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칼럼]‘아우디 평택 에디션’ 장기(長期) 재고차량의 함정
동아경제
입력 2018-01-25 14:05 수정 2018-01-25 14:10
2016년 인증 서류 위조 등으로 아우디·폴크스바겐 차량 판매가 중단됐다. 이후 평택항에 보관된 수많은 차량을 ‘평택항 에디션’이라 부르며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디젤게이트로 홍역을 치렀던 아우디는 1년 이상 장기간 평택항에 세워져있던 재고 차량을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할 것이라는 소문에 많은 소비자가 잔뜩 기대를 걸었다. 심지어 차량가격의 40% 할인도 가능하다는 얘기도 흘러 나왔다.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공식적인 10% 할인에 딜러사의 프로모션을 감안하더라도 최대 약20% 할인에 지나지 않았다.
100여대의 아우디 A7 ‘평택 에디션’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대부분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보관기간에 따라 가격 차이를 두지 않고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한다면 오래 보관한 차량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우디는 향후 평택에 세워져 있던 2500여대의 재고 차량에 대해 판매 및 처분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는 소비자가 간과해서는 아니 될 함정이 있다는 사실도 감안을 해야 한다. 수입자동차라고 해서 막연히 품질과 성능이 좋다는 선입견이 오히려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아우디 측은 평택항에 머물던 차들에 대해 타이어 공기압, 디스크·브레이크 점검과 같은 기본적인 사항에서부터 엔진오일과 배터리 등도 추가로 살펴 차량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관리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수개월 동안 염분이 섞인 바닷바람을 맞은 까닭에 차량의 상태나 품질에 대해서는 꼼꼼히 살펴보지 않은 채 단지 차량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구입을 한다면 ‘싼 게 비지떡’이라고 후회하는 소비자가 나타날 수가 있다. 차량을 운행하지 않고 바닷가 야적장에서 장기간 주차할 경우 많은 염분에 대한 오염, 타이어의 크랙, 녹 발생 등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야적으로 보관한 재고차량인 경우 타이어는 트레드 홈 안이 갈라지는 그루브 크랙(Groove Crack)현상이 나타나고, 오존이나 자외선, 열 등 외부환경에 장시간 노출이 되면 고무 표면이 부식되면서 작은 균열이 타이어 측면 부위인 사이드 월 등에 오존 크랙이 발생할 수가 있다.
또한 재고 자동차 하체 부분의 경우 방청제를 도포하더라도 머플러 용접부분, 하체 너트 부위 등에 녹이 발생하고 엔진 룸 안의 알루미늄 재질의 부품인 경우 백화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장기 재고 차량을 판매하는 자동차회사나 딜러사에서 PDI(Pre Delivery Inspection : 출고전 차량상태 점검)를 철저히 하고 아무리 품질에 대해 점검을 하더라도 자체적인 점검에 지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장기 재고 차량의 품질에 대한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일부 비용이 들더라도 제3의 기관에 의한 객관적인 점검을 의뢰해 안전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감독기관은 이러한 점검 내용을 소비자에게 고지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 역시 장기 재고 차량을 구입할 때는 차량의 상태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선택하는 혜안이 요구된다.
한국자동차품질연합 대표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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