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별종 미니밴’에서 ‘대세 패밀리카’로 등극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17-10-07 13:40 수정 2017-11-24 17:39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파란색 그랜드 C4 피카소를 타고 도심에 들어서자 사람들의 시선이 뜨겁다. 안 그래도 디자인이 특이한데 외장 컬러까지 튄다. 그랜드 C4 피카소에 시선을 고정하는 행인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대부분 30~40대 남성으로 보인다. 개성 넘치는 패밀리카에 대한 이들의 관심은 확실히 남달랐다.

날렵한 움직임이 의외였다. 이 차는 7인승 미니밴치고는 덩치가 상대적으로 작고 무게도 가볍다. 차체 크기는 길이와 너비가 각각 4600mm, 1825mm로 기아자동차 카니발보다 작고 카렌스보다 크다. 공차중량은 1685kg으로 다른 7인승 수입 미니밴보다 400kg가량 적게 나간다.
도요타 시에나나 혼다 오딧세이 등 수입 미니밴들은 동일한 7인 탑승구조에도 불구하고 5m가 넘는 육중한 체구를 갖췄다. 미니밴은 큰 덩치로 인해 여성 운전자들이 꺼려하는 차종이기도 하다. 그랜드 C4 피카소는 이 부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작은 차체는 복잡한 도심에서 꽤 유용하다. 그렇다고 실내 공간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그제야 길을 지나가던 아재들의 시선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차는 남자들이 원하는 넉넉함과 여성 운전자들이 선호하는 편안함을 동시에 갖춘 미니밴으로 볼 수 있다.


○ ‘개성만점’ 외관 디자인… 알고 보면 남다른 쓰임새
외관은 입체파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처럼 난해하다. 우주선을 닮은 유선형 디자인과 괴상한 눈빛. 이렇게 독특한 인상을 가진 미니밴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 특이하게 생긴 C4 칵투스와 5인승 모델인 C4 피카소가 라인업에 추가되면서 독특한 디자인이 점점 눈에 익숙해지는 느낌도 든다.

이상한 일도 벌어졌다. 아무도 흉내 내지 않을 것 같았던 ‘시트로엥 스타일’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프 신형 체로키와 올해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소형 SUV 코나가 그렇다. 이들 차종의 날렵한 전면 램프 구성은 시트로엥을 빼닮았다. 이쯤 되니 그동안 ‘초(超)’미래지향적이어서 부담스러웠던 그랜드 C4 피카소의 스타일이 ‘트렌드 리더’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그랜드 C4 피카소는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구석이 많다. 자칫 단순해질 수 있는 미니밴 디자인이 곡선과 적절한 비율로 잘 버무려져 개성적인 모습이다. 날렵한 램프와 당당한 차체 비율 조합은 역동적으로까지 보이기도 한다. A필러부터 D필러까지 이어져 차체를 감싸는 루프바도 인상적이다.
독특한 디자인이지만 사실 이 차의 디자인 요소는 쓰임새가 남다르다. 먼저 극단적인 유선형 디자인과 문짝에 달린 사이드미러는 공기역학 설계로 주행 시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준다. 또한 두 갈래로 뻗은 A필러와 거대한 전면 윈도우는 운전자의 넓은 시야 확보에 도움을 준다.


○ 효율적인 실내 구성… 이상적인 패밀리카
외관은 다른 미니밴보다 작아 보이지만 실내 공간 효율은 우수하다. 생각보다 넓은 공간은 허투루 쓰인 곳이 없으며 편리한 시트 구성을 갖췄다. 2열 좌석 3개는 모두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2명이 탑승할 경우 1개 좌석을 접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조수석 역시 접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활용도를 높였다.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에는 간이 테이블까지 마련됐다. 이상적인 패밀리카 구현을 위한 시트로엥의 꼼꼼함이 느껴지는 요소다.
3열은 2개의 좌석이 장착돼 쉽게 접거나 펼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대부분 좌석을 접어 트렁크로 사용될 것으로 보이지만 필요한 경우 시트를 펼쳐 체구가 작은 사람이나 아이들 탑승 공간으로 활용할 만하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645ℓ이며 2열 좌석을 접어 최대 1843ℓ까지 적재할 수 있다. 여기에 발 동작만으로 트렁크가 열리는 핸즈프리 테일게이트 기능도 갖췄다. 캠핑이나 낚시 등 야외활동을 즐기는 소비자에게 유용하다.
운전석은 겉모습만큼 개성적이다. 무엇보다도 넓은 A필러 윈도우와 전면 유리창의 넓은 시야가 눈에 띈다. 운전석과 조수석 천장에 달려있는 햇빛가리개를 뒤로 젖히면 시야가 보다 넓어진다. 야간 주행 시에는 밤하늘의 별이나 달까지 볼 수 있어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계기반은 중앙에 마련된 12인치 대형 HD 디스플레이가 대신한다. 운전석 계기반을 볼 때와는 느낌이 다르지만 시인성이 좋아 익숙해지면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룸미러 상단에는 뒷좌석 탑승자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볼록한 거울까지 장착됐다.
스티어링 휠은 의외로 스포티하다. 하단부가 평평한 D컷 디자인이 적용됐으며 굵기와 크기도 적당하다. 핸들 중앙에는 차량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각종 버튼이 더해졌다. 여기에 패들시프트까지 달렸다. 7인승 미니밴에게는 호사스러운 구성이다. 기어노브는 메르세데스벤츠처럼 칼럼시프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위치가 조금 다르고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작고 얇은 디자인을 갖췄다. 하지만 기어노브가 운전대에 위치하면서 넓은 센터페시아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공조기와 내비게이션, 차량 기능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조작은 7인치 터치스크린으로 이뤄진다. 주변 버튼 역시 터치 방식으로 만들어졌는데 물리적인 버튼이 아닌 점이 아쉽다. 터치감과 감도가 그리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천장의 글래스루프는 열리지는 않지만 면적이 넓어 뒷좌석 승객에게도 확 트인 개방감을 제공한다.


○ 탄탄한 주행감각… 경쾌한 몸놀림과 우수한 효율
주행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시승차는 2.0리터 디젤 엔진과 아이신의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7.8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수치만 보면 평범한 수준이지만 넉넉한 크기에 어울리지 않는 가벼운 무게(1685kg)로 인해 부족함은 없다. 특히 최대토크가 낮은 엔진 회전 구간(1750rpm)에서 발휘되도록 설정돼 도심 등 일상생활에서 움직임이 꽤 민첩하다. 디젤 특유의 소음과 진동이 감지되긴 하지만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연비의 경우 디젤 모델답게 효율이 우수하다. 공인연비는 복합 기준 리터당 12.9km지만 트립 연비는 시종일관 13.6km/ℓ를 기록했다. 그랜드 C4 피카소는 국내에서 유일한 수입 디젤 미니밴으로 국내 판매되는 동급 미니밴 중 효율이 가장 우수하다.
핸들링과 서스펜션 감각은 시트로엥 브랜드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요소다. 스티어링 휠 조작감각은 태생을 숨기지 않는다. 소형차 제작에 특화된 시트로엥 특유의 기술력이 고스란히 이어진 느낌이다. 유럽산 디젤 해치백을 운전하는 것처럼 날카롭고 반응이 즉각적이다. 덕분에 커다란 차체를 움직이는 것이 보다 수월하다. 큰 차가 부담스러운 운전자들에게 유용하다. 긴 차체에 비해 짧은 회전 반경도 만족스럽다.
서스펜션은 저중심 설계가 적용돼 안정감이 뛰어나다. 단단한 세팅은 스포티한 느낌이며 운전에 자신감을 심어준다. 이제야 스티어링 휠에 장착된 패들시프트의 용도를 알게 됐다. 미니밴임에도 불구하고 ‘펀(Fun)’한 드라이브 요소까지 갖춘 것이다. 요철 등을 지날 때 충격을 흡수하는 감각도 인상적이다.


○ 개선된 안전·편의사양… 가격은 3990만~4990만 원
크게 이슈가 되진 않았지만 시트로엥은 국내 판매 모델의 상품성을 꾸준히 개선시켜 왔다. 올해 초 출시된 2017년형 그랜드 C4 피카소에는 다양한 안전·편의사양이 추가됐다. 저속에서 충돌 위험을 감지한 경우 자동으로 차량을 제동해 주는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시스템을 비롯해 카메라 기반 제한 속도 인식 기능인 스피드 리미트 인지 시스템, 차선 이탈 방지 장치, 오토 하이빔, 운전자 주의 알람 시스템 등 첨단 기능이 더해졌다.

그랜드 C4 피카소는 국내에서 2.0리터 디젤과 1.6리터 디젤 등 2가지 모델로 판매된다. 가격은 각각 4990만 원, 3990만 원이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관련기사

전문가 칼럼



부자동 +팔로우, 동아만의 쉽고 재미있는 부동산 콘텐츠!, 네이버 포스트에서 더 많이 받아보세요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