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비리에 관용 없다”… 총수 형제에 이례적 실형
동아일보
입력 2014-02-28 03:00 수정 2014-02-28 03:00
[최태원 SK회장 4년형 확정]
大法, 강화된 양형기준 인정
SK 측으로서는 파기환송이 되면 고등법원에서 다시 재판을 받아 실형을 면할 수 있다는 실낱같은 기대를 걸어볼 수 있었지만 기대는 무산되고 말았다.
○ 대법원, ‘김원홍 증인 불채택’ 고심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법원 안팎에서는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항소심에서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은 점 때문에 파기환송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져 왔다. 지난해 9월 27일 항소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김 전 고문이 대만에서 추방돼 국내로 송환되자 최 회장 측은 선고를 미루고 김 전 고문을 증인으로 채택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선고를 강행했다.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최 회장 측은 “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는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심리 미진”이라고 지적하면서 파기 환송을 강하게 주장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 부분을 가장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판결문에서도 그런 흔적이 역력했다. 재판부는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신문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 “항소심에서 변론을 재개해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비추어 보다 바람직한 조치였다”는 등의 표현을 썼다.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판단을 분명하게 내비친 것이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증거 신청의 채택 여부는 법원의 재량으로, 증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부적절하더라도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다른 증거자료들을 놓고 판단해볼 때 최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형제의 횡령 가담 혐의가 명백한 만큼 파기환송을 해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더라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본 것이다.
○ ‘대기업 비리 불관용’ 선언
대법원은 판결문과 별도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례적인 자평을 내놨다. 이번 판결의 의의를 밝히면서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 회장인 최태원, 부회장인 최재원이 그룹 계열사의 자금을 사적인 이익을 위하여 유용한 행위 등에 대하여 엄정한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음”이라고 쓴 것. 또 “현존하는 재벌그룹 회장에 대하여 실형이 확정된 사안이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음”이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얼마 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되면서 법원 안팎에서는 대기업 총수 비리에 관용을 베푸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뀐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잇따랐다. 최 회장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재계 서열 3위’ ‘현존하는 재벌그룹 회장’ 등의 표현을 써가며 엄벌 의지를 보인 것은 “관용 분위기는 없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설 연휴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정치인과 기업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 배제 원칙을 분명히 밝힌 것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과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마당에 자칫하면 사법부가 ‘봐주기 판결을 하고 있다’는 덤터기를 쓸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다는 해석이다.
○ 재판 중인 대기업 총수들 ‘비상’
대법원이 최 회장 상고심에서 대기업 비리 불관용 원칙을 천명하면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대기업 총수들은 비상이 걸린 듯한 분위기다. 14일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곧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대법원의 판단이 하급심 재판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대기업 총수 재판에서 관대한 판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大法, 강화된 양형기준 인정
창사이후 최대위기 맞은 SK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의 실형이 확정된 27일 서울 종로구 종로 SK그룹 본사 사옥 로비에서 직원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오가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7일 오전 10시 25분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2호 법정. 주심인 양창수 대법관이 “검찰과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주문을 낭독하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SK 측 관계자들의 얼굴이 크게 굳어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4년이 그대로 확정됐기 때문. 최 회장에 대한 상고심은 파기환송이냐, 실형 확정이냐를 놓고 관심을 모아 왔다. SK 측으로서는 파기환송이 되면 고등법원에서 다시 재판을 받아 실형을 면할 수 있다는 실낱같은 기대를 걸어볼 수 있었지만 기대는 무산되고 말았다.
○ 대법원, ‘김원홍 증인 불채택’ 고심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법원 안팎에서는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항소심에서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은 점 때문에 파기환송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져 왔다. 지난해 9월 27일 항소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김 전 고문이 대만에서 추방돼 국내로 송환되자 최 회장 측은 선고를 미루고 김 전 고문을 증인으로 채택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선고를 강행했다.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최 회장 측은 “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는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심리 미진”이라고 지적하면서 파기 환송을 강하게 주장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 부분을 가장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판결문에서도 그런 흔적이 역력했다. 재판부는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신문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 “항소심에서 변론을 재개해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비추어 보다 바람직한 조치였다”는 등의 표현을 썼다.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판단을 분명하게 내비친 것이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증거 신청의 채택 여부는 법원의 재량으로, 증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부적절하더라도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다른 증거자료들을 놓고 판단해볼 때 최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형제의 횡령 가담 혐의가 명백한 만큼 파기환송을 해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더라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본 것이다.
○ ‘대기업 비리 불관용’ 선언
대법원은 판결문과 별도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례적인 자평을 내놨다. 이번 판결의 의의를 밝히면서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 회장인 최태원, 부회장인 최재원이 그룹 계열사의 자금을 사적인 이익을 위하여 유용한 행위 등에 대하여 엄정한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음”이라고 쓴 것. 또 “현존하는 재벌그룹 회장에 대하여 실형이 확정된 사안이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음”이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얼마 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되면서 법원 안팎에서는 대기업 총수 비리에 관용을 베푸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뀐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잇따랐다. 최 회장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재계 서열 3위’ ‘현존하는 재벌그룹 회장’ 등의 표현을 써가며 엄벌 의지를 보인 것은 “관용 분위기는 없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설 연휴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정치인과 기업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 배제 원칙을 분명히 밝힌 것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과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마당에 자칫하면 사법부가 ‘봐주기 판결을 하고 있다’는 덤터기를 쓸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다는 해석이다.
○ 재판 중인 대기업 총수들 ‘비상’
대법원이 최 회장 상고심에서 대기업 비리 불관용 원칙을 천명하면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대기업 총수들은 비상이 걸린 듯한 분위기다. 14일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곧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대법원의 판단이 하급심 재판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대기업 총수 재판에서 관대한 판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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