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리’ 예·적금 사라지자…개인 투자자 美주식에 쏠렸다
강우석 기자
입력 2024-11-20 18:39 수정 2024-11-20 18:41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4.11.15 뉴스1
직장인 윤모 씨(35)는 지난해 가입한 저축은행 예금 만기에 맞춰 신규 투자처를 찾아보다 결국 미국 주식 투자를 선택했다. 1년 전만 해도 저축은행 예금 금리가 연 4.5%였지만 지금은 이자율이 가장 높은 상품 금리가 3.6%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윤 씨는 “보통 저축은행이 시중은행보다 금리를 더 얹어주는 편인데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수가 계속해서 우상향한 미국 S&P500지수에 여윳돈의 절반가량을 투자했다”고 했다.
지난달까지 4% 수준의 예금을 내놨던 저축은행들이 금리를 연일 낮추고 있다. 시중은행 수신 금리와 큰 차이가 없다 보니 투자처를 고민하다 여윳돈을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20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79곳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이날 기준 3.52%로 지난달 말(3.61%)보다 0.09%포인트 하락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년짜리 예금 금리(연 3.15~3.55%)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 9~10월 사이에는 4% 이상의 예·적금을 판매한 저축은행만 20곳이 넘었는데, 한 달여 사이에 고금리 상품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는 “최근 두 달간 특판상품을 판매해 이듬해 운영 자금을 거의 확보해서 더 이상 높은 금리를 제시할 이유가 없다”며 “아직 연체율 부담이 커 수신액을 무작정 늘리는 식의 영업을 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102조5684억 원으로 7월(99조9128억 원), 8월(100조9568억 원)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늘었다.
개인들은 저축은행과 시중은행에서 고금리 상품을 찾기 힘들어지자 예금을 해지하고 있다. 19일 기준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586조3058억 원으로 지난달 말(597조7543억 원)보다 약 1.9% 줄었다. 요구불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계좌에 예치된 금액을 뜻하는데, 통상 은행 금융상품에 투자되기 전 대기성 자금으로 여겨진다.
이들에게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는 것은 미국 주식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8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1011억9137만 달러(약 141조 원)로 집계됐다. 미국 대선 직후인 이달 7일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겼다.
개인들이 이달 들어 18일까지 미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SOXL’로 순매수 규모가 4억4271만 달러에 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개인투자자들이) 금리 인하 이후 수익률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투자처로 관심을 돌리는 분위기”라며 “다만 중장기 수익률보다는 단기간에 일확천금을 벌고 싶어 하는 ‘한탕주의’가 심해지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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