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거장 명작 52점 한눈에… “국내서 평생 다시 못 볼 전시”
이지윤 기자
입력 2026-03-23 04:30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전시… 美 톨레도 미술관 명작들 소개
바로크 기풍 ‘깃털 모자를 쓴 청년’
낭만주의 깃든 ‘수레와 아이들’
시대 대변할 최고의 대작들 선별
영국 풍경화의 거장으로 꼽히는 존 컨스터블의 말년작 ‘어런들 방앗간과 성’(1837년). 21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ALT.1 미술관에서 개막해 7월 4일까지 열리는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톨레도 미술관 명작전’에서 볼 수 있다. 톨레도 미술관 제공
“우리 미술관의 주요 소장품이 이렇게 많이 국외에서 전시된 적은 지금껏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없을 것입니다.”
미국 오하이오주 털리도(톨레도) 미술관의 앤드리아 가드너 부관장은 21일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ALT.1 미술관에서 개막한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톨레도 미술관 명작전’을 두고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125년 역사를 가진 톨레도 미술관은 탄탄한 유럽 고전 컬렉션으로 정평이 난 세계적 미술관이다. 이번 전시는 소장품 3만 점 가운데 대표작 52점을 엄선해 선보인다. 20일 만난 가드너 부관장과 로버트 신들러 큐레이터는 “톨레도 미술관이 대규모 공사로 인해 문을 닫는 시기와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했다”며 “미국이 아닌 곳에서 이런 전시를 보기란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전시에선 16∼19세기 유럽 회화사의 변곡점으로 꼽히는 거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바로크 미술 거장 렘브란트 판레인의 ‘깃털 모자를 쓴 청년’(1631년)과 낭만주의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수레와 아이들’(1778년) 등 기념비적 작품이 줄줄이 출품됐다. 신들러 큐레이터는 “시기별로 ‘최고’만 나왔다”며 “그림 속에 눈을 뗄 수 없는 인물과 이야기가 담겨 있고, 관람객이 자기 삶과 연계해서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을 골랐다”고 선정 기준을 설명했다.
특히 눈여겨볼 만한 작품으로 신고전주의 화가 자크루이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1786년)를 꼽았다. 신들러 큐레이터는 “조국을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맞서 싸워야 하는 호라티우스 형제와 비극적 결말을 예상하며 슬퍼하는 누이, 약혼자가 그려져 있다”며 “고대 로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지만, 공적 책무와 개인적 감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마음은 현대인의 일상적 갈등과도 맞닿아 있다”고 했다.
톨레도 미술관의 앤드리아 가드너 부관장(왼쪽)과 로버트 신들러 큐레이터가 장오노레 프라고나르의 작품 ‘까막잡기 놀이’ 앞에 섰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이번 전시엔 장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까막잡기 놀이’(1750∼1752년)나 존 컨스터블의 ‘어런들 방앗간과 성’(1837년) 같은 대작들이 가득하다. 그 밖에도 첫눈에 반할 그림들이 사이사이 끼여 있다. 18세기 프랑스 회화에 이정표를 세운 장 시메옹 샤르댕의 ‘세탁하는 여인’(1733∼1739년)도 숨은 명작 중 하나. 가로 31.8cm, 세로 40cm의 아담한 화폭에 소박한 집과 나무통, 빨래하는 여인이 그려져 있다. 가드너 부관장은 “시간을 갖고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그 디테일의 아름다움에 놀랄 것”이라며 “귀퉁이에 웅크리고 앉은 고양이의 섬세한 털빛과 표정을 꼭 한번 봐 달라”고 했다.
르네상스 후기 매너리즘의 우아함을 보여주는 프란체스코 살비아티의 ‘성가족과 세례 요한’(1540년)과 영적 순간을 극적으로 표현한 엘 그레코의 걸작 ‘겟세마네의 기도’(1608년)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서구 미술의 대전환기를 이끈 17세기 네덜란드와 플랑드르(플랜더스) 지역의 예술적 정수를 만날 수 있다는 의미가 크다. 두 지역은 서구 미술이 르네상스의 고전적 규칙에서 벗어나 시각적 화려함과 정서적 압도감을 강조한 바로크 미술로 변모하는 길을 텄다. 신들러 큐레이터는 “네덜란드 황금시대와 18세기 프랑스의 회화 컬렉션은 우리 미술관의 강점”이라고 부연했다. 가드너 부관장은 “현대적인 문화로 유명한 한국이 고전 명작(old masterpieces)과 호흡하면서 나눌 대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7월 4일까지.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바로크 기풍 ‘깃털 모자를 쓴 청년’
낭만주의 깃든 ‘수레와 아이들’
시대 대변할 최고의 대작들 선별
영국 풍경화의 거장으로 꼽히는 존 컨스터블의 말년작 ‘어런들 방앗간과 성’(1837년). 21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ALT.1 미술관에서 개막해 7월 4일까지 열리는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톨레도 미술관 명작전’에서 볼 수 있다. 톨레도 미술관 제공“우리 미술관의 주요 소장품이 이렇게 많이 국외에서 전시된 적은 지금껏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없을 것입니다.”
미국 오하이오주 털리도(톨레도) 미술관의 앤드리아 가드너 부관장은 21일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ALT.1 미술관에서 개막한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톨레도 미술관 명작전’을 두고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125년 역사를 가진 톨레도 미술관은 탄탄한 유럽 고전 컬렉션으로 정평이 난 세계적 미술관이다. 이번 전시는 소장품 3만 점 가운데 대표작 52점을 엄선해 선보인다. 20일 만난 가드너 부관장과 로버트 신들러 큐레이터는 “톨레도 미술관이 대규모 공사로 인해 문을 닫는 시기와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했다”며 “미국이 아닌 곳에서 이런 전시를 보기란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전시에선 16∼19세기 유럽 회화사의 변곡점으로 꼽히는 거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바로크 미술 거장 렘브란트 판레인의 ‘깃털 모자를 쓴 청년’(1631년)과 낭만주의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수레와 아이들’(1778년) 등 기념비적 작품이 줄줄이 출품됐다. 신들러 큐레이터는 “시기별로 ‘최고’만 나왔다”며 “그림 속에 눈을 뗄 수 없는 인물과 이야기가 담겨 있고, 관람객이 자기 삶과 연계해서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을 골랐다”고 선정 기준을 설명했다.
특히 눈여겨볼 만한 작품으로 신고전주의 화가 자크루이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1786년)를 꼽았다. 신들러 큐레이터는 “조국을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맞서 싸워야 하는 호라티우스 형제와 비극적 결말을 예상하며 슬퍼하는 누이, 약혼자가 그려져 있다”며 “고대 로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지만, 공적 책무와 개인적 감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마음은 현대인의 일상적 갈등과도 맞닿아 있다”고 했다.
톨레도 미술관의 앤드리아 가드너 부관장(왼쪽)과 로버트 신들러 큐레이터가 장오노레 프라고나르의 작품 ‘까막잡기 놀이’ 앞에 섰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르네상스 후기 매너리즘의 우아함을 보여주는 프란체스코 살비아티의 ‘성가족과 세례 요한’(1540년)과 영적 순간을 극적으로 표현한 엘 그레코의 걸작 ‘겟세마네의 기도’(1608년)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서구 미술의 대전환기를 이끈 17세기 네덜란드와 플랑드르(플랜더스) 지역의 예술적 정수를 만날 수 있다는 의미가 크다. 두 지역은 서구 미술이 르네상스의 고전적 규칙에서 벗어나 시각적 화려함과 정서적 압도감을 강조한 바로크 미술로 변모하는 길을 텄다. 신들러 큐레이터는 “네덜란드 황금시대와 18세기 프랑스의 회화 컬렉션은 우리 미술관의 강점”이라고 부연했다. 가드너 부관장은 “현대적인 문화로 유명한 한국이 고전 명작(old masterpieces)과 호흡하면서 나눌 대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7월 4일까지.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