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도로·눈길·산길 거침없는 신형 X5 “이런 차였어?”

동아경제

입력 2013-11-12 13:00 수정 2013-11-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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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 대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많은 운전자들은 자신의 차가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조용하고 빠르게 내달리면서, 동시에 휴일이면 가족을 태운 채 짐을 가득 싣고 산과 들을 넘어 바다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길 바란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 정도로 만족하지 못한다. 1년에 몇 번 되지 않는 험한 비포장도로나 눈길·빗길을 만났을 때도 거침없이 달려주길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 이런 차는 흔치 않다. 또한 이런 차를 가지려면 비싼 값을 치러야한다. 물론 부자라면 고민 없이 다양한 차를 구입해 필요에 따라 바꿔 타면 된다.

BMW가 최근 국내에 출시한 스포츠 액티비티 비이클(Sport Activity Vehicie) 신형 X5는 이런 운전자들의 무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지구상에 몇 대 안되는 자동차 가운데 하나다. 세단 만큼은 아니어도 평소 포장도로를 매끄럽게 달리면서, 어지간한 자취방 짐이 다 들어갈 만큼 넓은 화물공간을 갖췄다. 여기에 상시 사륜구동으로 험로 주행에도 끄떡없다.

X5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배하던 프리미엄 스포츠 유틸리티 비이클(Sports Utility Vehicle)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BMW 최초의 SAV이다. SAV는 BMW가 처음 만들어낸 개념으로 SUV보다 스포츠성을 더욱 강조하고 전자식으로 사륜구동을 제어해 네 바퀴에 전달되는 구동력을 상황에 따라 무한대로 바꿀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신형 X5는 2000년 1세대를 시작으로 2007년 2세대를 거쳐 이번에 3세대를 맞았다. 2세대와 비교해 전체적인 내·외부 디자인 변화는 크지 않지만, 성능을 개선하고 곳곳에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해 세련된 이미지를 더했다. 미국 스캐롤라이나주(州) 스파르탄부르크 공장에서 생산하며 가솔린과 디젤 모델로 나뉜다. 국내엔 디젤 모델이 먼저 출시됐고, 가솔린 모델은 내년 상반기에 들어올 것으로 예정됐다.


#큰 변화 없이 부드럽게 다듬은 외관

3세대 X5의 디자인이 크게 바뀌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BMW코리아 장성택 기술담당 이사는 “2세대 디자인의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굳이 많이 바꿀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2세대 디자인이 그만큼 만족스럽다는 얘기다.

그래도 조목조목 뜯어보면 작은 변화들이 눈에 들어온다. 우선 폭이 넓어진 트윈 헤드램프 아래쪽에 안개등을 배치해 보다 공격적으로 꾸몄다. 에어 인테이크 그릴에서 휠하우스를 거쳐 공기를 보내는 에어 브리더(Air Breather)를 프런트 펜더에 채용해 공기의 흐름을 개선하고 날렵한 이미지를 더했다. 측면은 선이 몇 개 추가되고 D필러의 그래픽이 변한 정도다. 후면은 L자형 리어램프를 3선 면발광 LED램프로 처리하고 조금 더 부드럽게 다듬었다.

차체 크기는 전장 4886mm, 전폭 1938mm, 전고 1762mm이고, 휠베이스는 2933mm이다. 이전보다 전장이 32mm 길어지고 전고는 3mm 낮아졌지만, 휠베이스는 그대로다. 시승했던 30d 모델의 경우 전체 중량이 2030kg으로 구형보다 40kg가량 가벼워졌다. 하지만 얇고 강력한 초고장력 강판을 많이 사용하고 곳곳에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마그네슘을 적용해 오히려 강성을 높였다.


#최초의 3열 시트 “150cm 이하 어린이에 적합”

실내 역시 큰 변화는 없지만 소소한 부분이 바뀌었다. iDrive 모니터가 독립형으로 바뀌고, 센터페시아도 새로운 그래픽을 적용했다. 상하로 구분된 대시보드는 취향에 따라 흰색, 오렌지색, 푸른색으로 조명을 바꿀 수 있다. 이밖에 계기판 클러스터와 각종 버튼들에서 작은 변화가 보인다.

무엇보다 실내에서 가장 큰 변화는 3열 시트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바닥에 수납되는 3열 시트는 펼치면 신장 150cm 이하의 어린이 2명이 타기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보조시트 개념이다.

5인승 모델의 경우 2열 시트는 4대2대4의 비율로 접히고 앞뒤로는 80mm 움직이며, 등받이 각도를 10도까지 조절할 수 있다. 트렁크 화물용량은 기본 650리터에 시트를 모두 접으면 1870리터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 런플랫 타이어를 사용해 스페어타이어는 없고 그 자리에 화물공간을 뒀다.


#사륜구동 자유자재로 ‘xDrive’ 일품
시승차는 xDrive 30d 모델로 배기량 2993cc에 직렬 6기통 DOHC 터보 디젤엔진을 장착했다. 최고출력 258마력(4000rpm)에 최대토크 57.1kg.m(1500~3000rpm)로 2세대 보다 각각 13마력, 2.0kg.m 향상됐다.

시동을 걸자 조용하면서도 강력한 엔진음이 실내로 밀려왔다. 트랜스미션은 독일 ZF사의 8단 자동변속기로 이미 세계적으로 성능을 검증받은 제품이다. 실제 시승에서도 변속시점을 알기 어려울 정도로 변속이 부드럽고 직결감이 뛰어났다.


X5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어떤 주행상황에도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xDrive다.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빠른 속도로 질주해도 차체가 무리 없이 속도를 받아냈다. xDrive는 평소에 승차감이 가장 좋다는 4대6의 비율로 앞뒤 바퀴에 구동력을 배분하다가, 상황에 따라 100대0이나 0대100까지 자유롭게 변화를 줄 수 있다. 바퀴 3개가 모두 땅에서 미끄러져도 나머지 1개 바퀴에 100%의 동력을 전달해 위험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스티어링 휠을 급격하게 움직이거나 곡선주로, 미끄러운 도로에서도 한결같은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연비 12.3km/ℓ, 각종 첨단장치 화려해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벗어나 직선로에서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빠르게 치고나갔다. 무거운 차체에도 초반부터 치고나가는 묵직한 토크감이 일품이다. 초고속영역까지 차를 몰아붙여도 힘에 부치지 않고 꾸준한 가속이 이어졌다. 다만 조금 더 재미있는 운전을 위해 패들시프트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주행은 세 가지 모드에서 선택할 수 있다. 일반적인 주행은 ‘컴포트’, 역동적인 주행을 원할 때는 ‘스포츠’, 연비를 감안한 주행은 ‘에코 프로’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공인연비는 복합연비 기준 12.3km/ℓ(도심 11.1km/ℓ, 고속 14.3km/ℓ)이다. 공기저항계수(Cd)는 0.31로 동급 최저수준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62g/km이다. 정지에서 100km/h까지는 6.9초에 도달한다.

첨단 안전편의장치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사람과 동물을 구별하는 나이트비전과 저속 주행 중 장애물을 발견했을 때 자동으로 멈추는 액티브 크루즈컨트롤, 360도 서라운드 뷰, 주차거리 경보장치가 있는 파킹 어시스턴트, 20GB 하드디스크, 하이파이 라우드 스피커 오디오시스템 등이 있다.

판매가격은 xDrive 30d 일반형 9330만 원, xDrive 30d 7인승 9790만 원, M50d 1억3790만 원이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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