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속 ‘강남 폭주 고급외제차 주인’ 잡고보니…
동아일보
입력 2013-05-14 03:00 수정 2013-05-14 14:20
22세 지방 대형의료재단 부이사장 영화 ‘분노의 질주’ 흉내 200km 질주
“지인 소유 車… 멋있게 보이고 싶었다”
4월 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호텔 인근 영동대로. 세계에서 333대만 한정 생산된 뉴 아우디 R8 GT 스파이더가 강남 한복판을 질주했다. 한 대형 의료재단 부이사장 선모 씨(22)는 조수석에 앉아 “스포츠모드 갑니다!” “살아있네!”를 외치며 치솟는 계기판과 질주 장면을 촬영해 페이스북에 올렸다. “분노의 질주 중” “비 오는데 제로백(시속 0km에서 100km에 이르는 시간) 밟아봤다 ㅋㅋ 3초대 초반:)”이라는 글도 함께 올렸다. 화면 속 계기판의 속도는 시속 200km 근처까지 치솟았다. 영동대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60km다.
선 씨의 ‘과속 자랑’은 이달 초 국민신문고에 “강남 한복판에서 고급 외제차로 과속하며 교통질서를 흐리는 사람이 있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덜미가 잡혔다. 사건을 접수한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은 13일 선 씨를 불러 과속 행위 여부를 조사했다.
선 씨는 경찰 조사에서 “그 차는 아는 형이 클럽에서 만난 사람의 차다. 난 옆에 타서 촬영만 했다”며 “차량 성능을 시험해보고 싶어서 밟아보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차량 운전자에 대해선 “처음 본 사람이라 누군지 모른다”고 말했다.
승용차가 제한속도보다 시속 60km를 초과해 달리다 적발되면 운전자는 범칙금 12만 원과 벌점 60점이 부과돼 면허가 정지된다. 경찰은 선 씨가 주장하는 실제 운전자를 찾는 한편 선 씨가 지인들과 서울 강남에서 집단적으로 폭주를 했는지도 수사할 방침이다. 또한 선 씨의 동영상 속 차량이 굉음을 내는 것이 차량 불법 개조 때문인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선 씨가 페이스북에 과속 동영상을 올린 이유는 단지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였다. 선 씨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영화 ‘분노의 질주’를 보고 멋있게 느껴져 과속 동영상과 글을 올렸다”며 “과속이 죄가 되는 줄 몰랐다. 이번 기회에 반성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선 씨는 페이스북에 벤틀리, 벤츠, 아우디 등 고급 외제차 옆에 서서 찍은 사진도 다수 올렸다. 페이스북에 벤틀리 2대, BMW 3대, 벤츠 1대, 아우디 1대의 자동차 키를 한데 모아 두고 “부업으로 차량 렌트를 하고 있으니 연락 달라”며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어 두기도 했다. 5만 원권 돈다발을 들고 흐뭇하게 웃고 있는 사진도 있었다.
선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차 중 자신의 차는 한 대도 없었다. 경찰이 번호판이 보이는 차 4대를 조사한 결과 아우디, 마세라티, 벤틀리는 캐피털 업체의 소유였고, 제네시스 쿠페만 선 씨의 부친 명의의 차였다. 고급 외제차 열쇠들도 렌트업을 하는 지인에게 받아 찍은 것이었다. 외제차 옆에 서서 찍은 사진들은 모두 길거리에 서 있는 차거나 렌트카였다. 선 씨의 어머니는 지방의 대형 의료재단 이사장이고 선 씨는 부이사장을 맡고 있는 등 부유한 집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선 씨가 영웅심에 과속 동영상을 버젓이 인터넷에 올릴 정도로 우리 사회에 과속이 범죄라는 인식이 약하다”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지인 소유 車… 멋있게 보이고 싶었다”
4월 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호텔 인근 영동대로. 세계에서 333대만 한정 생산된 뉴 아우디 R8 GT 스파이더가 강남 한복판을 질주했다. 한 대형 의료재단 부이사장 선모 씨(22)는 조수석에 앉아 “스포츠모드 갑니다!” “살아있네!”를 외치며 치솟는 계기판과 질주 장면을 촬영해 페이스북에 올렸다. “분노의 질주 중” “비 오는데 제로백(시속 0km에서 100km에 이르는 시간) 밟아봤다 ㅋㅋ 3초대 초반:)”이라는 글도 함께 올렸다. 화면 속 계기판의 속도는 시속 200km 근처까지 치솟았다. 영동대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60km다.
선 씨의 ‘과속 자랑’은 이달 초 국민신문고에 “강남 한복판에서 고급 외제차로 과속하며 교통질서를 흐리는 사람이 있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덜미가 잡혔다. 사건을 접수한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은 13일 선 씨를 불러 과속 행위 여부를 조사했다.
선 씨는 경찰 조사에서 “그 차는 아는 형이 클럽에서 만난 사람의 차다. 난 옆에 타서 촬영만 했다”며 “차량 성능을 시험해보고 싶어서 밟아보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차량 운전자에 대해선 “처음 본 사람이라 누군지 모른다”고 말했다.
승용차가 제한속도보다 시속 60km를 초과해 달리다 적발되면 운전자는 범칙금 12만 원과 벌점 60점이 부과돼 면허가 정지된다. 경찰은 선 씨가 주장하는 실제 운전자를 찾는 한편 선 씨가 지인들과 서울 강남에서 집단적으로 폭주를 했는지도 수사할 방침이다. 또한 선 씨의 동영상 속 차량이 굉음을 내는 것이 차량 불법 개조 때문인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선 씨가 페이스북에 과속 동영상을 올린 이유는 단지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였다. 선 씨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영화 ‘분노의 질주’를 보고 멋있게 느껴져 과속 동영상과 글을 올렸다”며 “과속이 죄가 되는 줄 몰랐다. 이번 기회에 반성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선 씨는 페이스북에 벤틀리, 벤츠, 아우디 등 고급 외제차 옆에 서서 찍은 사진도 다수 올렸다. 페이스북에 벤틀리 2대, BMW 3대, 벤츠 1대, 아우디 1대의 자동차 키를 한데 모아 두고 “부업으로 차량 렌트를 하고 있으니 연락 달라”며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어 두기도 했다. 5만 원권 돈다발을 들고 흐뭇하게 웃고 있는 사진도 있었다.
선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차 중 자신의 차는 한 대도 없었다. 경찰이 번호판이 보이는 차 4대를 조사한 결과 아우디, 마세라티, 벤틀리는 캐피털 업체의 소유였고, 제네시스 쿠페만 선 씨의 부친 명의의 차였다. 고급 외제차 열쇠들도 렌트업을 하는 지인에게 받아 찍은 것이었다. 외제차 옆에 서서 찍은 사진들은 모두 길거리에 서 있는 차거나 렌트카였다. 선 씨의 어머니는 지방의 대형 의료재단 이사장이고 선 씨는 부이사장을 맡고 있는 등 부유한 집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선 씨가 영웅심에 과속 동영상을 버젓이 인터넷에 올릴 정도로 우리 사회에 과속이 범죄라는 인식이 약하다”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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