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셸 여행기] 천국과 가장 가까운 아프리카 섬나라 ‘세이셸’
동아경제
입력 2015-09-08 10:23 수정 2015-09-08 11:28
아프리카의 시간은 유유자적 천천히 흐른다. 너무 여유로워 내가 잠시 잊고 있던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반대로 우리가 사는 도시는 하루(24시간)가 찰나에 지나가 버린다. “벌써 퇴근시간이야?”라는 혼잣말은 고단했던 하루가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갔다는 의미다. 어쩌면 남은 인생 중 또 하루를 소모해 버렸다는 말과도 같다.
평소 하루 세끼를 찾아 먹는 것으로 간신히 시간의 흐름을 쫒아가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아프리카 여행을 떠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잃어버린 24시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별천지이기 때문이다. 먹고, 마시고, 걷고, 일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에서 ‘빨리빨리’는 절대 없다. 심지어 렌터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조차도 반 박자 느리게 들리며 저절로 몸의 리듬을 느긋하게 만들어준다.
#‘세계 최고의 해변 세이셸’ 이곳이 바로 천국
아프리카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 세이셸(seychelles) 공화국은 1억5000만 년 전 형성된 원시의 자연과 아프리카 특유의 문화, 깨끗한 인도양 바다 등을 두루 갖춘 작은 섬나라다. 안전한 먹거리가 풍부하고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해 어디서든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
유럽 및 중동의 부호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 세이셸은 수년 전 영국의 윌리엄 왕세손 부부가 신혼여행지로 다녀오면서 우리나라에도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인도양 서부에 위치했고 남쪽으로 모리셔스, 북동쪽으로 몰디브가 있다. 모두 115개 섬으로 이뤄졌고, 면적은 서울의 4분의1, 인구는 10만 명 내외다.
세이셸이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이유 중 하나는 아름다운 해변 때문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세계 최고의 해변’을 가진 나라로 세이셸을 꼽기도 했다. 섬을 여행하다가 마음이 내키면 어디서든 바다에 뛰어들면 된다. 바닷물은 맑고, 깨끗하고, 차갑지 않고, 경사 또한 완만해 수영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보통 오후 4~5시에 하루 일과를 마치는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가면서 해변 아무 곳에 차나 자전거를 세우고 바다로 들어간다. 수영을 즐기며 더위를 식힌 뒤에는 바닷바람에 천천히 몸을 말리고 집으로 향한다. 물론 취미에 따라 낚시나 서핑, 스노클링 등을 즐기기도 한다. 이것이 ‘천국과 가장 가까운 섬’이라고 불리는 세이셸의 본 모습이다.
#수도 빅토리아가 있는 마헤섬에서 맛있는 현지 음식을
세이셸은 어느 곳에서나 아름다운 자연과 볼거리를 즐길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마헤(Mahe)와 프랄린(Praslin), 라 디그(La Digue) 섬은 필수 관광코스다.
가장 큰 마헤섬에는 세이셸의 수도 빅토리아(Victoria)가 있다. 세이셸의 유일한 도시이자, 세계에서 가장 작은 초미니 수도인 빅토리아는 걸어서 반나절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중간에 유적지, 재래시장, 갤러리, 성당, 대통령궁, 박물관 등을 구경하는 시간을 포함해서다. 돌아다니다 배가 고프면 눈에 띄는 음식점에 들어가 주문을 하면 된다. 한국인의 입맛에 너무나 잘 맞는 독특한 현지 음식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음식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빅토리아에서 시내 관광을 마친 뒤에는 에덴(Eden)섬을 돌아봐도 좋다. 세이셸 공항에서 빅토리아 시내로 가다가 우측에 있는 인공섬으로 최고급 빌라와 맨션, 아파트, 상가 등으로 이뤄졌다. 마치 잘 발달한 작은 유럽의 도시를 연상시킨다. 선착장은 크고 작은 요트로 가득하다. 상가는 현대식 대형마트와 상점, 갤러리, 음식점, 병원 등을 고루 갖춰 불편함이 없다. 세이셸에 눌러 살 수 있는 방법도 있는데, 최소 42만5000부터 최대 294만5000달러 가량(최근 시세)하는 에덴섬 내 빌라를 구입하면 4인 가족에게 영주권을 준다. 평소 빌라를 쓰지 않을 때는 관리팀에 맡겨 임대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이밖에 마헤섬에는 원시림을 그대로 간직한 몬 세이셸와 국립공원과 200년 된 육지거북을 볼 수 있는 카프라자, 가장 아름다운 해변인 보 발롱 해변, 왕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식물원 르 자댕 뒤 루아 등이 있다.
#아담과 이브의 열매가 열리는 프랄린섬
마헤섬을 구경한 다음에는 아담과 이브의 열매가 자라는 프랄린섬으로 떠나보자. 마헤섬에서 북동쪽으로 45km가량 떨어져 있는데 쾌속선으로 50분이면 도착한다. 섬 전체가 시골마을처럼 조용하고 녹음이 짙어 돌아다니기에 좋다.
섬에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인 발레 드 메(Vallee de mai) 국립공원이 있는데, 1억5000만 년 전에 형성된 울창한 원시림은 과거 해적과 탐험가들이 보물을 숨겨놨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에덴의 동산으로 불리는 숲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단연 코코 드 메르(Coco de Mer)다. 에로틱 코코넛으로도 불리는 이 야자나무 열매는 암나무에서 여성의 엉덩이, 수나무는 남성의 성기를 닮은 열매가 열리는데 오직 세이셸에만 6000여 그루가 있다. 이외에 검은앵무새와 구릿빛 도마뱀 마부야세이셸시스, 토종 카멜레온인 카멜레오티그리스 등이 살고 있다. 영화에서나 보던 열대 밀림 그대로를 상상하면 된다.
섬의 또 다른 명물 앙스 라지오(Anse Lazio)는 투명한 바닷물과 아름다운 절경으로 기네스북에도 오른 해변이다. 영국의 여행전문지 <콩데 내스트 트래블러>가 세계 최고의 해변으로 꼽은 곳이기도 하다. 해변에 들어서는 순간 ‘어디서 본 듯한 해변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끝내 기억나지 않았다. 섬을 일주하는 데는 차로 약 2시간이 걸린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 촬영지로 유명한 라디그섬
다음은 시간도 멈췄다 간다는 라 디그섬. 이 섬은 프랄린섬에서 배로 15분정도 걸린다. 면적이 10㎢에 불과한 작은 섬으로 선착장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2~3시간이면 섬 전체를 돌아볼 수 있다. 변화무쌍한 기암괴석과 아름다운 해변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비감을 느끼게 한다. 그 중에서도 앙스 수스 다정(Anse Source d'Argent)은 BBC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해변’으로 선정할 만큼 절경으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톰행크스가 주연한 영화 ‘캐스트 어웨이(2000년)’를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선착장 주변에는 작은 음식점과 토산품을 파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위의 세 섬 외에도 매력적인 외딴 섬들이 많은데, 윌리엄 황세손의 허니문이자 베컴 부부의 결혼 10주년 기념 여행지였던 노스 아일랜드, 오바마 대통령 가족이 휴가를 보냈던 브리케이트, 바다거북의 산란장 버드 아일랜드 등등 일일이 소개하기 힘들 정도다.
#경차 빌리고 반바지 속에 수영복 필수
우리나라에서 세이셸로 가는 직항 노선은 아직 없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두바이나 아부다비 등을 경유하는데 약 18시간 가량 걸린다.
대중교통도 있지만 마헤섬에서 움직일 때는 렌터카를 권하고 싶다. 렌터카는 1일 35~45유로면 빌릴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반드시 경차를 빌리라는 것이다. 도로 폭이 워낙 좁고 양옆으로 바위가 불쑥불쑥 튀어나와 현지 주민이 아니라면 큰 차는 운전하기 힘들다. 주변 섬은 걷거나 자전거가 편리하다.
통화는 달러와 유로, 신용카드가 모두 쓰이지만 쇼핑이나 음식점 등에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세이셸 루피(Ruppee)가 유리하다. 세이셸 공항이나 은행에서 필요한 만큼 환전하거나 곳곳에 있는 ATM기에서 찾아 쓰면 된다. 주유소 중에는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곳도 있다.
관광을 하다가 마음에 드는 해변이 나타나면 곧바로 바닷물로 뛰어들 수 있도록 넉넉한 반바지와 티셔츠 속에 수영복을 입는 것도 좋다. 물론 신발은 물에 젖어도 상관없는 간편한 슬리퍼나 수륙양용 트레킹화가 좋다. 썬 크림은 필수.
#너무나 안전해 단독 여행도 충분
세이셸은 굳이 패키지여행이 필요 없는 곳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초호화 리조트들부터 저렴한 민박집까지 다양하다. 이중에서 마음에 드는 숙소를 골라 예약한 뒤 비행기 표만 사서 출발하면 된다. 섬이 작고 안전해 천천히 찾아다니면서 여행해도 충분하다.
결정적인 팁(tip) 하나, 세이셸 여행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세이셸(지은이 정동창·김빛남)’이라는 책을 가방에 넣어두면 어디라도 문제없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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