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준의 BMW, 한국에서만 불나는 결정적 이유는…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8-08-21 19:26 수정 2018-08-22 08:55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이 지난 6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BMW는 지난 1995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누적판매 40만대(2017년 11월 기준)를 돌파할 정도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BMW가 판매한 차량 40만대를 쌓으면 약 635.2km로 에베레스트 71개 높이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단연 520d. 520d는 8월 현재까지 7만대가 넘게 팔리는 등 수입 고급 세단의 ‘왕좌’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520d 엔진 화재 사고로 인해 BMW 신뢰도가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특히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520d 최고 전성기였던 2011~2016년식 모델에 화재가 집중되면서 차주들은 혼란에 빠졌다. 당시 사장이었던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은 뒤늦게 자발적 리콜과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늦장 대응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520d 연쇄 화재는 2015년부터 불거졌는데 BMW코리아가 그동안 정확한 설명과 적극적인 해결에 나서지 않았던 게 컸다.
520d 화재가 공분을 사는 것은 유독 한국에서만 연이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대꼴로 BMW가 불이 나는 통에 해당 모델 출입을 막는 곳도 생겼다. 문제는 긴급 안전진단을 받은 차량마저 전소되면서 BMW가 밝힌 화재 원인에 대한 신빙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BMW 520d 차량 화재로 불탄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인 EGR 쿨러와 바이패스에 시커먼 침전물이 순환되지 못하고 그대로 쌓여 있다.
BMW, EGR 쿨러 결함이 화재 근본 원인
전문가는 EGR 밸브 상시 개방 결정적 문제
BMW는 이번 화재 원인을 N47·B47·N57 엔진이 장착된 일부 차종의 *배기가스재순환장치(이하 EGR) 결함으로 결론 내렸다. EGR 쿨러에서 냉각수 새는 현상으로 부동액 주성분인 에틸렌글리콜과 배기가스 오일 성분과 그을음이 함께 퇴적돼 배기가스 통로를 막아 배기가스 냉각 효율을 저하시킨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고온의 배기가스가 정상적으로 냉각되지 않은 상태로 흡기다기관으로 전달돼, 일부 국소 부위 표면에 천공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이 점을 주목하고 있다. 호주연방대법원 선정 제조결함 전문가 장석원 박사는 “BMW가 줄 곧 주장하는 EGR 쿨러 결함 보다는 EGR 밸브 주변 매연 퇴적이 근본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퇴적물이 배기가스 통로를 막아 EGR 바이패스 밸브와 EGR 밸브가 닫혀야 될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열려 있는 상태가 지속돼 고온의 배기가스 유입으로 인한 천공이나 냉각수 누수 등으로 이어져 화재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피어버그(Pierburg) EGR 정비 매뉴얼.
실제로 EGR 밸브 주변에 쌓인 퇴적물로 인한 부품 오작동이 빈번히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진이 입수한 독일의 EGR 밸브 전문 제조사 피어버그(Pierburg) 정비 보고서를 보면 EGR 밸브가 닫히지 않을 경우 운전자는 ▲경고등 점등 ▲검은 매연 ▲더딘 가속 ▲속도 저하 등 전조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여기서 피어버그 측은 EGR 밸브에 퇴적물이 쌓여 밸브가 닫히지 않는다면 새 부품 교체가 최선책이라고 명시해 놨다. 현재 BMW 리콜 대상 차량에는 피어버그에서 만든 EGR 밸브가 모두 장착돼 있다.
장 박사는 “BMW코리아가 EGR 밸브 정비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처했다면 엔진 화재 사고가 현저히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EGR 밸브는 타이어처럼 소모품이기 때문에 이상 감지 시 청소 또는 교체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 EGR 밸브 결함 내용 파악 안돼
BMW가 지난 2012년부터 여러 차례 한국을 제외한 주요 국가에서 EGR 밸브를 리콜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제의 부품 교체로 화재 위험성을 사전에 막아온 셈이다. 이 제작사는 유럽과 미국, 호주 등에서 디젤 엔진을 탑재한 BMW 차량에 대해 최근 7년간 2015년을 제외하고 매년 EGR 밸브 리콜을 진행했었다.
이와 관련해 한국에서는 지난 4월 17일 처음 리콜을 실시했다. 그동안 EGR 밸브 제조사 피어버그가 EGR 밸브 결함 대응 지침서를 전세계에 배포해왔지만 BMW코리아는 파악조차 못했다가 뒤늦게 리콜을 결정한 것이다.
BMW코리아가 지난 3월 2일 환경부에 제출한 리콜 계획서에 따르면 520d 등에서 EGR 밸브 제작 불량이 발견됐다. 이물질 등에 의해 밸브가 초기 상태로 복귀하지 못하고 열림 또는 닫힘 상태로 고착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BMW는 개선품 교체와 ECU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약속했지만 일부에서는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기간 리콜 대상이었던 한 520d 차주는 “프로그램 업데이트만했고 EGR 밸브 교체는 진행하지 않았다”며 “BMW 서비스센터에서는 밸브에 이상 있는 차는 보기 드물다고 해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고 혼란스러워했다.
2013년 9월 일본 부품회사 덴소는 EGR 밸브 주변 퇴적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버터플라이밸브를 설계해 적용하고 있다. 덴소 EGR 밸브는 양쪽 끝에 날카로운 쇠를 달아 끈적하고 딱딱한 이물질을 청소한다. 덴소 EGR 소개서 캡처
이물질 제거 작동 모드 퇴적물 제거 한계
BMW EGR 밸브 설계상 원인 해결 불투명
ECU 프로그램 업데이트도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 BMW는 EGR 밸브 이물질 제거 작동 모드를 추가했지만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다. 장석원 박사는 “일본 덴소의 경우 이를 대비해 2013년부터 여닫이 부품에 단단하고 날카로운 쇠를 별도로 달아 EGR 밸브 주변 퇴적물을 완벽히 없애는 구조로 설계했다”며 “BMW 기존 밸브 여닫이 부품으로는 퇴적물을 제거하는데 한계가 따른다”고 우려했다. 또 “다만, BMW가 리콜용 EGR 밸브 개선품의 스펙을 공개해야한다”며 “EGR 밸브 설계 결함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배기가스재순환장치(Exhause Gas Recirculation)::
EGR이란 엔진에서 한 번 배기한 가스를 다시 흡기 쪽으로 보내 재연소하는 장치다. 엔진 내 산소공급을 줄이고 배기온도를 낮춰 해로운 질소산화물(NOx)를 줄여 준다. 2009년 유럽의 새 환경규제 유로5를 만족하기 위해 도입됐다. 유로5 적용 후 모든 차량을 NOx 배출량을 180㎎/㎞ 이내로 맞췄다.
EGR이란 엔진에서 한 번 배기한 가스를 다시 흡기 쪽으로 보내 재연소하는 장치다. 엔진 내 산소공급을 줄이고 배기온도를 낮춰 해로운 질소산화물(NOx)를 줄여 준다. 2009년 유럽의 새 환경규제 유로5를 만족하기 위해 도입됐다. 유로5 적용 후 모든 차량을 NOx 배출량을 180㎎/㎞ 이내로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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