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아닌데 집 보러와”…‘임장 크루’에 공인중개사·집주인 ‘한숨’

뉴시스(신문)

입력 2024-11-20 11:59 수정 2024-11-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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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협회, 임장 업체에 ‘방문 자제’ 공문
2030세대 중심 ‘임장 요령 공유’ 교육상품 인기
손님인 척 중개업소 찾고 집 둘러봐 민폐 논란
집주인 “주말 시간 버려” 중개업소 “업무 방해”


ⓒ뉴시스

2030세대의 부동산 투자 관심이 증가하면서 ‘임장족’(임장 크루)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임장(臨場)은 현장을 방문해 부동산 물건과 주변 정보를 조사하는 활동으로, 집을 구매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일부 임장 크루가 실수요자인 척하며 집을 둘러보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집주인과 중개사들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 13일 임장 클래스 운영업체 11곳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협회는 “임장 크루의 활동이 공인중개사의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고, 업무 방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임대인과 임차인에게도 불필요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며 중개사 사무소 방문 시 주의를 당부했다.

최근 전문 임장업체가 증가하면서, 대형 포털 스토어에는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단지를 단체로 임장하는 상품들이 여러 개 등록되어 있다. 이러한 상품은 대개 부동산 중개소 방문 시 요령을 가르치는 기초 교육과 임장 대상 지역 분석, 조별 현장 답사 및 결과물 토의로 구성된다.

상품 후기를 보면, 다 함께 임장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유용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는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은 2030세대의 진입장벽을 낮추어 내 집 마련을 돕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부 임장 클래스는 ‘집 안으로 들어가는 임장이 아니다’라는 공지를 내걸기도 했지만, 몇몇 임장 크루는 신혼부부를 가장해 중개업소를 찾아 매물 정보를 얻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30대 A씨는 최근 집을 내놓은 뒤 임장 크루로 보이는 방문객이 집을 둘러봤다고 한다.

A씨는 “화장실 수압을 체크하고 사진까지 찍어 갔는데, 중개업소에서는 임장족인 것 같다고 하더라”며 “주말 약속까지 비워두며 기다렸는데 시간만 낭비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공인중개사들도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가짜 손님이 늘면서 진짜 실수요자를 놓칠 가능성이 커지고, 집주인들이 매물을 공개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하루에도 3~4팀에서 많게는 10팀 이상의 임장 크루가 방문해 이를 걸러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을 보러 온 고객들에게 일일이 계약금 통장 사본을 요구할 수도 없고, 임장 크루로 보이는 손님을 짐작으로 돌려보내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거의 업무방해 수준”이라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임장 크루의 자정 노력과 책임감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부동산 거래 특성상 매물을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적이지만, 이를 악용해 사회적 신뢰를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장 크루로 인해 1차 피해는 중개사가 본다면 물건을 안 보여줄 수 없는 임대인, 직접 시간을 맞춰야 하는 임차인은 2차, 3차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제도적으로 막기 어렵기 때문에, 임장 크루 스스로가 자제해야 한다”고 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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