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고급·친환경·SUV 역량 강화하라”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16-09-05 15:02 수정 2016-09-0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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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미국시장에서 고급차, 친환경차, SUV 시장 역량 강화를 주문하며 제네시스 브랜드를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을 내비쳤다.

5일 현대자동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미국 자동차 시장 현황과 판매 전략을 점검하기 \위해 출국했다고 밝혔다.

정몽구 회장은 LA에 위치한 미국판매법인 업무보고 석상에서 현지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며 선전하고 있는 임직원들을 치하하고 격려할 계획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2012년 1449만대가 팔리며 전년 대비 13.4%라는 높은 성장률을 보인 이래 매년 성장률이 하락하면서 2015년에는 5.7%까지 감소했다. 올해는 경제 성장률 둔화와 기준 금리 인상 불확실성 증가로 소비심리 둔화가 심화되면서 지난 8월까지 1167만대가 팔려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하는 데 그치고 있다.

올 8월까지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96만4000대를 판매, 2.5% 성장하며 전체 시장 성장률 0.5% 보다 2.0% 포인트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포인트 상승한 8.3%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미국 시장은 대선 이슈, 금융 불안 등 녹록하지 않은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자동차 업체 간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인 미국 시장은 단일국가로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주요 시장이다. 특히 상반기 고성장을 보이던 유럽 자동차 시장이 하반기부터 정체로 전환되고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 시장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이 지속성장의 열쇠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글로벌 업체들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에서의 성과는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 산업의 미래 변화다”라면서 “미래는 이미 시작됐다. 혁신, 고객, 품질로 시장을 앞서가야 한다”고 밝힐 예정이다.

정몽구 회장이 세계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이며, 미래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서 현대·기아차의 미래 경쟁력을 강조하고 3대 핵심 키워드를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몽구 회장은 이어 미국 시장에서 성장세 확대 유지를 위해 고급차, 친환경차, SUV 시장에서의 역량 강화를 주문할 계획이다.

미국 고급차 시장에 선보이는 제네시스 G80와 G90(국내명 EQ900)의 성공적 안착은 물론, 친환경차 및 SUV 수요 변화에 능동적 대응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복안이다.

우선 정몽구 회장은 제네시스 브랜드 성공을 통해 미국 고급차 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제네시스를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육성해야 한다”며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은 우리가 새롭게 도전할 또 하나의 과제”라고 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친환경차 기술력을 더욱 강화해 미래 친환경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지시할 전망이다.

이어 “최근 미국 시장은 SUV의 수요 확대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시스는 지난 2010년 미국서 1만6448대가 판매돼 중형 럭셔리 시장에서 6.0%를 차지하는데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2만4917대가 판매되면서 출시 후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10%를 넘겼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 1만8578대가 판매돼 역대 최대 점유율인 13.8%를 달성했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 8월 제네시스 브랜드로 새로 태어난 G80와 9월부터 제네시스 브랜드 최상위 모델인 G90가 판매 라인업에 가세하면서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본격적인 도전에 나선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지난달 G80의 가격을 공개하면서 시작 가격을 기존 모델보다 2650달러 높은 4만1400달러로 책정하는 등 고급차 브랜드로 진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제네시스와 같은 중형 럭셔리의 시작가 기준은 4만달러로 알려져 있다. 제네시스가 미국시장에 진출한 이래 시작 가격이 4만 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현대기아차는 친환경차 부문에서도 적극적인 신차 출시로 두각을 나타낸다는 전략이다. 저유가 영향으로 미국 친환경차 시장이 일시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 수년 내 친환경차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특히 미국 자동차 시장은 글로벌 업체 간 친환경차 기술 경쟁의 장이라는 점 때문에 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 중 미국시장에 친환경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는 한편 기아차는 K5(현지명 옵티마)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미국 시장 수요가 SUV로 이동하는 변화 추세에도 현대기아차는 판촉을 강화하고 공급 물량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한다. 최근 미국 자동차 시장은 저유가 영향으로 SUV와 픽업트럭, 미니밴 등 다목적 차량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반면 일반 승용차는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 8월까지 미국 승용 자동차 시장은 463만대로 전년 대비 8.5% 감소했지만, SUV 등 다목적 차량은 총 705만대로 7.6% 증가했다.

현대기아차는 투싼, 싼타페, 스포티지, 쏘렌토 등 경쟁력 있는 SUV 차종들의 판매 확대를 통해 시장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올 8월까지 투싼과 스포티지가 전년 대비 각각 75%와 64% 증가한 5만8000대, 5만7000대 판매되는 등 현대·기아차의 전체 SU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9% 증가한 28만대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미국 내 SUV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6월 기존 기아차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되던 싼타페를 앨라배마 공장으로 이관 생산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한편 정몽구 회장은 미국 시장 점검을 마친 뒤 멕시코 누에보 네온 주(州)로 이동해 7일(현지시각) 예정된 기아차 멕시코 공장 준공식 행사를 주관할 예정이다.

기아차 멕시코 공장은 2014년 10월 착공에 들어가 1년 7개월여 만인 올해 5월 양산을 시작했다. 멕시코 공장은 관세율이 높은 남미지역 공략에 유리할 뿐 아니라 북미자유무역협정에 가입돼 있어 북미시장 진출에도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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