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빅딜’의 무대,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

전승훈 기자

입력 2026-03-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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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HOTEL]

1880년대의 군사 건물 두 채(오른쪽 흰 건물)와 새로운 호텔, 빌라, 이벤트 공간 및 스파를 통합해 2009년에 개장한 카펠라 싱가포르.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 호텔은 2018년 6월12일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던 장소다. 성조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세워진 배경 앞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는 장면은 전세계에 생중계됐다. 

카펠라호텔 리셉션에서 객실로 가는 중간 통로에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악수를 나눴던 장소가 있다. 땅바닥에는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이 새겨진 황금색 둥근 원판이 붙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을 공격해 독재자를 체포하고, 폭사시키는 전쟁같은 작전을 펼치는 요즘. 카펠라 호텔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이 악수를 나눴던 현장에 서니 묘한 감정이 든다. 관광객들은 이 곳에서 악수를 하며 기념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서명식을 했던 중식당.(위 사진) 악수를 하고 서있던 바닥에는 황금색 원판이 기념으로 설치되어 있다.

이후 트럼프와 김정은은 호텔의 회담장 ‘카시아(Cassia)’로 이동해 회담을 열고 공동성명서에 서명했다. 당시 서명식을 했던 나무 테이블은 싱가포르 내셔널갤러리에 소장돼 있고, 카시아는 현재 호텔 중식당으로 쓰이고 있다. 카펠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대나무로 장식돼 있고, 샘물에서 물이 흘러내려 물소리가 난다. 시각과 청각으로 미각을 돋구는 장치다. 카펠라에서는 ‘중식 파인다이닝’ 코스가 유명하다. 

애초에 북미정상회담은 싱가포르 최대 규모의 호텔인 샹그릴라 호텔이 1순위로 거론됐다고 한다. 그러나 최종 결정은 카펠라 호텔로 내려졌다. 이는 보안상의 이유가 절대적이었다. 센토사섬은 싱가포르 본토와 단 하나의 다리로만 연결되어 있어 경호와 통제가 가능한 천혜의 요새다. 

센토사섬의 카펠라호텔은 원래 19세기 영국 포병부대 장교들을 위한 숙소였다. 싱가포르를 점령한 영국 해군은 러시아 함대, 프랑스의 위협에 대비해 센토사섬에 포대와 요새를 구축했다. 영국 빅토리아식 건축물은 당시 식민지 건축의 특징을 모두 담고 있다. 하얀 석회석 벽면, 긴 베란다, 열대 기후에 대응하기 위한 깊은 처마와 통풍이 잘되는 높은 천장들이다. 그러나 1942년 싱가포르가 일본에 점령됐을 때 일본군 포로수용소가 됐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싱가포르 정부는 센토사를 관광과 레저의 섬으로개발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리조트월드와 고급 숙박시설이 들어섰다. 카펠라호텔은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현대화에 착수했다. 그는 카펠라호텔의 19세기의 빅토리아식 건물들을 복원하고 우아한 곡선으로 된 적갈색 건물을 추가했다. 역사적인 유산을 잘 복원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싱가포르식 건축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카펠라호은 5000여 그루 이상의 나무가 심어진 정원 속에 계단식 수영장이 숨어 있다. 아침마다 정글에서 들려오는 새소리가 청아하다. 밤에는 도시의 불빛에 방해받지 않고 달빛과 별빛을 감상할 수 있는 고요함이 매력적이다. 900여개의 예술작품으로 갤러리처럼 꾸며진 복도는 럭셔리 호텔의 품격을 느끼게 한다. 

객실에서는 바다뷰가 펼쳐진다. 싱가포르 항구는 말라카해협을 통해 원유와 화물이 지나가는 세계 물동량이 허브역할을 하는 곳. 푸른 바다 위로 닻을 내리고 묘박하고 있는 화물선과 유조선이 둥둥 떠 있는 모습이 이국적이다. 

정글숲과 에머랄드빛 수영장 앞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피아마(Fiamma)가 있다. 조식 뷔페에는 코코넛 국물과 향신료의 아로마가 어우러진 싱가포르 전통요리 ‘락사(Laksa)’가 곁들여진다. 열대의 아침을 맞이하기에는 이것보다 더 좋은 선택이 없다. 호텔 수영장 앞에는 화려한 깃털을 가진 공작이 유유히 걸어다닌다. 

계단식 수영장을 내려가면 팔라완 해변에 도착한다. 센토사섬에는 팔라완 외에도 탄종비치, 실로소비치 등 3곳의 해수욕장이 있다. 나무그늘이 있는 해변 길을 따라 조깅을 할 수 있는 코스가 있다. 평화와 고요의 섬 센토사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산책 코스다. 


센토사=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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