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재규어 F타입 “이름은 F학점, 성능은 A학점 스포츠카”

동아경제

입력 2013-10-11 09:44 수정 2013-10-1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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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강원도 태백에서 느꼈던 전율이 1년 6개월 만에 고스란히 인제로 옮겨졌다. 오른 발목은 쉴 틈 없이 좌우로 움직이고 스티어링 휠을 잡은 양손은 민첩하게 커브를 따라 곡선을 그려나간다.

속도계 바늘은 귓전에서 울려 퍼지는 배기음 선율에 맞춰 위아래로 박자를 맞춰 나갔으며 8기통 엔진이 뿜어내는 가공할 속도감이 온몸을 휘감는다.

때늦은 동장군이 강원도의 위용을 과시하던 지난해 4월. 태백 레이싱파크의 서킷을 포르쉐 7세대 911 카레라S와 박스터를 타고 달렸다. 서킷에서 경험하는 포르쉐 스포츠카의 성능은 과연 ‘포르쉐 바이러스’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또렷한 기억을 남겼다.

그리고 지난 10일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또 한 번 비슷한 느낌의 서킷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영국 국적의 자동차 브랜드 재규어 스포츠카다.

‘2013 재규어 레이스 아카데미 라이브’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국내에 시판중인 재규어의 고성능 전 라인업을 시승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첫날 자동차 전문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시승회를 통해 재규어의 가장 ‘핫(HOT)’ 한 모델들을 경험했다.

이날 시승회는 공식적으로 국내 첫 선을 보인 XFR-S를 시작으로 2인승 컨버터블 F타입을 위주로 진행됐다.


먼저 이달 말 시판을 앞두고 외관 공개만으로도 주목을 받았던 푸른색 XFR-S는 재규어 모든 세단 중 가장 빠른 고성능 모델이란 사실만으로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지상태에서 100km/h에 도달하기까지 가속시간이 4.6초, 최고속도는 300km/h에 달하며 100% 알루미늄의 쿼드캠 5.0리터 수퍼차저 V8 엔진을 탑재했다. 준비된 차량이 단 1대뿐이라 직접 시승할 기회는 얻지 못했지만 전문 드라이버와 함께 달려본 경험만으로도 XFR-S의 가공할 성능을 체감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서킷 주행은 재규어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스포츠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2인승 컨버터블 F타입을 통해 경험할 수 있었다. 국내 시판중인 F타입은 총 3가지 라인업으로 모두 신형 수퍼차저 엔진을 탑재했다는 공통점 가졌다. 배기량과 출력에 따라 F타입과 F타입 S, F타입 V8 S 등 3종류로 나뉜다.

F타입과 F타입 S는 3.0ℓ 6기통 수퍼차저 엔진을 장착해 각각 340마력, 최대토크 45.9㎏.m과 380마력, 최대토크 46.9㎏m의 성능을 낸다. 최상위급인 F타입 V8 S는 5.0ℓ 8기통 엔진에서 495마력, 최대토크 63.8㎏.m를 뿜어낸다.


외관은 재규어 고성능 모델 특유의 디자인 정체성이 엿보인다. 전체적으로 곡선을 많이 사용하면서도 전조등을 비롯해 부분적으로 직선을 추가해 날카로움과 긴장감을 유지시켰다. 재규어 특유의 돌출된 파워 벌지(power bulge), 조개껍질 모양의 크램쉘 보닛, 전면 그릴에서 시작해 측면으로 이어지는 하트라인 등 독특한 디자인 요소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F타입 디자인의 백미는 숨겨져 있던 도어 핸들이 운전자 손이 터치 패널에 닿으면 돌출 되거나, 실내 환풍구와 리어 스포일러 등이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반응을 하는 모습 등이다. 다른 차량에선 찾아 볼 수 없는 이런 기능에서 마치 운전자와 차가 교감을 나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인테리어는 스포츠카답게 적당히 단단한 버킷시트가 온몸으로 느껴졌다. 시트 포지션도 낮게 설계돼 보다 안정적으로 도로에 붙어 달리듯 한 밀착감이 일품이다. 좌우로 차체가 심하게 쏠리는 상황에서도 몸을 감싸는 좌우측 시트의 느낌이 만족스럽다. 이는 단단한 서스펜션과 함께 스포츠카의 감성을 고스란히 풍긴다.


그밖에 실내에선 XF와 XJ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레버 방식의 변속기와 다이내믹 모드 스위치를 도드라지게 디자인한 부분 등이 F타입의 성향을 대변하고 있다. 또한 계기판의 좌우측 속도계와 엔진회전계의 디자인은 아날로그 방식을 취하고 스티어링 휠에 부착된 패들시프트 색상도 오렌지 컬러를 사용해 차량의 특성을 표현했다.

시동을 걸자 으르렁거리는 묵직하고 거친 배기음이 운전자의 심장을 울렸다. 충분히 달릴 준비가 됐다는 신호다.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으며 첫 번째 오르막 코너를 시작으로 서킷에 진입하자 넘치는 힘과 함께 고개가 자연스럽게 뒤로 젖혀지고 몸이 시트에 파묻힐 정도의 가속이 뒤따랐다.


서킷을 주행하는 동안 좌우측 코너에서 날카로운 양날의 검을 손에 쥔 듯 스티어링의 반응이 놀라울 정도로 즉각적이다. 가속과 감속 페달, 특히 가속페달의 날카로움은 차체를 충분히 감당하는 토크를 바탕으로 스포츠카다운 역동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했다. 직진구간에서 빠르게 올라가던 속도계 바늘은 순식간에 160~180km/h를 넘어섰다. 이때 패들시프트를 사용해가며 운전자가 속도에 직접 개입하게 된다면 변속시점에 따라 뒤쪽에서 들려오는 배기음이 귀를 더욱 즐겁게 한다.

지난 8월 출시된 F타입은 스포츠카로는 드물게 국내 공식 출시를 앞두고 사전 계약이 30대에 이를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 인기는 지금 당장 계약을 하더라도 평균 약 3개월 이상의 인도기간이 소요될 만큼 아직도 뜨겁다. 그 동안 포르쉐만의 전유물처럼 느껴졌던 대중 스포츠카의 개념은 비록 이름은 F지만 성능은 A학점인 재규어 F타입을 통해 재정립될 필요성이 느껴졌다.

F타입의 가격은 F타입 1억400만 원, F타입 S 1억2000만 원, F타입 V8 S 1억6000만 원이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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