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공간이 비좁다고?… 그럼 뒷바퀴 접어 간단히 해결
동아일보
입력 2012-09-14 03:00 수정 2012-09-14 09:50
■ 中서 열린 ‘GM 산학협력포럼’ 홍익대팀 한국 첫 우승
GM은 1999년부터 미국은 물론 주요 해외 공장과 전략시장이 있는 나라의 공과대학에 각종 소프트웨어와 기자재를 지원해 자동차산업에 대한 이해를 돕는 페이스센터 57곳을 운영하고 2년마다 한데 모여 콘셉트카 개발 대회의 우승자를 가린다. 이날 시상식장에는 한국에서 날아간 홍익대 페이스센터 소속 학생 15명도 있었다.
“우승팀과 준우승팀 간 점수 차이가 200점 만점에 3점에 불과합니다. 3점 차로 행운을 거머쥔 팀은 바로 2조!”
‘우리가 수상권에나 들겠느냐’며 3등부터 차례로 호명되는 GM 측 발표를 뒤로 한 채 주섬주섬 자리를 떠날 채비를 하던 홍익대 학생들은 생각지도 못한 종합우승에 놀라 서로 부둥켜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자동차 강국인 미국, 독일은 물론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인도 대학생들도 제친 것이다. 한국 대학생들이 ‘페이스 포럼’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5년 이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경준경 씨(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3년)는 “지금으로부터 1년 전 공학관 게시판에 붙은 페이스센터 모집 공고문을 보고 하나둘씩 모였다”며 “당시 이탈리아 페라리가 주최한 디자인대회에서 1등을 한 같은 학교 산업디자인학과 학생들의 도전에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의 버선을 차용한 외관 디자인은 이수진 씨(산업디자인과 4년)가 맡았다. 인류의 이동수단인 자동차에 버선코의 부드러운 곡선을 접목한 동양적 디자인은 푸른 눈의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1년간의 개발 작업은 험난했다. 뒷바퀴가 접히도록 만든 디자인을 기술적인 부분이 따라가질 못했다. ‘디자인을 바꿔야 한다’, ‘설계팀이 양보해야 한다’며 내부 갈등이 커져 팀이 깨질 뻔했다. 모형차 제작을 목전에 두고 설계 바꾸기를 수십 번 반복했다.
대회 참가일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5월 페이스센터를 떠나는 친구들도 생겼다. 팀원의 절반 이상이 졸업을 앞둔 4학년이어서 무작정 프로젝트에만 매달려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항공료와 숙박비도 주최 측에서 지원해주지 않아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작업실에 모여 모형차를 만들며 참가 경비를 마련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들은 포럼 시작일인 7월 22일 중국으로 날아갔다. 발표와 시상식이 열리는 26일까지 호텔에서 프레젠테이션 작업과 연습을 계속했다. 영어로 발표해야 하는 터라 발표자 4명은 수십 번 리허설을 했다. 발표 당일에는 오전 5시 동이 틀 때까지 연습했다.
박요셉 씨(기계시스템디자인학 4년)는 “1등이 될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모인 ‘선수들’ 모두 출중한 실력을 가진 데다 발표 당일까지 서로의 출품작을 철저히 비밀로 했기 때문이다.
결과 발표 뒤 심사를 맡은 GM 관계자와 다른 국가 대학 교수들은 “어메이징 코리안”이라며 한국의 자동차산업만큼 부쩍 성장한 한국 대학생들의 역량을 격찬했다. 학생들을 지도한 김관주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교수는 “참가국 가운데 자동차 내수시장 규모가 가장 작은 나라에서 온 15명의 학생들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정작 국내에는 이들의 수상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 씨는 “큰 상을 받고 귀국했을 때 그만큼 관심을 받지 못해 친구들끼리 다소 의기소침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취업을 위한 인턴십을 하거나 토익 점수를 높게 따지는 못했지만 세계를 무대로 도전할 수 있었던 경험을 쌓은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서울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 공학관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홍익대 페이스센터 학생들. 이들은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너럴모터스(GM)의 미래형 콘셉트 자동차 경진대회인 ‘페이스 포럼’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7월 26일 중국 상하이(上海) 리걸 이스트 아시아호텔의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너럴모터스(GM)의 산학협력프로그램 ‘페이스(PACE) 포럼’ 시상식장은 8개국 26개 대학을 대표하는 200여 명의 ‘선수’들로 붐볐다.GM은 1999년부터 미국은 물론 주요 해외 공장과 전략시장이 있는 나라의 공과대학에 각종 소프트웨어와 기자재를 지원해 자동차산업에 대한 이해를 돕는 페이스센터 57곳을 운영하고 2년마다 한데 모여 콘셉트카 개발 대회의 우승자를 가린다. 이날 시상식장에는 한국에서 날아간 홍익대 페이스센터 소속 학생 15명도 있었다.
“우승팀과 준우승팀 간 점수 차이가 200점 만점에 3점에 불과합니다. 3점 차로 행운을 거머쥔 팀은 바로 2조!”
‘우리가 수상권에나 들겠느냐’며 3등부터 차례로 호명되는 GM 측 발표를 뒤로 한 채 주섬주섬 자리를 떠날 채비를 하던 홍익대 학생들은 생각지도 못한 종합우승에 놀라 서로 부둥켜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자동차 강국인 미국, 독일은 물론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인도 대학생들도 제친 것이다. 한국 대학생들이 ‘페이스 포럼’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5년 이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경준경 씨(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3년)는 “지금으로부터 1년 전 공학관 게시판에 붙은 페이스센터 모집 공고문을 보고 하나둘씩 모였다”며 “당시 이탈리아 페라리가 주최한 디자인대회에서 1등을 한 같은 학교 산업디자인학과 학생들의 도전에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좁은 공간에서도 주차가 가능한 홍익대 페이스센터 학생들의 콘셉트카 모형. 뒷바퀴를 접으면 차체 길이가 2300mm에서 1850mm(오른쪽 사진)로 줄어든다. 조향장치도 네 바퀴가 따로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해 좁은 공간에서도 자유자재로 차를 움직일 수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올해 대회의 주제는 환경오염과 교통체증을 해결하는 신개념 자동차. 홍익대 학생들은 우선 자신들이 만들 신개념차의 콘셉트를 ‘2025년 인구 1000만 명이 사는 메가시티 서울’로 잡았다. 20, 30대의 1, 2인 가구가 타깃이었다. 윤수진 씨(산업공학과 3년)는 “대학가의 비좁은 주차 공간에 착안해 뒷바퀴는 아예 접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이들이 설계한 2인용 전기차는 뒷바퀴를 접으면 2300mm의 전장이 1850mm로 줄어든다. 쉐보레 경차 ‘스파크’가 100m에 26대를 세울 수 있다면 이 콘셉트카는 7대 더 많은 33대까지 가능하다.한국의 버선을 차용한 외관 디자인은 이수진 씨(산업디자인과 4년)가 맡았다. 인류의 이동수단인 자동차에 버선코의 부드러운 곡선을 접목한 동양적 디자인은 푸른 눈의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1년간의 개발 작업은 험난했다. 뒷바퀴가 접히도록 만든 디자인을 기술적인 부분이 따라가질 못했다. ‘디자인을 바꿔야 한다’, ‘설계팀이 양보해야 한다’며 내부 갈등이 커져 팀이 깨질 뻔했다. 모형차 제작을 목전에 두고 설계 바꾸기를 수십 번 반복했다.
대회 참가일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5월 페이스센터를 떠나는 친구들도 생겼다. 팀원의 절반 이상이 졸업을 앞둔 4학년이어서 무작정 프로젝트에만 매달려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항공료와 숙박비도 주최 측에서 지원해주지 않아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작업실에 모여 모형차를 만들며 참가 경비를 마련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들은 포럼 시작일인 7월 22일 중국으로 날아갔다. 발표와 시상식이 열리는 26일까지 호텔에서 프레젠테이션 작업과 연습을 계속했다. 영어로 발표해야 하는 터라 발표자 4명은 수십 번 리허설을 했다. 발표 당일에는 오전 5시 동이 틀 때까지 연습했다.
박요셉 씨(기계시스템디자인학 4년)는 “1등이 될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모인 ‘선수들’ 모두 출중한 실력을 가진 데다 발표 당일까지 서로의 출품작을 철저히 비밀로 했기 때문이다.
결과 발표 뒤 심사를 맡은 GM 관계자와 다른 국가 대학 교수들은 “어메이징 코리안”이라며 한국의 자동차산업만큼 부쩍 성장한 한국 대학생들의 역량을 격찬했다. 학생들을 지도한 김관주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교수는 “참가국 가운데 자동차 내수시장 규모가 가장 작은 나라에서 온 15명의 학생들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정작 국내에는 이들의 수상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 씨는 “큰 상을 받고 귀국했을 때 그만큼 관심을 받지 못해 친구들끼리 다소 의기소침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취업을 위한 인턴십을 하거나 토익 점수를 높게 따지는 못했지만 세계를 무대로 도전할 수 있었던 경험을 쌓은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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