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화재 결함 규명 난항… 제작사 협조·전문 설비 없어 한계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8-08-13 15:21 수정 2018-08-1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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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8일 BMW 차량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인 경기 화성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리콜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국토부 제공

BMW 화재 사고 결함 조사와 관련해 지난달 26일 리콜 결정 이후 국토부는 한 달 가까이 실차 실험조차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BMW가 ‘영업 비밀’을 핑계 삼아 부실한 자료로 일관하면서 서류 검토에 애를 먹고 있는데다 자체 실험을 위한 차량 확보가 더디게 진행돼 올해 안으로 마무리 짓겠다던 화재 원인 분석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BMW에 화재를 유발하는 결함 의심 부품에 대한 세 번째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지난 3일 보강 자료를 받은 지 열하루 만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016년형 520d 배기가스 재순환장치(이하 EGR) 설계에 대해 제조사 및 정확한 스펙을 확인 중에 있다”며 “BMW가 기존에 결함을 인지하고도 한국에서는 알리지 않고 은폐한 뒤 새로운 모델에는 개선된 부품을 장착했는지 여부를 면밀히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BMW 520d 엔진결함 화재원인 EGR. 동아일보 DB

하지만 BMW가 국토부 조사에 필요한 상세 자료를 전달할 가능성은 낮다. 결함 조사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소비자기본법에 의거 자료제출요구권에 따라 업체 측에 대응하고 있지만 법원의 판결과 달리 강제성이 없어 사업자가 거부 하더라도 손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BMW는 영업 비밀을 이유로 국토부에 최소한의 결함 보고서만 제출하고 있다. BMW 국내 판매 대행사 BMW코리아 측은 “정부의 BMW 화재 사고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면서도 “자체 실험 방법이나 EGR 개선 부품 상세 제원, 부품 제조사 등은 BMW가 축적한 영업 비밀이기 때문에 공개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조사 방식과 절차에 대한 객관성에도 의구심을 품고 있다. 국토부는 본보 10일자 <정부, BMW 화재 결함 조사 차량 확보 ‘0대’>기사 이후 현재 BMW 차량 3대를 조만간 구입해 실차 실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리콜 발표 스물사흘째인 13일 현재까지도 리콜 대상 모델을 섭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와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은 “현재 확보된 부품으로 우선 시험․분석 진행 중에 있다”며 “화재차량은 최소 3대, EGR 부품도 추가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량 확보 이후도 문제다. 교통안전공단에는 결함 원인으로 지목된 EGR 쿨러를 분석할 ‘EGR 전용 내구 열충격 시험기’ 등 전문 설비가 없다. BMW에 따르면 EGR 쿨러에서 냉각수가 새어 나와 EGR 파이프와 흡기다기관 등에 침전물이 쌓이고, 바이패스 밸브가 열려 냉각되지 않은 고온의 배기가스가 빠져나가면서 침전물에 불이 붙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EGR 전용 내구 열충격 시험기.
통상적으로 EGR 쿨러 양산업체들은 미국 재료시험협회(ASTM)에 따라 부품을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800도 이상 열충격과 압력피로 등 다양한 악조건을 시험하게 된다. 중점적으로는 기본 열성능과 구조신뢰성을 검증한다. 기본 열성능의 경우 고냉각성·고전열효율·저유동압력손실을 파악하고, 구조신뢰성에서는 내열충격성·내부식성·내진동내구성 등을 평가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생략한 채 교통안전공단에 마련해놓은 5개의 엔진시험실에서 확보 예정인 문제의 부품을 검사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교통안전공단 결함조사 관계자는 “EGR 전문 장비가 없더라도 교통안전공단 엔진시험실에서 충분한 분석이 가능하다”며 “BMW 차량 엔진을 따로 분리해 센서에 물려 압력이나 온도 상승 등의 결과 값을 얻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호주연방대법원 선정 제조결함 전문가 장석원 박사는 “무엇보다 BMW 엔진은 밀폐된 공간에 있지만 엔진시험실은 넓은 공간에서 검수가 이뤄지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실차의 다양한 조건을 맞추기 힘들다”며 “누수 재연 및 개선효과 검증을 위한 EGR 전용 열충격 시험기를 도입하더라도 제작기간 및 관련 행정사무절차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언급했다.

김종훈 한국자동차품질연합 대표도 “EGR 전용 실험기 없이 엔진효율이나 성능을 점검하는 엔진시험실에서 쿨러 누수를 분석하는 것은 객관성이 떨어진다”며 “관련 업체에 직접 실험을 의뢰하거나 협업 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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