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계, 첨가물 빼고 본연의 진한 맛으로 승부
동아경제
입력 2014-12-29 11:32 수정 2014-12-29 11:32
주류시장에서 주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진한 술’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막걸리는 주재료인 쌀의 함량을 늘리고 맥주와 위스키는 몰트(발아된 보리)의 사용량을 높인 술을 말한다. 부재료나 첨가물의 사용을 자제하고 주재료의 진한 맛으로 시장 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이런 제품들의 공통점이다. 이는 기존에 싱겁거나 혹은 인공적인 맛에 질린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매출 상승과 직결되고 있다.
막걸리는 인공감미료의 사용을 자제하고 주재료인 쌀을 더 많이 사용한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국내 탁주 시장에서 90%가 넘는 대부분의 막걸리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사용한다. 아스파탐은 설탕의 200배 넘는 단맛을 내며 막걸리의 짧은 유통기한을 보완하기 위해 사용하는데, 그 단맛은 막걸리 맛을 지배해 대부분의 막걸리 맛을 비슷하게 만든다.
배상면주가는 아스파탐 대신 일반 막걸리의 3배가량 쌀의 함량을 높이고 누룩, 물로만 제조해 부드럽고 진한 맛의 ‘느린마을 막걸리’를 출시해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느린마을 막걸리는 2013년 대비 2014년(11월말 기준) 업소 채널에서 매출이 약 39% 가량 증가했고, 현장에서 직접 막걸리를 제조해 판매하는 직영채널인 ‘느린마을 양조장&펍’은 월 평균 10~20% 가량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
국순당 또한 아스파탐을 넣지 않고 발효과정에서 생성되는 단 맛과 쓴 맛을 그대로 담은 ‘국순당 옛날막걸리’를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막걸리 시장 내 무(無)아스파탐 막걸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은 작기 때문에 앞으로 충분한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2002년 하이트맥주가 출시한 ‘프라임’을 필두로 시작된 올몰트맥주는 지난 6월 롯데주류에서 출시한 클라우드 돌풍을 계기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주재료인 몰트에 전분, 쌀, 옥수수 등을 섞어 맛을 내는 일반 맥주와 달리 100% 몰트에 물과 홉만 넣어 제조하는 올몰트 맥주는 진하고 풍부한 맛과 거품으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클라우드’는 출시 6개월 만에 6000만병(330ml 기준)을 판매하는 등 전체 맥주시장에서 11%를 차지하는 수준이었으나, 올해 15%(약 2조원)까지 성장했다. 오비맥주도 기존 ‘오비골든라거’보다 3배 더 긴 숙성기간을 통해 더 진한 맛을 내는 '더프리미어 OB'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올몰트맥주 경쟁에 합류했다.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몰트와 그레인(옥수수, 호밀, 귀리 등) 위스키를 혼합해 만든 블렌디드 위스키가 95% 가량을 점유하고 있으나, 몰트만을 원료로 한 싱글몰트 위스키 역시 점차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블렌디드 위스키와 달리 생산지역, 브랜드가 갖고 있는 특징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맛과 향을 선택할 수 있다.
경기 침체로 위스키 판매량이 줄고 있는 가운데 올 상반기 전체 위스키 출고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5% 줄었지만, 싱글몰트 위스키는 7.3% 성장했다.
싱글몰트 위스키인 글렌피딕은 싱글몰트 전용바의 성장으로 지난해 대비 11.3% 판매량을 늘렸고, 지난달 싱글 몰트 위스키가 갖고 있는 위스키 증류소 체험 행사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배상면주가 관계자는 “술의 진한 풍미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주류업계 전반적으로 원재료 본연의 깊은 맛을 살리는 제조법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막걸리 시장에서도 획일화된 인공첨가물의 의존도를 낮추고 맛의 다양성으로 소비자의 입맛을 겨냥한 움직임이 활발해 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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