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앗! 보행자 발견…스스로 멈추는 차, 볼보 ‘S80 T6’
동아경제
입력 2013-01-12 08:00 수정 2013-03-27 12:52
안전의 대명사 볼보가 만든 최고급 럭셔리 세단 ‘S80’ 운전석에 앉으면 룸미러 뒤쪽 유리에 붙은 도시락 크기의 네모난 플라스틱 박스가 눈에 들어온다. 다른 차에는 없는 이 특별한 박스는 운전자 눈을 대신해 도로 및 주변 정보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 차량을 통제하거나 운전자가 통제하도록 돕는 구실을 한다.
박스 내 전자 장비들은 레이더와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전방 도로정보를 확보한 뒤 차량 주행정보를 표시하는 계기판과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를 통해 다른 차량과의 안전거리를 유지하거나 도로 표지판 정보를 계기판에 전달하고 헤드램프를 자동으로 조정하며, 운전자가 집중력을 잃거나 무심코 차선을 벗어나면 바로 경고를 보낸다. 만일 경고에도 운전자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스스로 차량을 정지시켜 사고를 방지한다.
S80 T6은 겉모습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최첨단 안전장치를 적용했다.
# 독보적인 각종 첨단 안전장치
S80은 볼보의 최상급 모델답게 세련된 디자인에 최첨단 안전장치를 갖췄다. 볼보에서 이미 수년 전 상용화한 안전장치를 다른 자동차 회사가 뒤늦게 적용해놓고 마치 새로운 기술인 것처럼 홍보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번에 시승한 S80 T6 이그제큐티브(Execu tive)는 볼보만의 독보적인 첨단 안전장치를 몇 가지 탑재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보행자 충돌방지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주간에 35km/h 이하로 달릴 때 전방에 보행자가 있으면 운전자에게 1차 경고를 보내 제동을 유도한다. 하지만 운전자가 적절한 시간 내 반응하지 못하면 시스템이 알아서 차량을 세운다.
S80 T6은 겉모습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최첨단 안전장치를 적용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30~200km/h로 설정된 속도로 주행하면서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한다. 앞차 속도가 줄어 차량 사이 간격이 좁아지면 스스로 감속해 설정된 간격을 유지하고, 앞차가 속도를 내 차량 간격이 벌어지면 다시 속도를 높여 간격을 좁힌다. 30km/h 이하에선 ‘큐 어시스트’ 기능이 작동해 앞차가 완전히 정차할 경우 차를 정지시키고, 3초 이내에 앞차가 다시 출발하면 차량을 출발시킨다.
실제로 중부고속도로에 올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110km/h에 맞춘 뒤 2차로를 달려봤다. 일정한 속도로 달리던 차량은 오르막 경사에서 앞차 속도가 줄자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속도를 낮춰 간격을 유지했다. 이어진 내리막에서 앞차가 속도를 높이자 마치 그림자처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앞차를 따라갔다.
이 밖에도 사각지대경보 시스템(BLIS)과 액티브하이빔, 표지판을 읽는 도로표지정보 시스템,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트랙션 컨트롤(DSTC), 차선이탈경고 시스템 같은 안전장치가 있다.
# 시트는 최고 수준, 뒷좌석 좁아 불편
후석 모니터를 적용한 고급스러운 천연가죽시트.
그렇다고 S80에 내세울 것이 안전장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풍의 중후한 디자인은 쉽게 질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실내는 편안하고 안락하게 꾸며졌다. 나흘간 S80을 시승하면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마사지 기능을 갖춘 천연가죽시트다.
소파처럼 탑승자를 편안히 감싸면서 탄력이 있어 장거리 여행에서도 확실히 피로감이 덜했다. 지금까지 시승한 어떤 수입차와 비교해도 시트 편안함은 최고 수준이다.
또한 하이파이 스피커 12개와 돌비(Dolby) 서라운드 사운드는 모든 좌석에서 입체적인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밖에 내부를 호두나무 무늬목으로 치장하고 뒷좌석 중간에 냉장고를 둬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하지만 S80을 타면서 불편하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볼보의 최상급 쇼퍼 드리븐(Chauffeur Driven·운전기사를 두고 차주는 뒷좌석에 앉는 세단) 모델이고 유럽인이 많이 타는 대형 세단이면서도 유독 뒷좌석이 좁게 느껴졌다. 실제로 키 180cm인 성인 남성이 앉았는데, 앞좌석에 무릎이 닿아 편안하게 앉기 힘들 정도였다. 실내공간 넓이를 좌우하는 휠베이스는 2835mm로 현대차 그랜저(2845mm)보다 짧고 쏘나타(2795mm)보다는 길다. 하지만 직접 경험한 뒷좌석은 쏘나타보다 좁았다.
# 중·저속부터 치고 나가는 토크감
볼보가 고수해오던 비대칭 실내를 탈피한 S80 T6의 센터페시아.
이 차는 3.0ℓ직렬 6기통 트윈-스크롤터보 가솔린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렸다. 최고출력 304마력, 최대토크 44.9kg·m의 힘을 발휘한다. 중·저속 토크감이 뛰어난 볼보의 특징이 이 차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엔진회전수(RPM) 2100부터 최대토크 44.9kg·m의 힘을 발휘해 중·저속에서 치고 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빨간 신호등에 정차했다가 다시 출발할 때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튀어나가듯 속도가 붙었고, 차선 변경이나 추월 시에도 민첩하게 움직였다. 안전최고속도는 250km/h이고, 정지에서 100km/h까지 6.7초에 도달한다. 120km/h로 정속주행을 하면 엔진회전수 2000을 넘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높은 비틀림 강성을 가진 섀시와 섀시 통합제어 시스템을 적용해 언더스티어를 억제하고 균형 잡힌 정교한 핸들링이 가능하다. 또한 운전자 주행스타일에 따라 컴포트(Comport), 스포츠(Sports), 어드밴스드(Advanced) 세 종류의 주행모드가 지원된다. 주행모드와 도로 조건에 따라 핸들링을 최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쇼크 업소버(Shock Absorber)를 자동 조절한다.
신연비 기준으로 측정한 공인연비는 7.9km/ℓ로 조금 아쉬운 수준이다. 도심과 고속도로를 6대 4 비율로 190km가량 달린 뒤 직접 잰 연비는 6.8km/ℓ였다.
# 국내 도로 상황에 적합한 안전장치
볼보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라면 주행 중 각종 경보음이 수시로 울려대고 경고등이 들어와 정신이 산만할 수도 있겠다. 차선을 조금만 이탈하거나 앞차와의 간격이 좁아지면 어김없이 경보음이 울린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차선 변경이 잦고 끼어들기가 심한 국내 도로 상황에서 유용한 장치라는 생각이 든다.
판매가격은 T6 이그제큐티브 8080만 원, T6 6870만 원, 디젤엔진을 탑재한 D5(배기량 2401cc) 5890만 원, D4(배기량 1984cc) 5400만 원이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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