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탈출… 아시아나機 최악은 피했다

동아일보

입력 2013-07-08 03:00 수정 2013-07-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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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기 美서 착륙사고]샌프란시스코 착륙하다 꼬리 충돌
중국인 2명 숨지고 182명 부상
승객-승무원 침착… 화재 늦게 발생, 신속한 구조로 대량 인명피해 모면


“기적적 탈출(miracle escape).” “정말 믿을 수 없다(incredible).”

6일 오전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사고에 대한 미국 현지 언론과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승객 등 307명을 태운 아시아나항공 214편 보잉 777 여객기가 바퀴가 떨어져 나간 채 동체가 활주로에 강하게 부딪치고 이어 화염에 싸여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으나 이번엔 달랐다. 무엇보다 승객과 승무원들의 침착한 대응이 빛났다. 미 NBC방송은 탑승객들의 말을 인용해 “사고 직후 기내는 긴장이 감돌았지만 공황(panic) 상태는 아니었다”며 “파편과 짐 가방 등이 어지럽게 흩어진 상태에서도 승객들은 서로 밀고 당겨주며 탈출을 도왔다”고 전했다.

비행기가 화염에 휩싸인 것이 활주로에 충돌한 뒤 10여 분이 지난 후로, 승객이 대부분 비행기를 탈출한 뒤에 발생한 것도 사상자를 줄였다. 승객 벤저민 레비 씨(39)는 “조종사가 여객기가 추락하기 직전 비행기를 다시 위로 올리려고 시도하는 것을 감지했다”며 “이 행동으로 여러 사람의 목숨을 구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고기가 화물기가 사용하는 활주로를 이용해 이륙 대기 중이던 다른 항공기들과 충돌하지 않은 것도 추가 피해를 막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여객기 좌석이 방염 재료로 제작되고 기체에 단단하게 조립돼 충돌 사고 후 탑승객들이 신속하게 대피할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 줬다고 전했다.

인천을 출발해 6일 오전 11시 27분(한국 시간 7일 오전 3시 27분)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아시아나항공 214편 보잉 777 여객기는 착륙 중 활주로에 충돌해 2명이 사망하고 182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어린이 1명을 포함해 5명은 위독한 상태여서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사망자 2명은 왕린자(王琳佳·16)와 예멍위안(葉夢園·17)으로 중국 저장(浙江) 성 장산(江山) 시 장산고 학생들이며 여름방학을 맞아 70명 안팎의 동료 및 교사와 함께 미국 연수를 가던 중이었다. 사고기에는 한국인 77명, 중국인 141명, 미국인 61명 등 승객 291명과 승무원 16명 등 총 307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 조사를 하고 있는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사고 여객기의 비행기록장치(일명 블랙박스)를 회수해 워싱턴으로 옮겼다. 국토교통부는 조사반장 등 4명으로 사고 조사 대책반을 꾸려 사고 현장에 파견했다.

다수의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고 비행기는 급속하게 고도를 낮춰 착륙하던 중 활주로 시작 지점에 제대로 도달하지 못하자 다시 상승을 시도하다가 꼬리 부분이 활주로에 충돌하면서 뒷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샌프란시스코=신석호 특파원·이은택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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