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제네시스 G70… 가장 빠른 국산차 등장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17-10-02 14:38 수정 2017-11-24 17:40
제네시스 G70 비교 대상으로 BMW 3시리즈가 자주 언급된다. 3시리즈는 스포츠세단의 교과서, 후륜구동 세단의 대명사 등 온갖 수식어가 붙는 독일 고급 모델 중 하나다. 이쯤 되면 현대자동차의 발전 속도가 꽤 놀랍다. 후발주자로 시작이 한참 늦었지만 어느덧 3시리즈와 함께 이름이 거론되는 차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구도는 국내에서 설정된 것이 아니다. 먼저 차를 시승해 본 해외 기자들이 3시리즈를 비롯해 벤츠 C클래스, 아우디 A4, 알파로메오 줄리아 등을 G70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 후륜구동 세단 라인업 완성… 흥미로운 소비자 반응올해를 기점으로 현대차는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독일 3사 후륜구동 세단과 견줄만한 라인업을 완성하게 됐다. 말하자면 프리미엄 브랜드 위주 후륜구동 세단 경쟁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셈이다.
G70와 3시리즈 중 어떤 모델을 선택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해볼 만하다. 물론 현대차가 일대일로 맞붙어 역사와 전통을 지닌 독일 후륜구동 세단의 아성을 완전히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제네시스 G70를 통해 보여준 현대차의 발전은 극명하다. G70는 주행감각이나 성능, 디자인, 안전·편의사양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기존 현대차와는 완전히 다르다.시승차는 3.3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탑재된 가장 높은 트림에 사륜구동 시스템과 선루프 등 모든 선택 사양이 더해진 ‘풀옵션’ 모델이다. 가격은 5650만 원. 차체 크기는 길이가 4685mm로 아반떼보다 110mm 길지만 쏘나타보다는 170mm나 짧고 너비도 살짝 좁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흥미롭다. 크기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이 G70의 작은 체구에는 유독 관대한 느낌이다. 중형 세단보다 작은 국산차가 5000만 원을 호가하는 것인데 사람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너그럽다.
○ 차별화된 외관 디자인… 현대차 입김은 여전외관의 경우 경쟁모델을 의식했지만 독창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다른 후륜구동 세단들과 비슷한 실루엣에 새로운 세부 디자인 요소를 곳곳에 추가해 특유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전체적으로는 BMW나 벤츠보다 진보적인 디자인을 갖췄다.다만 현대차 그늘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육각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위치가 유독 거슬린다. 공격적인 범퍼와 날카로운 직선 디자인, 화려한 크롬 장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얼굴을 잔뜩 찌푸린 아반떼가 떠오른다. 물론 아반떼도 못생긴 차는 아니다. 하지만 명색이 고급 브랜드 세단인데 다른 모델도 아니고 대중적인 준중형 세단과 닮았다는 사실은 오너 입장에선 불쾌할 수도 있겠다.후면 디자인은 BMW M2가 연상되는데 볼륨감이 더욱 강조돼 한층 스포티한 비율을 갖췄다. 테일램프 구성을 비롯해 리어 디퓨저와 동그란 배기파이프 등 세부 디자인 완성도도 만족스럽다. 특히 C필러에 보일 듯 말 듯 적용된 두 줄의 캐릭터 라인이 인상적이다. 다른 건 몰라도 현대차의 철판 금형 다루는 솜씨는 이제 경지에 다다른 느낌이다. 이런 소소한 부분에서 느껴지는 꼼꼼함은 소비자의 마음을 생각보다 크게 사로잡는다. 전면 펜더에 더해진 가짜 에어밴트 장식은 신선하다. 19인치 멀티 스포크 타입 알로이 휠과 함께 옆모습을 한층 역동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다.
○ 세련된 실내… ‘형보다 나은 아우’ G80보다 고급스러워실내 구성은 완전히 새롭다. 지금까지의 제네시스나 현대차에서 볼 수 없었던 구성이다. 센터페시아 테두리 라인은 오히려 기아차 1세대 K5가 떠오른다. 1세대 K5 디자인은 당시 기아차 디자인총괄을 맡았던 피터 슈라이어가 이끌었다. 루커 동커볼케와 이상엽 등 많은 디자이너를 영입했음에도 그룹 디자인총괄로 승진한 슈라이어 사장의 영향력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럭셔리’를 강조한 모델인 만큼 실내 소재 등은 확실히 고급스럽다. 상위 모델인 G80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신체가 닿는 곳은 대부분 가죽으로 마감됐다. 부드러우면서 탄탄한 질감이 꽤 괜찮다. 각종 버튼은 큼직하게 만들어져 사용이 편리하고 새로운 구성의 공조기 조작 버튼도 이해가 쉽다. 3 스포크 디자인이 적용된 스티어링 휠은 적당히 작아 스포티하며 여성 운전자들에게도 적합한 크기다. 가죽 질감과 잡는 느낌도 우수하다. 전자식 기어노브는 스팅어에도 장착됐는데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G70에 더욱 잘 어울린다.돌출된 디스플레이는 이제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최근 출시되는 모든 현대기아차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G70의 디스플레이 역시 다른 모델에 적용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두께가 두껍고 투박한 디자인이다. 차별화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
나파 가죽 시트는 촉감이 부드럽고 쿠션도 단단하다. 앉았을 때 몸을 꼭 감싸줘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운전석 시트에는 비밀 기능도 있다. 스포츠모드를 활성화 시키면 시트의 좌우 쏠림을 잡아주는 부분이 운전자의 몸을 ‘꽉’ 움켜쥔다. 고속주행에 앞서 자세에 안정감을 부여하고 심리적으로는 차에 대한 믿음을 심어준다. 플래그십 세단인 EQ900에 탑재된 운전 자세 제안 기능도 더해졌다. 키와 몸무게를 입력하면 체형에 맞는 시트 위치를 잡아준다. 하지만 운전 습관이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 모든 운전자를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단순히 참고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합하다.뒷좌석은 좁은 편이다. 실제로 키가 175cm 수준인 성인남성은 앉을 만하다. 다만 공간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답답하게 느껴진다. 덩치가 더 큰 사람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 같다. 현대차 직원은 철저하게 주행과 운전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모델이기 때문에 실내 공간이 희생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쟁차종보다 늦게 선보인 만큼 다른 건 몰라도 편의와 관련된 분야에서는 라이벌보다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 수입차 부럽지 않은 주행성능… 가장 빠른 국산차시승차는 3.3리터 V6 가솔린 직분사 트윈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 ‘제네시스 G70 스포츠’다. 상위 모델인 G80 스포츠의 경우 일반 모델과 차별화된 디자인이 적용됐고, 출시 행사도 별도로 진행됐다. 반면 G70 스포츠는 트림의 한 종류처럼 소개됐다. 일반 모델과 다른 부분은 옵션 차이에 불구하다. 또한 스포츠 모델임을 알려주는 엠블럼이나 문구도 전무하다. 브랜드 작명법에 있어 보다 명확한 개념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G70 스포츠의 성능은 강력하다.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웬만한 수입 고성능 모델에 버금가는 동력성능이다. G80 스포츠와 스팅어에도 동일한 파워트레인이 적용됐지만 G70이 덩치가 작아 성능에 유리하다. 이는 기록으로도 알 수 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에 걸리는 시간이 4.7초로 국산차 중 가장 빠르다. 수입차로는 벤츠 C43 AMG와 동일한 수준이다.고속주행 성능은 놀랍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순식간에 속도계가 올라간다. 시속 220km까지 거뜬하다. 변속기 반응도 빠릿빠릿하다. 서행할 때와는 다른 면모다. 느린 속도에서는 차분하고 묵직하지만 고속에서는 오른발에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매섭게 치고나간다. 무엇보다도 주행안정감이 기대 이상이다. 고속주행에서 흔들림 없는 움직임을 보여줘 운전 조작이 쉽다. 체감 속도보다 계기반 표시 속도가 높아 황급히 브레이크로 발을 옮긴 적이 종종 있었다. 그 정도로 고속 안정감과 정숙성이 우수하다.브렘보 브레이크는 화려한 디자인과 명성에 걸맞은 성능을 보여준다. 초반 답력은 부드럽지만 고속에서는 운전자의 의도대로 정확히 작동한다. 급브레이크 상황에서도 차체가 출렁거리거나 뒤뚱거리는 경우가 없었다. 서스펜션 세팅은 BMW 출신 알버트 비어만의 손길이 느껴진다. G80의 경우 단단한 세팅이 적용됐다고 해도 살짝 물렁하고 둔탁한 느낌이 강했다.G70에 와서야 제네시스가 서스펜션 세팅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 G80보다 세련된 서스펜션 감각을 보여준다. 노면 상황을 직관적으로 전달해 운전자에게 탄탄한 주행감각을 제공한다. 기아차 스팅어보다는 살짝 얌전하다. 요철 등 장애물 구간에서는 충격이 꽤 크게 전달됐다. 방심한 순간에도 부드럽게 요철을 통과하던 스팅어의 성능을 기대했는데 결과는 예상과 약간 달랐다. G70에는 가변식 댐퍼 시스템이 장착됐다. 주행모드에 따라 서스펜션 감도를 조절해 주는 장치로 운전자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고속 주행과 마찬가지로 코너링 성능도 안정감 있다. 도로를 꽉 움켜쥐어 흐트러짐 없이 코너를 돌아나갔다. 아무래도 사륜구동 옵션이 탑재된 모델이라 코너에서 바퀴가 미끄러지는 짜릿함은 느끼기 어려웠다. 코너에서의 쏠림은 거슬렸다. 물론 지금까지 나온 현대차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우수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 정도면 BMW나 벤츠, 심지어 폴크스바겐의 전륜구동 세단보다 쏠림 정도가 심한 편이다. 운전자는 경로를 미리 예측할 수 있어 중심을 잡기 쉽지만 몸을 못 가눠 안절부절못하던 옆 좌석 탑승자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스피커를 통해 인위적으로 엔진음을 내는 ‘사운드 제너레이터’는 운전 재미를 높여주는 요소다. 중후한 음색이 꽤 괜찮지만 작은 볼륨은 아쉽다. 이왕 내는 엔진소리라면 실제 배기사운드를 다듬어 적용했더라면 더 좋았겠다.
○ 풍부한 편의사양… 압권은 ‘첨단 주행 보조 장치’편의사양은 풍부하다. G70가 수입 경쟁모델과 비교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첨단 주행 보조 장치의 성능 향상이 눈에 띈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시스템은 완성도가 한층 개선됐다. 기능을 활성화 시키면 꽤 오랜 시간 핸들에서 손을 떼고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차가 저절로 주행한다. 한 번 사용해 보면 자동차 회사들이 왜 그렇게 자율주행차 개발에 열을 올리는지 알게 될 정도로 편리한 기능이다.
이 기능들은 ‘제네시스 액티브 세이프티 컨트롤’ 옵션 패키지에 한데 묶여 있다. 다행히 가장 낮은 트림에도 선택 품목으로 추가할 수 있다. 혹시라도 G70 구매를 고려 중인 소비자라면 반드시 추가하기를 권한다. 이 패키지에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 장치를 비롯해 하이빔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후측방 충돌 경고, 진동 경고 스티어링 휠 등의 기능도 포함돼 있다.이밖에 어라운드 뷰 모니터와 헤드업 디스플레이, 앞좌석 열선·통풍 시트, 뒷좌석 열선 시트, 퀼팅 나파 가죽 시트, 스웨이드 내장재, 15 스피커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등 다양한 사양이 적용된다. ‘옥의 티’가 있다면 전동식 테일게이트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작지만 활용도가 높은 이 사양이 5000만 원짜리 차에서 보란 듯이 빠질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뒤통수 맞은 느낌이다. 어떤 해명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 우수한 완성도 ‘기아 스팅어 잡을라’… 해외시장이 관건G70을 시승하면서 현대차의 발전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 정도로 완성도가 기대 이상이었다. ‘이 정도면 굳이 수입차를 살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생각은 실적으로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들어간 G70이 불과 10일 만에 3000대 가까이 계약됐다. 신차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수입 경쟁모델을 크게 압도하는 수치다.
가격도 무시할 수 없다. G70이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를 겨냥한 모델이라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해외에서의 이야기다. 적어도 국내에서 5000만 원으로 370마력짜리 세단을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은 제네시스 G70과 스팅어가 유일하다.비슷한 성능을 발휘하는 모델로 메르세데스AMG C43 4매틱(367마력, 53kg.m)이 있다. 가격은 8740만 원으로 G70보다 3000만 원가량 비싸다. BMW의 경우 고성능 M3를 제외하고 일반 모델 중 가장 성능이 우수한 차종은 330i다. 가격은 5590만 원이다. G70 풀옵션보다 조금 저렴하지만 최고출력은 252마력에 불과하다. 320마력을 내는 340i가 있지만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았다. 브랜드 이미지와 감성 등을 배제한 단순 가격 비교지만 차량 구매에 있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이는 G70의 국내 실적이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문제는 해외다. 가격을 무기로 삼기에는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인기가 집중되는 3시리즈와 C클래스만 고려해도 긍정적인 시장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여기에 아우디 A4, 알파로메오 줄리아, 캐딜락 ATS, 렉서스 IS, 재규어 XE 등 G70와 비슷한 콘셉트로 개발된 모델들을 모두 상대해야 한다.재규어 XE의 경우 국내에서 3시리즈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하지만 실적은 3시리즈의 십분의 일에도 못 미친다. G70의 해외시장 안착을 위해 현대차가 고민해 봐야 하는 사례다.
한편 제네시스 G70의 가격은 2.0 가솔린 터보가 3750만~5245만 원, 2.2 디젤 4080만~5315만 원, 3.3 가솔린 터보는 4490만~5640만 원이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 후륜구동 세단 라인업 완성… 흥미로운 소비자 반응올해를 기점으로 현대차는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독일 3사 후륜구동 세단과 견줄만한 라인업을 완성하게 됐다. 말하자면 프리미엄 브랜드 위주 후륜구동 세단 경쟁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셈이다.
G70와 3시리즈 중 어떤 모델을 선택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해볼 만하다. 물론 현대차가 일대일로 맞붙어 역사와 전통을 지닌 독일 후륜구동 세단의 아성을 완전히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제네시스 G70를 통해 보여준 현대차의 발전은 극명하다. G70는 주행감각이나 성능, 디자인, 안전·편의사양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기존 현대차와는 완전히 다르다.시승차는 3.3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탑재된 가장 높은 트림에 사륜구동 시스템과 선루프 등 모든 선택 사양이 더해진 ‘풀옵션’ 모델이다. 가격은 5650만 원. 차체 크기는 길이가 4685mm로 아반떼보다 110mm 길지만 쏘나타보다는 170mm나 짧고 너비도 살짝 좁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흥미롭다. 크기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이 G70의 작은 체구에는 유독 관대한 느낌이다. 중형 세단보다 작은 국산차가 5000만 원을 호가하는 것인데 사람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너그럽다.
○ 차별화된 외관 디자인… 현대차 입김은 여전외관의 경우 경쟁모델을 의식했지만 독창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다른 후륜구동 세단들과 비슷한 실루엣에 새로운 세부 디자인 요소를 곳곳에 추가해 특유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전체적으로는 BMW나 벤츠보다 진보적인 디자인을 갖췄다.다만 현대차 그늘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육각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위치가 유독 거슬린다. 공격적인 범퍼와 날카로운 직선 디자인, 화려한 크롬 장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얼굴을 잔뜩 찌푸린 아반떼가 떠오른다. 물론 아반떼도 못생긴 차는 아니다. 하지만 명색이 고급 브랜드 세단인데 다른 모델도 아니고 대중적인 준중형 세단과 닮았다는 사실은 오너 입장에선 불쾌할 수도 있겠다.후면 디자인은 BMW M2가 연상되는데 볼륨감이 더욱 강조돼 한층 스포티한 비율을 갖췄다. 테일램프 구성을 비롯해 리어 디퓨저와 동그란 배기파이프 등 세부 디자인 완성도도 만족스럽다. 특히 C필러에 보일 듯 말 듯 적용된 두 줄의 캐릭터 라인이 인상적이다. 다른 건 몰라도 현대차의 철판 금형 다루는 솜씨는 이제 경지에 다다른 느낌이다. 이런 소소한 부분에서 느껴지는 꼼꼼함은 소비자의 마음을 생각보다 크게 사로잡는다. 전면 펜더에 더해진 가짜 에어밴트 장식은 신선하다. 19인치 멀티 스포크 타입 알로이 휠과 함께 옆모습을 한층 역동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다.
○ 세련된 실내… ‘형보다 나은 아우’ G80보다 고급스러워실내 구성은 완전히 새롭다. 지금까지의 제네시스나 현대차에서 볼 수 없었던 구성이다. 센터페시아 테두리 라인은 오히려 기아차 1세대 K5가 떠오른다. 1세대 K5 디자인은 당시 기아차 디자인총괄을 맡았던 피터 슈라이어가 이끌었다. 루커 동커볼케와 이상엽 등 많은 디자이너를 영입했음에도 그룹 디자인총괄로 승진한 슈라이어 사장의 영향력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럭셔리’를 강조한 모델인 만큼 실내 소재 등은 확실히 고급스럽다. 상위 모델인 G80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신체가 닿는 곳은 대부분 가죽으로 마감됐다. 부드러우면서 탄탄한 질감이 꽤 괜찮다. 각종 버튼은 큼직하게 만들어져 사용이 편리하고 새로운 구성의 공조기 조작 버튼도 이해가 쉽다. 3 스포크 디자인이 적용된 스티어링 휠은 적당히 작아 스포티하며 여성 운전자들에게도 적합한 크기다. 가죽 질감과 잡는 느낌도 우수하다. 전자식 기어노브는 스팅어에도 장착됐는데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G70에 더욱 잘 어울린다.돌출된 디스플레이는 이제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최근 출시되는 모든 현대기아차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G70의 디스플레이 역시 다른 모델에 적용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두께가 두껍고 투박한 디자인이다. 차별화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
나파 가죽 시트는 촉감이 부드럽고 쿠션도 단단하다. 앉았을 때 몸을 꼭 감싸줘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운전석 시트에는 비밀 기능도 있다. 스포츠모드를 활성화 시키면 시트의 좌우 쏠림을 잡아주는 부분이 운전자의 몸을 ‘꽉’ 움켜쥔다. 고속주행에 앞서 자세에 안정감을 부여하고 심리적으로는 차에 대한 믿음을 심어준다. 플래그십 세단인 EQ900에 탑재된 운전 자세 제안 기능도 더해졌다. 키와 몸무게를 입력하면 체형에 맞는 시트 위치를 잡아준다. 하지만 운전 습관이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 모든 운전자를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단순히 참고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합하다.뒷좌석은 좁은 편이다. 실제로 키가 175cm 수준인 성인남성은 앉을 만하다. 다만 공간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답답하게 느껴진다. 덩치가 더 큰 사람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 같다. 현대차 직원은 철저하게 주행과 운전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모델이기 때문에 실내 공간이 희생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쟁차종보다 늦게 선보인 만큼 다른 건 몰라도 편의와 관련된 분야에서는 라이벌보다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 수입차 부럽지 않은 주행성능… 가장 빠른 국산차시승차는 3.3리터 V6 가솔린 직분사 트윈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 ‘제네시스 G70 스포츠’다. 상위 모델인 G80 스포츠의 경우 일반 모델과 차별화된 디자인이 적용됐고, 출시 행사도 별도로 진행됐다. 반면 G70 스포츠는 트림의 한 종류처럼 소개됐다. 일반 모델과 다른 부분은 옵션 차이에 불구하다. 또한 스포츠 모델임을 알려주는 엠블럼이나 문구도 전무하다. 브랜드 작명법에 있어 보다 명확한 개념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G70 스포츠의 성능은 강력하다.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웬만한 수입 고성능 모델에 버금가는 동력성능이다. G80 스포츠와 스팅어에도 동일한 파워트레인이 적용됐지만 G70이 덩치가 작아 성능에 유리하다. 이는 기록으로도 알 수 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에 걸리는 시간이 4.7초로 국산차 중 가장 빠르다. 수입차로는 벤츠 C43 AMG와 동일한 수준이다.고속주행 성능은 놀랍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순식간에 속도계가 올라간다. 시속 220km까지 거뜬하다. 변속기 반응도 빠릿빠릿하다. 서행할 때와는 다른 면모다. 느린 속도에서는 차분하고 묵직하지만 고속에서는 오른발에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매섭게 치고나간다. 무엇보다도 주행안정감이 기대 이상이다. 고속주행에서 흔들림 없는 움직임을 보여줘 운전 조작이 쉽다. 체감 속도보다 계기반 표시 속도가 높아 황급히 브레이크로 발을 옮긴 적이 종종 있었다. 그 정도로 고속 안정감과 정숙성이 우수하다.브렘보 브레이크는 화려한 디자인과 명성에 걸맞은 성능을 보여준다. 초반 답력은 부드럽지만 고속에서는 운전자의 의도대로 정확히 작동한다. 급브레이크 상황에서도 차체가 출렁거리거나 뒤뚱거리는 경우가 없었다. 서스펜션 세팅은 BMW 출신 알버트 비어만의 손길이 느껴진다. G80의 경우 단단한 세팅이 적용됐다고 해도 살짝 물렁하고 둔탁한 느낌이 강했다.G70에 와서야 제네시스가 서스펜션 세팅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 G80보다 세련된 서스펜션 감각을 보여준다. 노면 상황을 직관적으로 전달해 운전자에게 탄탄한 주행감각을 제공한다. 기아차 스팅어보다는 살짝 얌전하다. 요철 등 장애물 구간에서는 충격이 꽤 크게 전달됐다. 방심한 순간에도 부드럽게 요철을 통과하던 스팅어의 성능을 기대했는데 결과는 예상과 약간 달랐다. G70에는 가변식 댐퍼 시스템이 장착됐다. 주행모드에 따라 서스펜션 감도를 조절해 주는 장치로 운전자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고속 주행과 마찬가지로 코너링 성능도 안정감 있다. 도로를 꽉 움켜쥐어 흐트러짐 없이 코너를 돌아나갔다. 아무래도 사륜구동 옵션이 탑재된 모델이라 코너에서 바퀴가 미끄러지는 짜릿함은 느끼기 어려웠다. 코너에서의 쏠림은 거슬렸다. 물론 지금까지 나온 현대차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우수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 정도면 BMW나 벤츠, 심지어 폴크스바겐의 전륜구동 세단보다 쏠림 정도가 심한 편이다. 운전자는 경로를 미리 예측할 수 있어 중심을 잡기 쉽지만 몸을 못 가눠 안절부절못하던 옆 좌석 탑승자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스피커를 통해 인위적으로 엔진음을 내는 ‘사운드 제너레이터’는 운전 재미를 높여주는 요소다. 중후한 음색이 꽤 괜찮지만 작은 볼륨은 아쉽다. 이왕 내는 엔진소리라면 실제 배기사운드를 다듬어 적용했더라면 더 좋았겠다.
○ 풍부한 편의사양… 압권은 ‘첨단 주행 보조 장치’편의사양은 풍부하다. G70가 수입 경쟁모델과 비교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첨단 주행 보조 장치의 성능 향상이 눈에 띈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시스템은 완성도가 한층 개선됐다. 기능을 활성화 시키면 꽤 오랜 시간 핸들에서 손을 떼고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차가 저절로 주행한다. 한 번 사용해 보면 자동차 회사들이 왜 그렇게 자율주행차 개발에 열을 올리는지 알게 될 정도로 편리한 기능이다.
이 기능들은 ‘제네시스 액티브 세이프티 컨트롤’ 옵션 패키지에 한데 묶여 있다. 다행히 가장 낮은 트림에도 선택 품목으로 추가할 수 있다. 혹시라도 G70 구매를 고려 중인 소비자라면 반드시 추가하기를 권한다. 이 패키지에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 장치를 비롯해 하이빔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후측방 충돌 경고, 진동 경고 스티어링 휠 등의 기능도 포함돼 있다.이밖에 어라운드 뷰 모니터와 헤드업 디스플레이, 앞좌석 열선·통풍 시트, 뒷좌석 열선 시트, 퀼팅 나파 가죽 시트, 스웨이드 내장재, 15 스피커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등 다양한 사양이 적용된다. ‘옥의 티’가 있다면 전동식 테일게이트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작지만 활용도가 높은 이 사양이 5000만 원짜리 차에서 보란 듯이 빠질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뒤통수 맞은 느낌이다. 어떤 해명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 우수한 완성도 ‘기아 스팅어 잡을라’… 해외시장이 관건G70을 시승하면서 현대차의 발전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 정도로 완성도가 기대 이상이었다. ‘이 정도면 굳이 수입차를 살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생각은 실적으로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들어간 G70이 불과 10일 만에 3000대 가까이 계약됐다. 신차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수입 경쟁모델을 크게 압도하는 수치다.
가격도 무시할 수 없다. G70이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를 겨냥한 모델이라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해외에서의 이야기다. 적어도 국내에서 5000만 원으로 370마력짜리 세단을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은 제네시스 G70과 스팅어가 유일하다.비슷한 성능을 발휘하는 모델로 메르세데스AMG C43 4매틱(367마력, 53kg.m)이 있다. 가격은 8740만 원으로 G70보다 3000만 원가량 비싸다. BMW의 경우 고성능 M3를 제외하고 일반 모델 중 가장 성능이 우수한 차종은 330i다. 가격은 5590만 원이다. G70 풀옵션보다 조금 저렴하지만 최고출력은 252마력에 불과하다. 320마력을 내는 340i가 있지만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았다. 브랜드 이미지와 감성 등을 배제한 단순 가격 비교지만 차량 구매에 있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이는 G70의 국내 실적이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문제는 해외다. 가격을 무기로 삼기에는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인기가 집중되는 3시리즈와 C클래스만 고려해도 긍정적인 시장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여기에 아우디 A4, 알파로메오 줄리아, 캐딜락 ATS, 렉서스 IS, 재규어 XE 등 G70와 비슷한 콘셉트로 개발된 모델들을 모두 상대해야 한다.재규어 XE의 경우 국내에서 3시리즈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하지만 실적은 3시리즈의 십분의 일에도 못 미친다. G70의 해외시장 안착을 위해 현대차가 고민해 봐야 하는 사례다.
한편 제네시스 G70의 가격은 2.0 가솔린 터보가 3750만~5245만 원, 2.2 디젤 4080만~5315만 원, 3.3 가솔린 터보는 4490만~5640만 원이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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