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어둡고 긴 잠에서 깨어나고 있어…
동아경제
입력 2013-11-19 12:00 수정 2013-11-19 16:41
혼다자동차가 어둡고도 긴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혼다는 지난 2008년 불어 닥친 금융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세게 최대 자동차경주대회인 F1(포뮬러원)에서 철수해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F1 철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기술의 혼다를 만들겠다’는 기업이념을 가진 혼다로서는 자존심이 크게 상하는 일이었다. 당시 언론들은 “혼다가 꿈을 잃었다”고 까지 표현했다. 혼다를 상징하는 ‘The Power of Dreams’이라는 문구에서 가리키는 ‘꿈’ 중 하나를 F1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5년이 지난 2013년 여름 혼다는 다시 한 번 F1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잃었던 꿈을 되찾겠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의 혼다 분위기를 반영하는 말이기도 하다.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은 “혼다가 과거 몇 년간 스스로 움츠러들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최근에는 다시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전했다.
#F1 엔진을 만드는 ‘토치기 연구소’
‘혼다의 혼(魂)’에 다시 불을 지피는 중심에는 ‘토치기(Tochigi) 연구소’가 있다. 지난 17일 일본 도쿄에서 동북쪽 방향으로 2시간 남짓 차를 달려 토치기현 하가군(郡)에 위치한 토치기 연구소를 찾았다. 연구소에 들어서자 48만 평방미터의 R&D센터와 145만 평방미터의 성능시험장이 방문자를 압도했다.
1986년 설립된 토치기 R&D 센터는 시험주행 결과를 신속하게 연구 개발에 적용하기 위해 토치기 성능시험장 바로 옆에 위치했다. 이곳에서는 첨단 시설을 갖추고 신형엔진과 연료전지차, 지능형 운전시스템 등 혼다의 혁신적인 신기술 개발을 개발하고 있다. F1 차량의 엔진도 이곳에서 만들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D)의 인증을 받은 세계 최초의 연료전지차 FCX를 개발하고 상용화한 곳도 바로 이곳이다.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FCX는 가속성, 에너지소비효율, 공간효율, 안전성 등 4가지를 만족시키는 획기적인 자동차다. 1999년 FCX-V1과 FCX-V2 프로토타입을 처음 소개한 이래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10년만인 2008년 'FCX 클라리티(Clarity)' 탄생시켜 일본과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최근에도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차량을 발전시키고 있다.
#연비 36.4km/ℓ의 고성능 파워트레인 개발
미국 시장 최초의 하이브리드 차량 ‘인사이트 하이브리드’도 이곳에서 개발했다. 차체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무게를 40%가량 줄이고 공기역학 디자인을 적용해 효율을 높였다. 이후 4밸브 i-VTEC엔진을 적용한 ‘CR-Z 하이브리드’를 만들고, 올해 9월에는 스포츠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처음 갖춘 ‘피트 하이브리드’를 개발해 출시하기도 했다. 이 차는 듀얼클러치인 i-DCD시스템을 탑재해 36.4km/ℓ(일본기준)의 높은 연비를 실현했다. 일본에서 도요타자동차의 프리우스와 경쟁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토치기 R&D 센터가 주력하는 또 다른 핵심 분야는 바로 안전이다. 1998년 혼다는 보행자가 차량과 충돌할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보행자 더미(Dummy 마네킹)를 처음 만들었다. 더미를 이용해 충돌 시 보행자의 머리와 다리 부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차체를 설계하고, 차량 간 충돌 시 충격을 흡수하고 부하를 줄이는 설계도 고안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차체는 현재 24개 모델 270만 대에 적용하고 있다.
#6기통으로 8기통이상 성능을 보여주는 ‘RLX’
R&D 센터를 빠져나와 토치기 성능시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979년 설립된 성능시험장은 모터사이클을 비롯해 혼다가 만드는 자동차와 범용제품 등 모든 움직이는 것을 동시에 성능을 시험할 수 있다. 엔진 내구성을 시험할 수 있는 원형코스를 비롯해 직선코스, 통합코스, 스페셜코스, 비포장 노면코스, 커브코스, 모터크로스경주코스 등을 갖추고 있다.
시험장에 들어서자 올해 말 미국에서 출시되는 아큐라 레전드의 2014년형 신 모델 SH-AWD RLX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새로운 스포츠 하이브리드 SH(Super Handling 슈퍼 핸들링)에 상시 사륜구동 기술을 적용한 혼다의 최고급 세단으로, 혼다는 이차를 통해 V6 엔진으로 L4엔진 이상의 연비와 V8엔진 이상의 주행성능을 실현했다고 자신했다.
그렇다면 과연 설명대로 6기통으로 8기통 이상의 달리기 성능을 보여줄 것인지, 운전대를 잡고 커브코스 시험장에 들어섰다. 약 1.5km 남짓 짧은 서킷이 모두 커브로 이뤄져 핸들링과 급한 가감속, 미끄러짐, 차체의 버티는 힘 등을 종합적으로 시험하기에 최적의 코스였다. 처음 한 바퀴는 코스를 익히기 위해 천천히 달렸다. 두 번째 바퀴에 들어서자 동승했던 일본인 연구원이 “네가 달릴 수 있는 최고의 속도를 내보라”고 주문했다.
#150도 커브에도 스스로 자세 잡아
스티어링 휠을 바짝 잡고 약 60도로 굽은 첫 번째 커브를 70km/h로 통과하고서 점점 속도를 높여갔다. 속도계 바늘이 오른쪽으로 기우는 것과 비례해 커브의 각도도 점점 깊어져갔다. 언뜻 보아도 120도가 넘는 커브를 감속 없이 90km/h이상으로 통과하자 타이어 마찰음이 귀전을 때렸다. 바로 이어진 150도가 넘는 짧은 커브에 들어서며 속도를 더욱 높이자, 타이어가 찢어질 것 같은 소리를 내며 갑자기 차가 밖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순간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차의 바퀴에서 ‘턱~턱~턱~’ 소리가나며, 차가 스스로를 제어해 자세를 바로 잡아갔다. 이후에도 커브에서 차가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미끄러지면 같은 방식으로 차체가 스스로를 제어했다. 바로 SH-AWD 기술력이다. 이런 정도의 커브를 고속으로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는 세단형 승용차는 지구상에 흔치 않다. 이 기술은 전문 드라이버가 아니라도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 없이 커브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RLX는 1개의 엔진과 3개의 모터를 독립적으로 탑재해 출력과 에너지효율을 높인 점이 특징이다. 2개의 리어모터는 최고출력 20kw의 독립모터로 코너주행 시 내륜, 외륜, 토크를 적절하게 제어해 커브와 눈길, 빗길 주행 시 미끄러지지 않도록 도와준다. 이는 7단 듀얼클러치와 맞물려 370마력의 고성능을 발휘한다.
미국에서 판매 가격은 4만8000달러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시장을 놓고 렉서스 ES,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등과 경쟁하는 모델로 아직까지 국내 도입이 결정되지는 않았다.
#연간 3000만대의 탈 것 만들겠다는 혼다
정우영 사장은 “SH-AWD RLX는 세계 최고 수준의 주행성능을 가졌으면서도 실내가 넓어 한국시장에 적합한 모델”이라면서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하나도 없지만 빠른 시일 내 국내에 들여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연구소에서 시험 중인 여러 가지 차들을 서킷에서 번갈아 시승하면서 혼다가 다시 한 번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혼다는 지난해 자동차 400만대를 비롯해 모터사이클 1700만대, 범용기기 500만대 등 모두 2600만대를 생산했다. 2015년엔 연간 3000만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혼다의 질주는 토치기 연구소에서 이미 시작됐다.
토치기(일본)=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혼다는 지난 2008년 불어 닥친 금융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세게 최대 자동차경주대회인 F1(포뮬러원)에서 철수해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F1 철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기술의 혼다를 만들겠다’는 기업이념을 가진 혼다로서는 자존심이 크게 상하는 일이었다. 당시 언론들은 “혼다가 꿈을 잃었다”고 까지 표현했다. 혼다를 상징하는 ‘The Power of Dreams’이라는 문구에서 가리키는 ‘꿈’ 중 하나를 F1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5년이 지난 2013년 여름 혼다는 다시 한 번 F1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잃었던 꿈을 되찾겠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의 혼다 분위기를 반영하는 말이기도 하다.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은 “혼다가 과거 몇 년간 스스로 움츠러들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최근에는 다시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전했다.
#F1 엔진을 만드는 ‘토치기 연구소’
‘혼다의 혼(魂)’에 다시 불을 지피는 중심에는 ‘토치기(Tochigi) 연구소’가 있다. 지난 17일 일본 도쿄에서 동북쪽 방향으로 2시간 남짓 차를 달려 토치기현 하가군(郡)에 위치한 토치기 연구소를 찾았다. 연구소에 들어서자 48만 평방미터의 R&D센터와 145만 평방미터의 성능시험장이 방문자를 압도했다.
1986년 설립된 토치기 R&D 센터는 시험주행 결과를 신속하게 연구 개발에 적용하기 위해 토치기 성능시험장 바로 옆에 위치했다. 이곳에서는 첨단 시설을 갖추고 신형엔진과 연료전지차, 지능형 운전시스템 등 혼다의 혁신적인 신기술 개발을 개발하고 있다. F1 차량의 엔진도 이곳에서 만들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D)의 인증을 받은 세계 최초의 연료전지차 FCX를 개발하고 상용화한 곳도 바로 이곳이다.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FCX는 가속성, 에너지소비효율, 공간효율, 안전성 등 4가지를 만족시키는 획기적인 자동차다. 1999년 FCX-V1과 FCX-V2 프로토타입을 처음 소개한 이래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10년만인 2008년 'FCX 클라리티(Clarity)' 탄생시켜 일본과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최근에도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차량을 발전시키고 있다.
#연비 36.4km/ℓ의 고성능 파워트레인 개발
미국 시장 최초의 하이브리드 차량 ‘인사이트 하이브리드’도 이곳에서 개발했다. 차체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무게를 40%가량 줄이고 공기역학 디자인을 적용해 효율을 높였다. 이후 4밸브 i-VTEC엔진을 적용한 ‘CR-Z 하이브리드’를 만들고, 올해 9월에는 스포츠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처음 갖춘 ‘피트 하이브리드’를 개발해 출시하기도 했다. 이 차는 듀얼클러치인 i-DCD시스템을 탑재해 36.4km/ℓ(일본기준)의 높은 연비를 실현했다. 일본에서 도요타자동차의 프리우스와 경쟁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토치기 R&D 센터가 주력하는 또 다른 핵심 분야는 바로 안전이다. 1998년 혼다는 보행자가 차량과 충돌할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보행자 더미(Dummy 마네킹)를 처음 만들었다. 더미를 이용해 충돌 시 보행자의 머리와 다리 부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차체를 설계하고, 차량 간 충돌 시 충격을 흡수하고 부하를 줄이는 설계도 고안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차체는 현재 24개 모델 270만 대에 적용하고 있다.
#6기통으로 8기통이상 성능을 보여주는 ‘RLX’
시험장에 들어서자 올해 말 미국에서 출시되는 아큐라 레전드의 2014년형 신 모델 SH-AWD RLX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새로운 스포츠 하이브리드 SH(Super Handling 슈퍼 핸들링)에 상시 사륜구동 기술을 적용한 혼다의 최고급 세단으로, 혼다는 이차를 통해 V6 엔진으로 L4엔진 이상의 연비와 V8엔진 이상의 주행성능을 실현했다고 자신했다.
그렇다면 과연 설명대로 6기통으로 8기통 이상의 달리기 성능을 보여줄 것인지, 운전대를 잡고 커브코스 시험장에 들어섰다. 약 1.5km 남짓 짧은 서킷이 모두 커브로 이뤄져 핸들링과 급한 가감속, 미끄러짐, 차체의 버티는 힘 등을 종합적으로 시험하기에 최적의 코스였다. 처음 한 바퀴는 코스를 익히기 위해 천천히 달렸다. 두 번째 바퀴에 들어서자 동승했던 일본인 연구원이 “네가 달릴 수 있는 최고의 속도를 내보라”고 주문했다.
#150도 커브에도 스스로 자세 잡아
스티어링 휠을 바짝 잡고 약 60도로 굽은 첫 번째 커브를 70km/h로 통과하고서 점점 속도를 높여갔다. 속도계 바늘이 오른쪽으로 기우는 것과 비례해 커브의 각도도 점점 깊어져갔다. 언뜻 보아도 120도가 넘는 커브를 감속 없이 90km/h이상으로 통과하자 타이어 마찰음이 귀전을 때렸다. 바로 이어진 150도가 넘는 짧은 커브에 들어서며 속도를 더욱 높이자, 타이어가 찢어질 것 같은 소리를 내며 갑자기 차가 밖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순간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차의 바퀴에서 ‘턱~턱~턱~’ 소리가나며, 차가 스스로를 제어해 자세를 바로 잡아갔다. 이후에도 커브에서 차가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미끄러지면 같은 방식으로 차체가 스스로를 제어했다. 바로 SH-AWD 기술력이다. 이런 정도의 커브를 고속으로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는 세단형 승용차는 지구상에 흔치 않다. 이 기술은 전문 드라이버가 아니라도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 없이 커브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RLX는 1개의 엔진과 3개의 모터를 독립적으로 탑재해 출력과 에너지효율을 높인 점이 특징이다. 2개의 리어모터는 최고출력 20kw의 독립모터로 코너주행 시 내륜, 외륜, 토크를 적절하게 제어해 커브와 눈길, 빗길 주행 시 미끄러지지 않도록 도와준다. 이는 7단 듀얼클러치와 맞물려 370마력의 고성능을 발휘한다.
미국에서 판매 가격은 4만8000달러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시장을 놓고 렉서스 ES,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등과 경쟁하는 모델로 아직까지 국내 도입이 결정되지는 않았다.
#연간 3000만대의 탈 것 만들겠다는 혼다
정우영 사장은 “SH-AWD RLX는 세계 최고 수준의 주행성능을 가졌으면서도 실내가 넓어 한국시장에 적합한 모델”이라면서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하나도 없지만 빠른 시일 내 국내에 들여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연구소에서 시험 중인 여러 가지 차들을 서킷에서 번갈아 시승하면서 혼다가 다시 한 번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혼다는 지난해 자동차 400만대를 비롯해 모터사이클 1700만대, 범용기기 500만대 등 모두 2600만대를 생산했다. 2015년엔 연간 3000만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혼다의 질주는 토치기 연구소에서 이미 시작됐다.
토치기(일본)=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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