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탓에 울던 내비 “스마트폰 덕분에…”
동아일보
입력 2013-08-02 03:00 수정 2013-08-02 03:00
■ 내비게이션 1위 ‘팅크웨어’의 부활
2010년 5월 SK텔레콤이 ‘T맵’이라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응용프로그램)을 무료로 내놓았다. 고육지책이었다. 경쟁사인 KT가 반 년 전인 2009년 말부터 애플의 ‘아이폰’을 독점으로 팔면서 스마트폰 사용자를 싹쓸이했기 때문이었다. T맵은 원래 ‘네이트 드라이브’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되던 유료 내비게이션인데 통신망을 이용해 실시간 교통정보를 파악한 뒤 운전자에게 막히지 않는 길을 안내해 줬다. SK텔레콤은 가입자들에게 SK텔레콤에서 스마트폰을 사면 T맵을 무료로 서비스하면서 가입자를 끌어들인 셈이다.
이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통신사 간의 가입자 유치 경쟁 탓에 중소기업이 중심이 된 차량용 내비게이션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한 것이다. 꾸준히 성장하던 내비게이션 1위 업체 팅크웨어의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도 이 해부터였다. 소비자들은 내비게이션 대신 스마트폰을 유리창에 붙이고 다녔다. 2010년 2000억 원이 넘던 팅크웨어의 내비게이션 기기 매출은 2012년 1131억 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11.4%에서 2.8%로 떨어졌다.
○ 아이나비의 고군분투
한때 한국 내비게이션 기기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매월 도로 사정을 반영해 지도가 갱신되고 3차원(3D) 입체영상까지 활용해 도로를 안내해 줬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하는 회사들은 모두 중소기업들이었다. ‘아이나비’의 팅크웨어와 ‘맵피’를 만드는 엠엔소프트, ‘파인드라이브’로 유명한 파인디지털 등이 성공 사례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내비게이션 시장도 변했다. 실시간 교통정보를 갖고 있는 기업들이 무료 공세를 벌인 탓이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SK텔레콤 같은 통신사나 구글 같은 인터넷 업체가 대표적이다. 해외에선 구글이 무료 길안내를 제공하면서 가민이나 톰톰처럼 시가총액이 10조 원이 넘던 글로벌 내비게이션 업체도 주가가 폭락했다.
팅크웨어는 블랙박스에서 살 길을 찾았다. 운전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해 저장했다가 사고가 나면 이를 재생해 과실을 가리는 블랙박스는 어려운 제조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진입장벽은 낮았지만 사고 상황에 쓰이기 때문에 신뢰도가 중요했다. 아이나비라는 내비게이션 1위 브랜드가 도움이 됐다. 내비게이션 매출이 반 토막이 나는 동안 블랙박스 매출은 18배 늘었다.
○ 내비 소프트웨어로만 年 80억 벌어
문제는 내비게이션 기기와 블랙박스 모두 경쟁이 치열해 이익률이 높지 않다는 점이었다. 활로는 역설적으로 회사를 어렵게 만든 계기였던 스마트폰에서 찾게 됐다. 팅크웨어는 아이나비 내비게이션 앱을 2010년 9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첫 태블릿PC ‘갤럭시탭’에 기본으로 설치했고 이어 갤럭시S2와 갤럭시노트 등에도 아이나비를 공급했다. 1년은 무료로 쓰고 1년 뒤부터 유료로 전환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로 벌어들인 돈이 매년 80억 원이 넘는다.
권현웅 팅크웨어 홍보팀장은 “매출의 절대 금액은 크지 않지만 소프트웨어 판매는 원가가 거의 들지 않아 이익에 크게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1억 원에 불과했다. 권 팀장은 “블랙박스와 매립형 내비게이션 기기도 언젠가 포화상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최근에는 태블릿PC 제조에도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터키 정부에 6만 대의 태블릿PC를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2010년 5월 SK텔레콤이 ‘T맵’이라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응용프로그램)을 무료로 내놓았다. 고육지책이었다. 경쟁사인 KT가 반 년 전인 2009년 말부터 애플의 ‘아이폰’을 독점으로 팔면서 스마트폰 사용자를 싹쓸이했기 때문이었다. T맵은 원래 ‘네이트 드라이브’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되던 유료 내비게이션인데 통신망을 이용해 실시간 교통정보를 파악한 뒤 운전자에게 막히지 않는 길을 안내해 줬다. SK텔레콤은 가입자들에게 SK텔레콤에서 스마트폰을 사면 T맵을 무료로 서비스하면서 가입자를 끌어들인 셈이다.
이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통신사 간의 가입자 유치 경쟁 탓에 중소기업이 중심이 된 차량용 내비게이션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한 것이다. 꾸준히 성장하던 내비게이션 1위 업체 팅크웨어의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도 이 해부터였다. 소비자들은 내비게이션 대신 스마트폰을 유리창에 붙이고 다녔다. 2010년 2000억 원이 넘던 팅크웨어의 내비게이션 기기 매출은 2012년 1131억 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11.4%에서 2.8%로 떨어졌다.
○ 아이나비의 고군분투
한때 한국 내비게이션 기기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매월 도로 사정을 반영해 지도가 갱신되고 3차원(3D) 입체영상까지 활용해 도로를 안내해 줬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하는 회사들은 모두 중소기업들이었다. ‘아이나비’의 팅크웨어와 ‘맵피’를 만드는 엠엔소프트, ‘파인드라이브’로 유명한 파인디지털 등이 성공 사례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내비게이션 시장도 변했다. 실시간 교통정보를 갖고 있는 기업들이 무료 공세를 벌인 탓이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SK텔레콤 같은 통신사나 구글 같은 인터넷 업체가 대표적이다. 해외에선 구글이 무료 길안내를 제공하면서 가민이나 톰톰처럼 시가총액이 10조 원이 넘던 글로벌 내비게이션 업체도 주가가 폭락했다.
팅크웨어는 블랙박스에서 살 길을 찾았다. 운전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해 저장했다가 사고가 나면 이를 재생해 과실을 가리는 블랙박스는 어려운 제조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진입장벽은 낮았지만 사고 상황에 쓰이기 때문에 신뢰도가 중요했다. 아이나비라는 내비게이션 1위 브랜드가 도움이 됐다. 내비게이션 매출이 반 토막이 나는 동안 블랙박스 매출은 18배 늘었다.
○ 내비 소프트웨어로만 年 80억 벌어
문제는 내비게이션 기기와 블랙박스 모두 경쟁이 치열해 이익률이 높지 않다는 점이었다. 활로는 역설적으로 회사를 어렵게 만든 계기였던 스마트폰에서 찾게 됐다. 팅크웨어는 아이나비 내비게이션 앱을 2010년 9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첫 태블릿PC ‘갤럭시탭’에 기본으로 설치했고 이어 갤럭시S2와 갤럭시노트 등에도 아이나비를 공급했다. 1년은 무료로 쓰고 1년 뒤부터 유료로 전환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로 벌어들인 돈이 매년 80억 원이 넘는다.
권현웅 팅크웨어 홍보팀장은 “매출의 절대 금액은 크지 않지만 소프트웨어 판매는 원가가 거의 들지 않아 이익에 크게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1억 원에 불과했다. 권 팀장은 “블랙박스와 매립형 내비게이션 기기도 언젠가 포화상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최근에는 태블릿PC 제조에도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터키 정부에 6만 대의 태블릿PC를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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