더 큰 보상을 원하는 소비자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업체 측 의견이다. 해당 사안이 소비자 분쟁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항공사들은 한 목소리로 막무가내식 요구와 합리적 요구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 권리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고 이에 걸맞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미국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 교통부 항공여행 소비자 가이드에 따르면 정시 운항을 불가능하게 하는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기상악화나 항공 교통 지연, 정비 문제 등은 예측이 어렵고 회사 통제에서 벗어난 업무 범위에 해당한다.
국내에서는 업체가 통제할 수 있는 업무 범위 구분 없이 오로지 ‘소비자 권리’만을 내세워 항공사에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하지만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정당한 소비자 권리 행사와 막무가내 요구를 구분하지 못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과 선의의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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